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자리 승객은 첼로

첼리스트 장한나와의 우연한 동승

by 장준호

서른다섯쯤이었다. 회사는 바빴고 출장도 많았다. 그날은 뉴욕을 출발해서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돌아간다고 쓴 이유는, 한달간 독일 출장중이었고 며칠동안 뉴욕을 다녀오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컨설턴트였고 대기업이 클라이언트인 큰 프로젝트여서 비즈니스 클래스 탑승이 가능했다. 시간에 쫓겨 간신히 탑승하고서야 비로소 비즈니스 클래스 공간으로 조심스럽게 스며들었다. 헉...분명 내 좌석인데 한쪽엔 첼로가 다른 한쪽엔...장.한.나.


여행사에서 급하게 좌석을 배정하면서 장한나와 그녀의 첼로 사이에 내 좌석을 배정한 것이었다. 장한나는 그녀와 첼로 사이에 내가 앉는 것을 양해해줬고 나는 얼떨결에 장한나라는 천재 소녀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볼 수 있는 꿈같은 기회를 선물받게 된 것이다.


그녀는 막 하바드 대학의 입학 허가를 받았고 스페인으로 연주를 가는 길이라고 했다. 곧잘 우리말을 알아들었지만 말하는 것은 영어가 편하다고해 그녀는 영어로 나는 우리말로 말하며 꽤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장한나는 비행이 끝나갈 무렵 CD를 한장 꺼냈다. The Swan. 생상스의 백조가 대표곡인 3집 앨범이었다. 따끈따끈한 앨범. 그러면서 덧붙였다. 낮은 음자리표를 볼 줄 아냐고. 교회 성가대를 하고 있어서 볼 줄은 안다고. 그럼 첼로를 배워보세요. 듣는 것보다 훨씬 즐거우실 거예요. 한창 바쁜 시절이라 인사치레 하듯 꼭 꼭 배우겠다고 답 했다.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했는데...오더라...그런 날이.


그날 장한나가 건넨 The Swan에는 10곡이 수록되어 있다. 그중 첫 두곡은 '포레Faure'라는 프랑스 작곡가의 곡이었는데 처음 들어보는 작곡가였다. 하지만 그의 두곡이 내게는 제일 좋았다. 장한나와의 만남은 그렇게 프랑스 작곡가 '가브리엘 포레Gabriel Urbain Faure'를 소개하며 추억으로 남아 있다.



포레 - 꿈을 꾼 후에 (Faure: Apres Un Reve, Op.7 No.1)

포레 - 시실리안느 (Faure: Sicilienne, O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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