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벌금내기
뉴질랜드에서의 서른일곱 번째 날
오늘은 오전 9시까지 출근하는 신랑, 분명 7시 30분에 알람을 맞춰놓은 것 같은데 알람 소리는 왜 늘 들리지 않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신랑이 뒤척거리며 일어나길래 나도 부시시 함께 일어났다.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같이 아침 먹을 생각은 꿈도 꾸지 못한 채 신랑이 출근하며 차에서 먹을 빵을 야무지게 챙겼다. 오늘 휴무인 나는 신랑을 출근시키고 이리 뒹굴, 저리 뒹굴. 뒹굴거리며 하루를 보냈다. 계속 일을 서서하다 보니 쉬는 날은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목요일, 금요일에 폭풍으로 일을 해야 하는 엄청난 스케줄표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아서일까. 오늘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뒹굴거리기로 마음먹었다. 점심도 챙겨 먹고, 책도 읽고 하다 보니 어느덧 신랑이 퇴근할 시간이 되었다. 퇴근하면 신랑이 늘 전화를 했는데 오늘도 변함없이 전화벨이 울렸다. 띠디딩띵띠로로띵딩띠디디딩. 오늘따라 유난히 슬픈 신랑의 목소리. 괜히 겁이 먼저 났다. 큰일이 생긴 줄 알고. 들어보니 큰일은 아니고 그렇다고 작은 일도 아닌 것 같은 뉴질랜드에서의 첫 벌금 소식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차를 가지고 출근을 하면 무료로 장시간 주차를 할 수 있는 곳이 있고, 120분 동안만 무료로 주차할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했다. 오늘은 늦게 출근하는 바람에 무료로 주차할 수 있는 곳에 주차를 실패하고 120분 동안 주차할 수 있는 곳에 주차를 했다고 했다. 평소 같으면 120분을 체크하는 사람이 왔다는 것을 알고 이동주차시키는 방식으로 주차를 해왔는데, 오늘은 시간 체크하는 사람이 온 줄 모르고 주차시켜놨다가 주차 딱지를 떼였다고 했다. 뉴질랜드에서 정말 별걸 다해 본다. 벌금이라니. 정말 철두철미하게 벌금을 받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120분을 도대체 어떻게 체크하는 걸까? 알고 보니 자동차 바퀴에 분필로 체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120분 이후에도 분필이 그대로 있으면 벌금 대상일 확률이 높다고. 나름 신개념의 방식이다. 신랑은 우울한 표정으로,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은 표정으로 집에 왔다. 물론 혼자 오지 않고 벌금 티켓도 가지고 왔다. 벌금을 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서 직접 가서 내야 할 것 같다. 뉴질랜드 달러로 30$니까 한국돈으로는 3만 원 정도. 그래, 뭐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거지. 괜찮아. 기죽지 말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