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르면서 하늘이는 조금씩 커졌고 짝꿍의 배도 더욱 볼록해졌다. 짝꿍은 입덧, 피로감과 같은 임신 과정에서 경험하는 증상과 더불어 임신으로 인해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하는 현실에 힘들어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하늘이를 품고 있다는 행복감이 그 모든 어려움을 보상하고도 남는다고 했다.
"난 선택받았어. 오빠는 하늘이를 품고 있는 기분을 절대 모르겠지."
그렇게 나와 짝꿍은 하늘이가 우리에게 와 준 것에 대해 온전하게 감사함을 가지면서 매일을 보냈다. 매일 아기 용품을 보면서 무엇을 살지 고민도 하고, 아기 방을 어떻게 꾸밀지를 의논하기도 했다. 그렇게 세 명이 함께 살아갈 가족을 꿈꾸며 지내던 어느 날, 짝꿍이 내 손을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배 위로 가져갔다. 그 순간 배 안에서 작은 움직임이 전해졌다. 내가 처음으로 하늘이의 움직임을 실제로 느꼈던 순간이었다.
사실 짝꿍은 그 전부터 작은 움직임을 계속 느꼈다고는 하는데, 그것이 태동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태동이 조금씩 분명해지고, 비로소 내 손으로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짝꿍의 배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짝꿍의 작은 체구 안에서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면서도 경이로웠다.
이 날부터 나는 하루에 몇 번이나 짝꿍의 배 위로 손을 갖다 대고는 했다. 하늘이는 내 손에 반응을 할 때도 있었고, 내 손이 무안할 정도로 아무런 움직임이 없을 때도 있었다. 그리고 짝꿍은 하늘이의 움직임이 한동안 없으면 걱정에 사로잡혔고, 하늘이의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하기도 했다. 우리는 하늘이의 움직임을 함께 느끼며 이 작은 생명체가 짝꿍의 배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상상했다.
발로 차거나 손을 이리저리 휘두를 때도 있을 것이고, 또는 온몸을 꿈뜰거리며 움직이기도 할 것이다. 그 어떤 움직임이든 나와 짝꿍은 그 모든 행동과 동작이 귀여웠고 사랑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