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숲
*2024년 10월의 어느날의 이야기
가을을 맞이하여 나와 짝꿍은 단풍을 보기 위해 많이 찾아다니곤 한다. 더욱이 하늘이가 태어난 이후로는 아이에게 최대한 많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집에만 있기보다 야외로 많이 돌아다니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가 겹치면서 최근 우리는 집에 있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매일 밖으로 나간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날씨를 확인하고, 오늘은 어디를 가볼까 결정한다. 오늘 포스팅은 우리가 다녀온 또 다른 공원, 서울숲공원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렇게 셋이 오니까 새롭네."
서울숲공원은 나와 짝꿍이 정말 애정하는 공간이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지금은 육아휴직 중이지만, 짝꿍이 회사에 다니던 시절 우리는 이 공원을 정말 많이 찾았다. 매주 금요일이면 외부에서 만나서 데이트도 즐기고 외식도 하곤 했는데, 서울숲은 그중에서도 우리가 단골로 찾는 곳이었다. 짝꿍 회사에서 우리집까지 퇴근하는 길에 이 공원이 있어서 접근성이 좋은 것도 있지만, 우리 둘 모두 이 공원을 워낙 좋아하기도 한다. 아이가 태어나고 한동안 찾지 못하다가, 얼마 전 아이와 함께 서울숲을 가게 되었다. 이미 여러 번 다녀온 곳이지만, 여전히 가는 길은 설렘이 가득했다. 더욱이 새로운 멤버와 함께 찾게 되니 그 설렘의 강도는 평소보다 훨씬 더 컸다.
우리는 금요일에 서울숲을 방문했는데,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공원에 주말에 비해 한산했다. 주차장도 비교적 여유로웠고, 서울숲을 오가는 사람들도 많지는 않았다. 다만 이곳으로 나들이를 오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으로 인해 놀이터에는 이리저리 뛰노는 아이들이 정말 많았다. 그 아이들을 귀엽게 바라보면서 몇년 후에 하늘도 저 무리 중에 한 명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나와 짝꿍은 놀이터를 지나 서울숲을 이리저리 탐방했다. 유모차로 가기 힘든 곳도 간혹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서울숲은 대부분 유모차 접근성이 좋은 편이라 크게 불편함은 없었다.
공원을 잠시 둘러보던 우리는 시계를 보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이가 배고파할 시간이 되어가고 있었기에 수유실을 찾아야했기 때문이다. 기존 서울숲 수유실은 현재 리모델링 중이라 임시 수유실을 이용해야 했다. 임시 수유실은 3번 출입구 쪽에 작은 컨테이너박스 같은 공간이었는데, 임시로 만든 것이지만 안에 필요한 것은 다 있었다. 기저귀 교환대는 물론 모유 수유를 위한 칸막이도 있었고, 이유식을 데울 수 있는 전자레인지도 있었다. 평소에는 문을 잠가놓고 이용을 원할 때마다 문에 붙어있는 번호로 전화해서 비밀번호를 물어본 후 들어가야 한다.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난 후, 아이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수유실을 나왔다. 그리고 우리는 아무런 걱정 없이 서울숲을 둘러볼 수 있었다. 워낙 자주 왔던 공원이라 편안하게 발길 닿는대로 공원을 산책했다. 가을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공원은 예전보다 훨씬 더 다채로웠고 화려했다. 붉고 노랗게 물들기 시작하는 나무를 보면서 한해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실감했다. 이렇게 화려하게 아름다움을 온갖 뽐내고 나면 모든 화려함은 떨어지고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게될 것이다.
우리는 공원 이곳저곳을 누비다가 빈 테이블이 있어서 잠시 앉았다 가기로 했다. 주말에는 테이블 차지하기가 정말 쉽지 않은데, 평일이라 사람을 기다리는 빈 테이블이 곳곳에 있었다. 우리는 잠시 쉬면서 아이와 함께 놀았다. 가져온 과일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를 보면서 함박웃음을 짓기도 했다. 테이블 주변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잔디밭에 앉아서 저마다의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처럼 아이를 데려온 가족도 있었고,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도 보였다. 그들도 우리처럼 서울숲이라는 공간 안에서 좋은 추억 하나를 쌓고 돌아갔을 것이다.
잠시 휴식을 마친 우리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서울숲 안쪽에는 할로윈을 기념하는 장식이 있었다. 작년 이맘때 서울숲에 저녁에 찾아왔었는데, 해가 지고 난 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할로윈을 기념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 프로그램이 올해도 이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그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할로윈 장식이 모든 아이들에게 좋은 인상을 선사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우리가 그 옆을 지날 때 한 아이가 귀신 모양의 장식을 보더니 울음을 터뜨린 것을 보면 말이다. 우리는 아이의 귀여운 울음소리를 들으며 은행나무 군락으로 향했다. 아쉽게도 은행나무는 아직까지 녹색 잎을 간직하고 있었다. 11월 첫째 주 정도에 오면 노란 양탄자가 깔린 모습을 볼 수 있을 듯해서, 그 즈음 다시 한번 와보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는 서울숲 나들이를 끝내고,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아직 완연하게 가을옷을 입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서울숲은 언제나처럼 평화로웠고 상쾌했다. 이곳을 떠나면서 공원이 조금 더 화려한 색감을 뽐낼 때 다시 한번 와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