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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은 중력보다 더 총체적이라는 듯이

김정환, <새로운 여자>

by 꿈꾸는 곰돌이

김정환 시집, 《레닌의 노래》에 실린 <새로운 여자>는 흥미롭게 읽힌다. 과거 운동권 세대의 기사도적 사랑이 느껴진다. 우연은 중력보다 총체적이라는, 해석 가능하지만 해석하지 않음으로써 시적인 남아있는 구절과 함께.

이 경이로운 옛사랑 시의 화자 중 누가 가장 어울릴까? 나는 얼마 전 다섯 번째 본 헤어질 결심 속 해준이 기억난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 서래를 회고하는 해준의 독백일까? 모든 풍경은 여전히 생생하다. 붕괴되어 버린 해준의 상징계도, 세상이 싫어 바다로 스며들어 간 서래의 최후도. "모든 풍경은 상처로서 인지된다"던 김훈 작가의 말은 픽션 속 연인 간의 풍경에도 해당되는 것 같다. 우연이 만들어 낸 붕괴를 겪은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중력보다 더 총체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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