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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라라 Aug 29. 2022

사경 진단 이후 1년

문득 통계를 보니 사경 키워드로 글을 읽는 분들이 많아 치료 후 1년이 지난 지금 상태에 대해서도 한번 공유를 해보고자 한다. 결론은 다소 애매하지만, 사경이 원래 이런 병이라 어쩔 수 없는 거 같긴 하다.




사경 진단을 받고 주 3회 아침마다 병원에 출근도장을 찍으며 자지러지는 아기 비명을 들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났다. 심지어 우리 딸은 치료도 짧게 진행했어서 곧 종결 1주년이 된다.


사경은 증상이 완화된 후에도, 대근육이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시기에 다시 보일 수 있다고 한다. 우리 딸도 치료 종결 이후 배밀이를 할 적에는 사경이 좀 눈에 보이다가, 네발기기를 할 쯤에는 완치라 해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증상이 없었다. 걸음마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괜찮았는데, 최근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다시 조금씩 눈에 보인다.


이걸 내버려 두면 사라지는 건지 아니면 조치를 취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서 우선 병원을 예약했다. 그런데 아차, 병원을 극혐 하는 따님이 협조를 안 해준 탓에 제대로 진료도 못 봤다. 가만히 서있기만 하면 되는데 선생님을 보자마자 대성통곡을 하며 드러눕는 통에 정말 뭘 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엑스레이를 찍어봤는데(이 과정 중에도 성인 남자 3명이 달라붙어 애를 붙잡아야 했고 우리 애는 거의 숨넘어가기 직전까지 울었다), 다행히 아직 뼈가 틀어진 곳은 없어 우선은 지켜보기로 하고, 혹시 몰라 사시 검사를 예약했다. 추가적으로, 혹시 증상이 세 돌까지 계속된다면 수술을 염두에 두고 병원을 내방하라는 처방을 받았다.


얼핏 보기에(선생님도 자세히 봐주시려고 노력하셨는데...) 증상이 경미하고 뼈에도 문제가 없어 그 외 별도의 물리치료는 없었는데, 사실 이렇게 병원을 완강히 거부한다면 치료 처방이 나와도 받으러 갈 수가 없었을 거 같아 차라리 다행이다 싶었다.


그래서 지금은 우선 지켜보는 단계고, 아마 이 상태로 몇 년간은 지내야 할 듯싶다. 부디, 사시도 아니길, 어린이가 되었을 때 자세교정에 좋은 운동을 시키는 걸로 완치할 수 있길 바라는 중이다.


또, 지금 둘째를 임신 중이라 이걸 어찌 대처할 수 있나 고민 중인데, 역아일 경우에 특정 확률로 발생할 수 있는 증상이라 예방은 쉽지 않을 거 같다. 다만, 첫째 때처럼 사경 진단금을 못 받는 일이 없도록 둘째는 태아보험 때 해당 특약을 넣어뒀다. 그렇지만 역시 쓸 일이 없으면 좋겠다.


(**장해 출생 담보, 태아 납 1년 만기, 매달 9천 원 정도. 비싸긴 하지만 이 특약이 커버하는 장해가 꽤 되는 거 같아서 넣는 게 좋은 거 같다. 달마다 9천 원이어도 태아 때만 내면 돼서 절대 금액이 많지도 않다.)


그래도 다행인 건, 사경에 흔히 동반되는 사두는 없었다는 것, 아직 뼈는 틀어지지 않았단 것, 무엇보다 사경으로 인한 좌우 발달 불균형도 없었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는 또래들과 비슷하게 대근육/소근육이 발달하는 중이고, 인지/언어는 오히려 빠른 편이다.


사경이 있었어도 적절히 대처한다면 아이에게는 큰 부작용이 없으니, 혹시나 지금 치료를 받는 아이 부모가 있다면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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