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일을 다 겪는다.
뉴질랜드에서의 백 네 번째 날
오늘은 일요일. 그 말은 신랑도 나도 쉬는 날이라 여기저기 다닐 수 있다는 말이다. 아침 일찍 신랑이 만들어준 샌드위치로 아침을 함께 먹고 교회도 다녀오고. 일요일 낮시간에만 여는 선데이 마켓에도 다녀왔다. 사람도 많고, 볼거리도 많은 선데이 마켓. 오늘은 일본 라멘과 카레 하나씩 시켜서 점심도 해결했다. 바쁜 오전 시간을 보내고 집에서 휴식을 취한 후 주말의 또 다른 힐링인 장 보러 가기. 오늘의 문제는 여기부터 시작되었다. 신랑이 사고 싶다고 한 가방이 있어서 그 가방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웨어하우스에 갔다가 PAK'N SAVE로 가기로 했다. 웨어하우스는 우리나라의 이케아 같은 곳이고, PAK'N SAVE는 이마트 같은 대형마트다. 웨어하우스에서 신랑이 사고 싶다고 했던 뉴질랜드 가방을 구입하고 마트로 향하는 길. 신랑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어, 핸들이 좀 이상한 것 같다. 그냥 핸들이 뻑뻑한 건가? 왜 이러지?" 계속해서 여러 궁금증을 쏟아내는 신랑. 나는 내가 직접 운전을 하는 게 아니니 어떤 느낌을 말하는 건지 알 길이 없었다. 그저 신랑의 기분 탓이겠거니 생각하며 마트까지 갔다. 마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린 우리 부부.
"아......" 마트에 도착해서 확인하니 차 앞바퀴가 펑크나 있었다. 진짜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물론 자차를 가진 것이 뉴질랜드가 처음이기도 했지만, 이렇게 차바퀴가 펑크 난 줄도 모르고 달린 경우도 처음이었다. 신랑의 감이 정확했다. 핸들이 이상할 수밖에, 운전하는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차 트렁크에 스페어타이어와 이것저것 정비할만한 장비가 있어서 스스로 해결해보려 했으나 둘 다 해본 적도 없고, 불안하기도 하고. 뭐를 해도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결국 보험회사를 부르기로 결정했다. 보험 잘 들어놓은 게 얼마나 다행이던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워킹홀리데이 초보들에게는 보험회사에 전화를 하는 것도 일이었다. 정말 산 넘어 산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 분명하다. 보험에 가입을 했다는 사람은 많은데, 보험을 직접 불러서 이용했다는 사람들의 정보는 찾기가 어려웠다. 안 그래도 영어가 짧은 데다가 전화영어는 더 어려운데. 용기를 내어 보험사에 전화했다. 물론 내가 안 하고 신랑이 했다. 신랑이 나보다 영어를 조금 더 잘하니까. 보험회사에 전화를 했더니 전화한 목적에 따라 몇 번을 눌러라, 차량번호를 말해라 등 여러 관문을 거친 후 상담원 하고 연결해주었다. 이렇게 쉽게 해결되는가 싶었는데 역시나 큰 착각이었다. 더 큰 관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차량번호를 확인한 후 우리가 지금 있는 위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아주 애를 먹었다. 우리가 마트 주차장 옥상에 주차를 했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기사님께서 자꾸 동쪽이냐, 서쪽이냐, 방향을 물어보시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니 여기가 동쪽인지 서쪽인지, 남쪽인지 북쪽인지 알게 뭐람. 그다음 질문은 더했다. 산이 보이냐, 산이 앞에 있냐 뒤에 있냐 물었다. 아니 우리가 산을 보고 서면 산이 앞에 있고, 우리가 산을 등지고 서면 산이 뒤에 있는데, 뭘 어떻게 설명해달라는 말인가. 안 그래도 짧은 영어로 애먹은 끝에 드디어 우리의 위치를 확인하고 기사님이 오셨다. 전화를 끊은 지 5분 만에 도착하신 보험회사 기사님. 이제야 안도의 한숨을 제대로 내쉴 수 있었다. 허허허 호호호. 산타할아버지 같은 웃음소리를 가진 기사님. 우리 차의 상태를 보시더니 별거 아니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타이어 교체를 시작하셨다. 타이어 교체는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우리가 낑낑거리며 애쓰던 시간이 살짝 우스워졌다. 정비를 마치고 마주한 펑크 난 타이어. 이렇게 큰 못이 박힐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못이 바퀴에 박혀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큰 못이 바닥에 있을 수 있지? 따로 추가되는 비용은 없었다. 그동안 보험비를 꼬박꼬박 잘 낸 것이 뿌듯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