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위 감독의 첫 장편 영화<열혈남아>(1988)는 왕가위스럽지도 홍콩 느와르스럽지도 않다. 결국 작가주의적 시도가 연출로 발화하다가 느와르로 남은 범작에 불과하다. 분명 홍콩 영화사의 전성기 속에 탄생했지만, 단순히 그 시대적 맥락에 묶일 작품으로 남지 않는다. 선명한 서사보다는 흐릿한 감각과 분위기를 통해 개인의 사랑,의리 그리고 성공 신화의 초라한 파편을 담는다. 결국은 전화부스속 키스신과 말보루 피는 아화 밖에 기억남지 않아 아쉽다. 역시 우리가 아는 왕가위 영화의 시원은 아비정전으로 봐야할까? 왕가위 영화 중 유일하게 성애가 아닌 남성 간의 해로운(?) 의리가 돋보인다. 영화를 보고 난 후OST보다 뿌연 말보루 연기가 맴돌아 불쾌하게 남는다. 사랑은 타이밍이라던, 왕가위 영화 속 공식과도 괴리되어 있는 점 역시 낯설다. 그나마 사줄 것이라면 아오(장만옥)에 대한 대상화된 연출은 크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아화(유덕화)에 대한 대상화면 모를까
p.s 감상문이나 비평을 쓰려다 전화부스 밖에 생각나지 않아 여기서 멈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