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은 사랑입니다.
뉴질랜드에서의 열여덟 번째 날
오늘은 날씨가 좋기를 기대했지만, 오늘도 날씨가 흐렸다. 괜히 기분까지 꿀꿀해지는 기분이다. 오늘 하루를 정리하자면 뉴질랜드에 온 지 18일이 되었고, 신랑은 어김없이 출근을 했고 나는 신랑 아침을 챙기고 출근시킨 후 집안일을 시작하였다. 진정한 젊줌마의 삶이랄까. 그래도 차를 가지고 출근하면서부터 조금의 여유가 생긴 느낌이다. 신랑도 덜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 버스 타고 다닐 때는 출근시간보다 한 시간을 일찍 나갔어야 했는데, 이젠 30분 정도만 서두르면 된다. 아주 다행이다. 오늘은 날씨가 흐리지만 빨래를 해야 하기에 바로 빨래부터 시작했다. 빨래가 되는 동안 음악도 듣고, 유튜브도 보며 시간을 보냈다. 곧 나도 일을 하기 시작하니까 그전에는 여유로운 생활을 즐겨야 할 것 같다. 음악도 많이 듣고,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빨래는 마당에 있는 빨랫줄에 탁탁 털어 널었다. 키가 작아 슬픈 순간이었다. 까치발을 하고 겨우겨우 빨래를 널었다.
그리고 시작된 반찬 만들기. 어제는 제육볶음을 만들었다면, 오늘은 감자조림이다. 제대로 신부 수업하는 느낌이다. 나 홀로 신부수업. 이렇게 하나하나 배워가면 나도 진정한 젊줌마가 될 수 있을까?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Pak'n save에서 사 온 감자는 무려 2.5kg다. 감자조림도 하고 버터 감자구이도 만들거라 넉넉하게 준비했는데. 아무래도 너무 많은 것 같다. 사실 이렇게 요리 재료를 사는 것이 처음이라 감자가 어느 정도 필요한지 감이 오지 않았다. 뭐 어쩌겠나, 그래서 그냥 잔뜩 샀다. 요리를 시작하며 감자칼로 요리조리 감자를 예쁘게 깎았다. 나름 본건 있어서 깍둑썰기로 감자를 잘랐다. 또 어디서 들은 건 있어서 전분기가 있는 감자는 물에 5분 정도 담가놓았다. 설탕과 소금으로 1차 코팅을 하면 간이 잘 베고 맛있다고 하길래 그것도 따라 했다. 인터넷 없으면 아무것도 못 만들 것 같은 느낌이었다. 기름을 두르고 감자를 볶기 시작했다. 노릇노릇해지는 감자를 보니 군침이 돌았다. 사실 한 개, 두 개 먹었다. 어느 정도 익었을 때는 양념도 넣었다. 적당히 넣으라고 하던데, 나 같은 요리 초보에게는 적당히가 얼만큼인지 제일 어려웠다. 나름 맛있게 완성된 감자요리는 반찬통에 담아서 냉장고에 넣어뒀다. 신랑이 맛있게 먹어줄지가 의문이다. 그래도 오늘의 요리 완성, 나 홀로 신부수업도 대성공이다.
