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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딸, 그리고 하늘이

by 방랑곰

하늘이가 짝꿍의 배 안에 자리잡은 순간부터 우리 머리 속에는 물음표 하나가 떠나지 않고 있었다. 이 물음표는 아마 임신을 경험한 커플이라면 모두 가졌을 것이다. 바로 하늘이는 과연 남아일까, 여아일까하는 의문이었다. 우리는 어느 성별이라도 전혀 상관이 없었고, 임신이라는 과정을 워낙 오래 겪은 우리였기에 작은 생명 하나가 찾아온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었다.


여러 인터넷을 찾아본 결과 운이 좋으면 정밀초음파 때 확인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이날 하늘이는 우리에게 건강하게 곧게 뻗은 척추만 보여주었다. 자신의 존재를 쉽사리 밝히기 싫었던 것인지, 아니면 우리에게 기다림의 미학을 조금 더 느끼게 하려는 것인지, 하늘이의 성별을 알기 위해 기다리는 날이 길어졌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여느 때처럼 짝꿍은 진료 침대 위에 누워서 약간의 긴장 상태로 초음파를 보고 있었다. 평소처럼 심장 박동 소리도 듣고, 하늘이의 눈코입도 영상을 통해 확인했다. 그렇게 초음파 영상이 끝나고 아이가 건강하게 잘 크고 있다는 의사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우리의 긴장이 녹아내렸다. 그 순간, 의사선생님이 한 마디를 덧붙였다.


"다리 사이에 뭐가 보이네요. 하늘이 옷은 파란색으로 준비하세요."


너무도 갑작스런 소식에 나와 짝꿍은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른 채 의사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병원을 나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비로소 그 말의 의미를 온전히 체감했다. 그렇게 우리는 하늘이의 성별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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