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내일 비행기 타는데 어쩌지...?
임신이 확정되고 기쁨을 온전히 누린 후에 우리는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바로 다음 날, 우리가 타야 할 비행기가 예약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단거리가 아닌, 비행시간만 10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이었다. 모두가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는 임신 극초기였기에, 우리의 고민은 생각보다 깊었다.
사실 나와 짝꿍은 매년 12월, 짝꿍의 외가가 있는 곳으로 가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돌아오는 것이 우리만의 연례행사이다. 이러한 계획은 우리가 1년을 마무리하는 방법이고, 짝꿍에게는 1년 중 가족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기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연례행사를 취소할 생각까지 했을 정도로 우리에게 찾아온 새 생명은 너무도 큰 축복이었다. 이 생명을 지킬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이 여정을 선뜻 취소하지 못했다. 그만큼 짝꿍이 가족을 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컸고, 더욱이 이 기쁨을 짝꿍의 가족과 함께 누리고 싶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결정을 못 내리던 우리는 병원에 간 차에 의사 선생님께 물어봤다.
"내일 비행기 타는데 괜찮을까요?"
"무리하지 않고, 자주 일어나서 걷고 그러면 괜찮아요."
의사 선생님은 우리의 고민에 비교적 쉽게 답을 내려주셨다. 그 답을 들은 우리는 비로소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다만, 우리가 원래 계획했던 여정과는 조금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도미니카공화국까지 가는 비행편을 캐나다 경유로 구매했고, 이를 기회로 삼아 캐나다 여행을 며칠 동안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여행을 하다 보면 많이 걷게 되고, 잘 쉬지 못하게 되기에 우리는 과감하게 여행을 포기하고 곧바로 도미니카공화국으로 가기로 했다. 일단 짝꿍 가족이 있는 곳까지 가면 그곳에서는 쉴 수 있고, 병원도 갈 수 있기에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이 과정을 경험하면서 나와 짝꿍을 스스로에게 다소 놀랐다. 지금까지 계획했던 여행을 취소했던 적이 없었던 우리였는데, 별다른 고민 없이 당연하다는 듯이 캐나다에서의 여행 일정을 모두 포기한 것이다. 마지막 순간에 취소한 것이었기에 금전적인 손해도 조금은 발생했지만, 우리에게 찾아온 선물을 생각하면 그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제 우리의 우선순위가 바뀐 것이다. 짝꿍의 배 안에서 조금씩 움트고 있는 새로운 생명이 우리의 최고 우선순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