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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의 문학서재, 혁명의 맹아들

by 꿈꾸는 곰돌이

마르크스의 문학서재

카를 마르크스의 서재는 그의 철학적 사유와 사회 비판의 초석이 된 문학 작품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곳은 다양한 시대와 장소에서 비롯된 목소리들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이었다. 또한 그가 읽은 문학 작품은 인류사의 길이 남을 혁명 사상의 원형도 찾아볼 수 있다.

우선, 호머의 두 편의 위대한 서사시가 자리잡고 있었다. 호머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인간 운명의 본질을 탐구하며, 마르크스에게 고대 사회의 구조와 영웅적 인물을 통해 역사를 이해하는 눈을 열어주었다. 게오르크 루카치는 이 지점에서 마르크스의 고전주의적 취향에 주목한다. 어쩌면 그가 평생을 혁명가로 살 수 있었던 기저에는 민족을 위해 온몸을 받친 헥토르의 정신이 자리잡고 있었을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들도 그의 선반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맥베스》의 권력 욕망과 햄릿》의 존재론적 고뇌는 마르크스에게 권력의 속성과 인간 심리의 복합성을 통찰하도록 도왔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맥베스의 마녀는 훗날 마르크스주의 비평가 테리 이글턴에 의해 민중적 욕망으로 해석된다)

셰익스피어가 근대 문학의 아버지인만큼 마르크스의 사상에도, 특히 인간의 대한 총체적인 이해에 있어 중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셰익스피어 희곡이 탈식민주의 관점에서는 서구 중심적('오셀롯'을 비판한 에드워드 사이드)이고, 페미니즘 관점에서 여성 혐오(한 여름밤의 꿈)가 관찰되기도 하나, 시대적 맥락을 고려하면 위대한 불멸의 정전(cannon)임은 맞다. 셰익스피어의 문장은 사회와 개인의 갈등을 풀어내며, 그의 경제적 및 역사적 이해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
단테의 위대한 서사시 《신곡》은 마르크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그의 사회적 이상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지옥, 연옥, 천국을 여행하며 마르크스는 정의와 구원의 주제를 통해 불평등한 사회의 부조리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열망을 품게 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마르크스는 문체에서 단테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엥겔스는

당연히 독문권에서 태어난 마르크스는 독문학의 성스러운 세례도 받았다. 괴테의 "파우스트"와 실러의 작품들은 그의 문학적 세계관을 더욱 넓혔다. 괴테의 깊은 통찰력은 마르크스가 인간 욕망과 계약의 본질을 이해하도록 이끌었고, 실러의 이상주의는 혁명의 가능성을 상상하는 데 불씨가 되었다. 이들은 그에게 변화의 힘을 믿게 했다. 특히 "방황하는 인간은 노력하는 한 구원받으리라"던 파우스트의 휴머니즘 교훈은 마르크스의 휴머니즘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레닌도 파우스트의 한 대목-모든 이론은 회색이며 오직 영원한 것은 저 푸른 생명의 나무이다-을 즐겨 인용한 것을 보면, 《파우스트》에는 혁명의 마력이 가득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발자크의 사실주의 소설은 그의 문학적 서재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물론, 발자크의 정치는 왕당파이지만, 뛰어난 부르주아 리얼리즘 문학의 대가로 자본가들의 탐욕을 선구적으로 포착해 반영할 정도로 반자본주의 성향이 돋보인다. 마르크스에게 19세기 프랑스 사회의 면면을 사실적으로 그려 보이며, 경제적 불평등과 계급 투쟁의 복잡한 관계를 더욱 선명하게 이해할 도구를 건넸다. 여담으로, 발자크는 훗날 루카치 등 후대 마르크스주의 비평가들에 의해 리얼리즘의 영원한 성채를 마련한 대문호로 평가받는다.
마르크스의 문학서재는 단순한 책들의 집합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로, 그의 혁명적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원천이자 영감의 공간이었다. 이 문학적 교감은 그의 사상의 깊이를 더하고, 변혁의 불씨를 영원히 살려두었다.


※여러 참고자료를 인용했다. 특히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카를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을 많이 참고했다. 구체적으로 마르크스가 직접쓴 문학론은 없기에 총합해서 쓴 에세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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