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랑곰 Apr 02. 2021

런던의 천문대 이야기

그리니치 천문대

런던 중심부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 글을 끝으로 마무리 짓고, 이제는 런던 외곽으로 조금씩 벗어나보려고 한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이 될 장소는 바로 천문대로 유명한 동네, 런던 남서쪽 외곽에 있는 작은 동네, 그리니치(Greenwich)이다. 


그리니치 천문대가 있는 그리니치 공원


그리니치는 런던 남동부 외곽에 있는 동네 이름이다. 서울과 비교하면 '구' 정도의 행정 구역인데, 이 지역은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동네이다. 그 이유는 본초자오선이 이 지역을 지나고, 이 곳의 시간이 전 세계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니치에는 본초자오선을 우리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그리니치 천문대이다. 


1675년에 왕립 그리니치 천문대(Royal Greenwich Observatory)로 문을 연 그리니치 천문대는 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그리니치 지역에 있는 중심 공원, 그리니치 공원에 위치한 천문대의 크기가 그렇게 큰 편은 아니지만 이 곳의 시간이 전 세계의 기준이 되고, 본초자오선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그리니치 천문대의 시계. 세계 기준이 되는 시간이다. 


나는 그리니치 천문대를 두 번 다녀왔다. 한 번은 친구들과 함께, 그리고 또 한 번은 가족들과 함께였다. 그리니치 천문대에 가기 위해서는 런던 중심에서 지하철을 타고 약 1시간 남짓 이동해야 한다. 런던의 경전철인 DLR 라인을 타고 런던의 거리 풍경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그리니치 역에 도착하게 된다. 중간에 카라니 와프(Canary Wharf)라는 지역을 지나는데 이 곳이 우리나라의 여의도처럼 런던 금융의 중심 지역이다. 시간이 된다면 이 곳에 내려서 잠시 걸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그리니치 역에 도착하면 시내 중심가가 눈에 들어오는데, 그 지역을 벗어나면 그리니치 공원이 바로 나온다. 공원이 워낙 크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다만 공원 초입부터 그리니치 천문대까지 꽤 많이 걸어가야 하는데, 그 길이 완만한 오르막이다. 처음에는 설레고 들뜬 마음으로 힘차게 출발했는데, 천문대에 도착할 때 쯤이면 자연스레 겸손해지게 만드는 길이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남긴 채 그리니치 천문대에 도착했다. 


그리니치 천문대에서 바라본 그리니치 공원과 런던의 모습


그리니치 천문대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그리니치 공원과 런던의 모습이다. 공원 뒤 편으로 높은 건물들이 빼곡하게 보이는데, 그 곳이 바로 앞서 이야기한 카나리 와프 지역이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고 천문대 쪽을 바라보면 세계의 중심이 되는 시계가 시간을 표시하고 있다. 항상 그리니치 시간, 그리니치 천문대에 대한 이야기를 교과서에서만 듣다가 이렇게 실제로 보게 되니까 새삼 신기했다. 


그 시계를 보고 표를 구입한 후에 천문대 안으로 들어갔다. 본초자오선은 천문대 안쪽에 있기 때문에 이 선을 보려면 표를 구입해야 한다. 가격이 꽤 비싸서 순간 고민하긴 했는데, 그래도 미련을 남기고 싶지 않아서 천문대 안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안쪽에는 본초자오선 뿐 아니라 시계의 역사, 천문대의 역사에 대한 박물관도 있었는데, 사진과 실물 위주로 전시하고 있어서 쉽게 이해하면서 둘러볼 수 있었다. 


그리니치 천문대에 있는 본초자오선


박물관을 한 바퀴 둘러보고 출구로 나오면 본초자오선이 눈 앞에 나타난다. 알게 모르게 뭔가 대단한 것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 선을 처음 봤을 때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그냥 땅 위에 그려진 선인 뿐이었고, 특별한 무언가가 느껴지진 않았다. 하지만 나중에 깨달았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본초자오선을 어떻게 대단하게 만들 수 있을까, 그냥 땅 위에 선 하나 그려놓는 것이 최선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본초자오선을 중심으로 세계 주요 도시의 위치가 바닥에 표시되어 있다. 자연스럽게 서울도 찾아봤는데, 그 곳에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뭔가 자랑스러웠다. 외국 나가면 애국자 된다는 말이 이런 데서 나오는 듯 싶었다. 그 위에서 사진도 찍고, 선 위를 지나다니면서 동쪽과 서쪽을 수도 없이 지나다녔다. 특별할 것 없는 하나의 선일 뿐이었는데, 그 선이 가진 의미가 새삼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본초자오선 바닥에 쓰여진 서울의 위치


오늘은 이렇게 런던 남서부 외곽에 있는 그리니치 천문대에 대한 이야기를 써 보았다. 다음에도 영국의 동네 이야기로 찾아올 것이다. 

이전 08화 런던의 박물관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