뉴질랜드에서의 스물한 번째 날
매일 날씨가 어떤지 보는 것이 일상이 된 것 같다. 오늘은 비가 주룩주룩 오고 바람이 휘익 휘익 몰아치는 크라이스트처치 리카튼이다. 뉴질랜드에 온 지 딱 3주 되는 날. 하는 것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하는 것이 많은 것 같은 느낌이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다. 오늘도 어김없이 신랑은 일하러 나갔다. 알람 소리에 벌떡 일어나서 신랑 아침 챙긴 사람 나야 나. 오늘은 도넛과 바닐라라떼 그리고 포도 4알과 요거트다. 비타민 좀 충전시키려고 포도 4알만 줬는데도 신랑은 포도 싫다고 안 먹었다. 그래서 내가 8알 먹었다. 오늘은 평범한 가정주부의 모습으로 하루를 보냈다.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서 집이 부서지는 줄 알았다. 무서웠다. 신랑 퇴근시간에 맞춰서 요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닭볶음탕을 해보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황금 레시피를 찾아서 만들기 시작했다. 닭볶음탕 해 먹으려고 마트에서 닭도 사 왔다. 닭 한 마리 파는 거 찾다가 못 찾아서 닭다리로 골라왔다. 뉴질랜드 어느 마트를 가도 닭고기는 파란색 통에 담겨있는 것 같다. 이게 무슨 구분법인가? 아무튼 닭을 야무지게 골라왔다는 이야기다. 닭의 잡내를 없애보겠다고 물에 열심히 삶았다. 양념장도 만들고, 각종 야채도 준비했다. 오늘도 나 홀로 신부수업이다. 보글보글 보글보글 끓여주는 동안 밥솥도 개시했다. 압력밥솥은 아닌데 서울에서 살 때 썼던 밥솥이랑 느낌이 비슷하다. 밥솥이 어딘가 어설프다. 매운걸 잘 못 먹는 우리에게 딱인 닭볶음탕이 완성됐다. 밥도 생각보다 맛있게 됐다. 무엇보다 신랑이 아주 깨끗하게 해치웠다.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니 기분이 아주 좋았다.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며 함께 밥 먹는 시간이 제일 행복한 것 같다. 다음 주부터는 나도 일을 시작하게 될 테니 그전에라도 아내다운 모습을 보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지금 아니면 언제 이렇게 신랑 올 시간 맞춰서 밥을 하고 기다릴까. 요즘은 설렘만 가득한 시간을 살아가는 것 같다. 매일매일을 기대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오늘도 그랬듯 내일도 행복하길.
뉴질랜드에서의 스물여덟 번째 날
오늘도 정신없이 신랑을 출근시키고, 홀로 아침식사를 마무리했다.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시계를 보니 11시. 내일부터는 나도 출근을 하기 때문에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반찬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오늘도 나 홀로 신부수업을 하기로 했다. 오늘 도전한 요리는 잡채와 볶음 고추장. 고추장볶음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볶음 고추장은 반찬 없을 때 밥에 스윽 비벼먹기 좋으니까 만들었고, 잡채는 사실 신랑 생일날 해주려고 했는데 그날 늦게까지 일을 하게 된 나의 스케줄표 덕분에 오늘 아니면 만들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만들었다. 주말에 마트에서 장 볼 때 다진 돼지고기를 사 왔다. 양파 하나를 잘게 다지고 파도 잘게 썰고. 식용유를 넉넉하게 두른 후 파, 양파, 다진 마늘, 고기를 넣고 열심히 볶아주었다. 고기가 어느 정도 익었을 때쯤 고추장을 넣어주었다. 이렇게 해야 고추장이 상하지 않고 오래간다고 하길래 따라 해 봤다. 요리 초보의 슬픔은 오늘도 티가 났다. 고추장을 넣기는 넣었는데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찔끔찔끔 넣었다. 역시 음식은 손맛인가. 노력이 들어가야 맛있는 음식이니까. 십 분이 넘도록 고추장을 바라보며 휘익 휘익 저어주었다. 냄비가 빨갛게 변하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이다. 잡채도 만들었다. 당면을 적당히 넣어야 하는데, 난 적당히가 뭔지 모르는 요리 초보다. 진짜 요리 초보에게 적당히라는 것은 너무 어려운 말이다. 적당할 줄 알고 불린 당면은 플랫 식구들이 다 나눠먹고도 남을 만큼의 잡채를 만들 수 있는 양이되었다. 아무튼. 당면을 꺼내서 미지근한 물에 넣고 40분을 불렸다. 당근도 볶고 양파도 볶고 버섯도 볶고, 시금치도 데쳐서 준비했다. 잡채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었구나? 물에 불린 당면은 끓는 물에서 5분 정도 삶아 준 후 찬물에 헹궈서 물기를 빼주었다. 간장, 물엿, 참기름을 넣어가며 버무렸다. 프라이팬에서 볶으려고 했는데 당면 양이 너무 많아서 볶지도 못했다. 음식은 손맛이겠거니.. 손으로 버무렸다 그냥. 그래도 완성하고 맛을 보니 정말 맛있었다. 신랑도 맛있게 먹어주니 고마울 따름. 이렇게 나의 또 한 번의 신부수업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