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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X-A, 과연 교통 혁명인가?

빠른 철도에 숨은 낮은 공공성

by 꿈꾸는 곰돌이

GTX-A, 과연 교통 혁명인가? 빠른 철도에 숨은 낮은 공공성


지난해 12월 28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A선(GTX-A)이 2단계 구간을 개통했다. GTX-A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첫 노선으로, 현재 `운정중앙역~서울역 구간`과 `수서역~동탄구간`이 따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3월 동탄~수서 구간이 개통된 데 이어, 12월에는 운정중앙~서울역 구간이 추가로 개통됐다. 전체 노선은 오는 2026년 상반기, 서울역과 수서 구간을 연결하며 완전한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GTX는 대심도 지하에서 운행되며, 최고 시속 180km에 달하는 빠른 속도를 바탕으로 이동 시간 단축에 기여하고 있다. 이는 특히 그동안 교통 인프라 부족과 도로 포화로 불편을 겪었던 운정과 일산 지역 주민들에게 반가운 소식이었다. 2단계 개통 소식이 전해지자, 이를 두고 “교통 혁명”이라 칭하며 호평하는 언론 보도도 적지 않다.

대중교통의 발전은 노동계층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준다. 자가용에 비해 탄소 배출이 적을 뿐만 아니라, 출퇴근 시간 단축은 수면과 여가 시간을 확보해 전반적인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GTX의 도입은 충분히 환영받을 일이다. 하지만 “교통 혁명”이라는 극찬 뒤에 숨은 문제점들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GTX-A는 교통 수단의 공공성과는 본질적으로 맞지 않는 민간 사업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민자사업의 구조적 한계

GTX-A는 수익형 민자사업(BTO)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는 요금 책정과 운영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행 GTX-A의 기본 요금은 3,200원으로, 이는 기존 지하철이나 버스 요금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5km당 250원의 추가 요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운임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운정중앙역에서 서울역까지 22분 만에 이동할 수 있지만, 편도 요금이 무려 4,450원에 달한다. 이는 비슷한 거리를 기존 전철로 이용하는 경우(1,800원)와 비교했을 때 두 배 이상 비싼 금액이다. 서울시에서 도입한 기후동행 카드도, 65세 노인 무임 승차 제도도 해당되지 않는다. 운임 비용에 환승 요금까지 더해지면, GTX-A는 고물가 시대를 살아가는 노동자들에게 더 큰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처럼 요금이 높게 책정되면서, GTX-A는 대중교통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저비용·고효율”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 이는 대중교통이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공공재의 역할을 수행하기에 부적합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반복되는 민자사업의 문제들

GTX-A의 높은 요금 문제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이는 기존 여러 민자사업 모델에서 발생했던 문제들을 답습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민자사업 철도의 첫 사례인 인천국제공항철도에서부터, 이후 신분당선, 용인경전철 등 몇몇 노선은 수익형 민자사업 방식으로 운영돼왔다. 이 방식은 정부가 소유권을 가지고 민간 회사가 건설과 운영을 담당한 뒤, 사용요금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대표 사례로, 흔히 '부자 지하철'이라 불리는 신분당선이 있다. 신분당선의 경우, 각 구간마다 다양한 운영 회사들이 관여해 구간별 요금을 따로 부과하는 구조이다. 이 때문에 전 구간(광교역~신사역)을 이용하면 4,100원이라는 높은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대중교통으로서의 공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민자사업 방식은 이용자뿐만 아니라 철도 노동자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 용인경전철 운영사 측이 운영비를 절감한다는 명목으로 노동자들의 인건비를 과도하게 삭감하고, 근무 환경을 악화한 것은 민자사업의 명확한 단면을 보여준다.

대중교통이 이용자와 노동자 모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이는 공공재로서의 근본 가치를 잃게 된다. 따라서 민자사업으로 대중교통을 운영하는 것이 아닌, 정부의 적투자와 직접 운영이 필요하다,


교통 혁명이 아닌 교통 불평등

GTX-A의 주요 역은 운정, 일산, 분당, 동탄 등 신도시에 위치해 있다. 이 지역들은 노동계층 인구가 밀집한 곳으로, 출퇴근 목적의 대중교통 수요가 높은 지역이다. 그러나 GTX-A는 이용 시간을 줄이기 위해 높은 요금을 책정하며 ‘시간을 돈으로 사는’ 교통수단이다.

GTX가 처음 도입된 이유는 도시 간 이동 시간을 단축하고, 수도권 주민들에게 친환경적이고 편리한 교통수단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운영 구조는 새로운 교통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다. 요금 부담은 서민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며, 이는 대중교통이 아닌 특정 계층의 '특권 교통'으로 전락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GTX와 같은 교통 수단이 진정한 “교통 혁명”이 되기 위해서는 요금 체계의 조정뿐만 아니라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교통은 단순히 이동 수단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시민의 기본적인 삶의 질과 직결된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속도와 기술만으로는 진정한 혁신을 평가할 수 없다. 공공성을 간과한 “혁명”은 오히려 새로운 사회적 격차와 갈등을 낳을 뿐이다. 정부는 GTX를 포함한 모든 대중교통 분야에 대해 공적 지원을 늘리고, 시민 누구나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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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X-A는 교통의 효율성을 극대화한 첨단 철도 기술의 상징이다. 그러나 공익성과 접근성을 배제한 채 기술 발전만을 강조한다면, 이는 단지 이동의 편리함을 소수에게만 제공하는 수단으로 남을 뿐이다. 교통 혁명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으려면 공공성을 강화하고, 진정으로 시민 모두를 위한 대중교통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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