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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ㅁㅁㅁㅁ Oct 17. 2022

인생은 계산기를 초월해

시간선택제를 하면서 근무시간이 주 40시간에서 20시간으로 줄어든 대신, 월급도 반 이상 줄었다. 그전까지는 하루하루가 마냥 행복했는데, 생각해보니 돈으로 시간을 산 거였다.


주 20시간 자유이용권 가격 : 한 달 약 150만 원

일일 영수증 내역 : 남들 출근할 때 늘어지게 자기 2만 원, 맑은 정신으로 일기 쓰기 2만 원, 아침부터 요가원 가기 3만 원, 반나절 글쓰기 4만 5천 원, 네컷만화 그리기 2만 원, 기타 연습하기 3만 원   

돈으로 환산해보니 눈치가 보인다. 내 인생이 만약 하나의 기업이라면, 올해 ㈜내인생컴퍼니는 무리수를 던진 것이다. 복지팀과 연구개발팀은 일할 맛 난다며 얼굴이 폈지만, 회계팀은 의욕이 없다. 경영진도 약간 위기감을 느끼고, 기업회생연구소에 컨설팅을 받기로 했다. 물론 셀프다. 처방은 생각보다 효과가 있었다. “지금이 기회랍니다. 기업이든 인생이든 오래가려면 철학이 있어야 하지요. 그동안의 방황을 접고 장기 비전을 세워 보세요.”


나는 회계팀 앞에서 올해 약 천팔백만 원의 투자를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자부했고, 그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놀고먹느라 행복하고 별다른 성과가 없어 보이지만, 언제 이렇게 놀아보겠나 싶다. 구체적인 변화는 연말에 보고서를 써보기로 하고 (안 쓸 것 같다) 남은 3개월은 마저 즐겨야겠다. 인생은 언제나 계산기를 초월한다고 합리화하며. 당분간 계산기 전원은 끄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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