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제부터 계속되어온 고민으로 시작되는 아침이었다. 머리가 복잡하고, 마음이 불편하다. 늘 해오던 새벽 독서도 눈에서 글이 도망간다. 나와 같은 성격이 아니라면 벌써 해결했을지도 모를 그런 고민이다. 어쩌면 처음부터 고민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요즘 코로나로 내가 원래 하던 오후 수업들은 잠정 연기가 되고, 현재는 초등학교 돌봄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다. 그마저도 방학 때는 원래 돌봄 선생님이 계시니 3주가량 그냥 쉬었다. 그사이짧은 여름방학을 끝내고 여기저기 학교들이 개학을 준비한다. 2학기는 전체 등교를 생각했던 학교들이 다시 코로나 비상사태로 인해 원격수업이나 격주 수업으로 돌리면서 또다시 긴급 돌봄 선생님이 필요해졌다.
제일 먼저 신청받은 학교는 내가 좋아하는 학교다. 집에서 제일 가깝기도 하고, 새 건물에다 신설될 때부터 연이 있었던 학교라 맘이 그냥 가는 그런 학교다. 그런데 2학기는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시작되어서 이미 예정되어 있던 중학교 일정과 학교에서 원하는 일정이 맞질 않는 거다. 담당 선생님께서도 일정이 맞으시는 분 위주로 뽑고 있으시다고 내 물음에 대한 답을 받았다.
그리고 연달아 다른 학교에서도 긴급 돌봄 선생님을 구하신다. 방학 전 나갔던 학교이긴 하나, 이 학교는 다른 학교보다 30분 일찍 출근해야 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올해 초등학생이 된 우리 아들도 돌봄 교실을 이용한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9시까지 등교해달라고 계속 연락이 온다. 나는 8시에는 나가야 하는데~ 시간상 50분 정도의 공백을 아이가 혼자 감당해야 한다. 그런 여유있는 성격이면 고민거리도 아니겠지만, 오늘 아침에도
'엄마 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하는 물음을 하며 무거운 표정으로 학교를 갔다.
내 성격의 문제는 여기저기서 보인다. 내가 원했던 학교에서 선생님을 다 구하지 못해서 선생님 일정 맞춰준다고 연락 왔을 때는 이미 신청해 놓은 학교가 있어서 못하게 되었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때 신청학교를 취소하고 여기 학교로 갔어야 했다. 그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필요한 용기다. 이게 왜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모르는 성격들도 많은 것을 안다. 나는 의리라는 필요 없는 낱말을 가져다 쓰며, 아직 미움받을 용기가 없다. 미리 신청한 학교는 아직 확정 스케줄도 아닐 뿐 아니라, 그사이 다른 선생님들은 자기가 원하는 학교로 이동했다는 것을 알고 나니, 내 성격에 더 화가 난다.
그렇게 하루를 고민하고 오늘에야 용기를 내어본다. 여기에는 우리 아이 돌봄 선생님께서 9시 전에 오면 안 된다는 확인 문자를 받은 뒤다. 복잡한 사안들이 지금은 용기를 내야 한다고 부축 인다. 전화를 걸었더니 당연히 내 자리는 없고, 어제라도 연락 주시죠? 우리 힘들게 선생님을 구했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울고 싶다.
무언가 화를 낼 거리를 찾고 싶어 진다.
'왜 아이들을 9시까지 오라는 거야? 9시 근방까지 기다리다가 출근할 수 있는 직업이 몇이나 된다고!'
이제 감정 없는 시스템에 화를 내어본다. 그러나 해결된 것은 없고, 어제 그 당시에 결정을 했어야 하는 것이 최선이었다는 결론이 선다.
그렇다고 내가 결정을 못하는 편은 아니다. 난 자칭 타칭 엄청난 결단력의 소유자이다. 그러나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한 일에서만은 항상 결정장애를 겪는다. 이런 성격 임을 알고 부단히 고치려고 하나, 막상 지나고 보면 또 그 자리다. 이젠 변하고 싶다.
그것보다 그전에 이일을 해결해야한다. 대안은 2가지다. 담임선생님의 혜안을 먼저 빌려보고, 아이와 잘 타협하는 것! 그런데 서글퍼진다. 엄마가 결정을 못한 사이에 힘듦을 아이가 감당해야 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 미움받을 용기가 없어서 사실 제일 피해 보는 사람은 우리 가족이다. 내가 화가 난 상태를 어떤 식으로든 겪었을 테고, 그리고 오늘과 같은 사태에서 감당해야 는 부분이 생긴다. 이번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에는 내 콘텐츠를 찾아야지~하면서 건설적이었는데, 그전에 성격 체인지가 시급하다. 오늘따라 더 쓴 커피를 마시며, 또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