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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ㅁㅁㅁㅁ Oct 18. 2022

시간선택제




학교생활로 방전되는 나날은 잠시 안녕! 퇴근 후 너덜너덜 진 빠진 상태가 아닌, 아침의 쌩쌩한 컨디션으로 무엇을 할까. 좋아하는 일에 시간과 열정이 뒷받침된다면 그 일이 더 좋아질까? 좋아하는 일을 계속 좋아하는 것도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이 뭐냐고? 잘 모르겠다. 찾고 싶다. 사실은 어렴풋이 알고 있다. 모른 척하는 이유는 실패가 두렵기 때문이다. 꿈, 목표, 도전과 같은 단어는 꺾어질 게 두려워서 고개를 못 내민다. 나무는 열매를 떠올리는 순간부터 가지를 뻗지 못한다. 컷. ‘살던 대로 살아. 해서 뭐해. 어차피 안돼. 시간만 버려.’ 네가 한눈파는 분야는 나 없이도 이미 넘치게 잘 돌아가고 있으니 넘보지 말라고, 마음속 칼날이 쓸데없는 가지를 탁탁 쳐낸다. 우스워질까 봐 미리미리.     


어쩐지 안쓰럽다. 성공과 실패라는 잣대가 나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실체 없는 두려움에 움츠러든 나무에게 물을 줘보기로 했다.

  

'올해는 시간이 많이 생겼으니 압박감 느끼지 말고,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즐겨봐. 맛있는 요리를 해서 가족들과 나눠 먹듯, 친구들과 신나게 춤을 추듯이 말야. 결과물에 매여서 재미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서두르지 말고 오래오래 지속하길 바라.'    


단기간에 어떤 성과와 결론을 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조용히 사라졌다. 교사의 일과 좋아하는 일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기보다, 무엇이든 오래 사랑할 수 있는 뿌리를 마련하고 싶다. 나의 조그만 나무에게 차가운 칼날을 거두고 어떤 열매를 맺든 어디로 자라나든 괜찮으니 듬뿍 물을 줘보기로 했다. 이 선택이 내 삶에 대한 물음표이자 쉼표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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