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제로의 장점과 단점
내가 살면서 처음으로 대출을 받아본 건 결혼하고 난 뒤 받았던 전세자금대출이었다.
결혼하고 원룸에 월세로 살고 있었는데 임신한 것을 알고 부랴부랴 18평짜리 전세 아파트로 옮기게 되면서
전세자금대출을 받게 됐다.
당시 이율이 얼마였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질 않지만 아마 연 5% 전후이지 않았을까 싶다.
9000만원 전세에 70%정도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어서 5000만원이 넘는 빚이 생겼다.
주거로 인해 어쩔수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꽤나 신경이 쓰였다.
뭔가 엄청 가난해진것 같단 생각이 들기도 하고...
다만 이 당시엔 이자만 매달 내면 원금은 따로 갚아나갈 필요가 없었다는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아이를 낳고 복직을 해야해서 어쩔수없이 시어머니와 함께 살기 위해 더 큰 집을 옮겨야 했었다.
그래서 전세 1억4000만원짜리 34평 아파트로 옮겼다.
추가로 전세자금대출을 받았다. 70% 정도였으니 빚이 거진 1억원이 됐다.
점점 더 가난해지는 느낌이었다.
이 돈을 빨리 갚고 싶은 마음에 복직하고 돈도 모으고 더 악착같이 살았다.
재테크 책을 보면 빚은 좋은 빚과 나쁜 빚이 있다고 했다.
내가 받은 전세자금대출은 그나마 좋은 빚에 속했다.
그래도 내달 나가는 이자가 아까워 더 열심히 돈을 모았던 것 같다.
대출이 있어 더 열심히 일하고 더 열심히 돈을 모았다.
이런 측면은 빚이 있어 좋은 점이라고 할까?
돈을 모아야 하는 동기부여를 해주니 말이다.
그러다 신도시에 집을 하나 분양받게 됐다.
당시 집값은 3억원 정도.
계약금 정도만 있는 갖고 있는 돈으로 해결하고
중도금은 이자후불제, 잔금은 주택담보대출로 해결했다.
이때 내 기억으로는 집값의 50% 정도를 대출로 해결했던 것 같다.
집을 매수하면서 빚이 더 늘었다.
그래도 내 집이 생겨 좋았다.
이율은 한 4% 대였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이 돈을 갚기 위해 난 더 열심히 살았다.
대충 남편과 나의 소득의 50% 이상은 저축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입주한지 3년 만에 대출금을 다 갚았다.
모은 돈과 함께 남편 자사주를 팔아 드디어 결혼 10년 만에 빚없는 생활로 돌아갈 수 있었다.
너무 홀가분하고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빚이 없으니 뭔가 허무하고 공허한 생각이 들었다.
빚을 갚아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는데 그 목표를 달성하고 나니 허무함이 몰려왔던 것 같다.
행복하긴 했지만 이자로 나가는 돈이 없어 돈은 더 잘 모이는 것 같기도 했었는데
그래도 뭔가 모를 아쉬움이 있었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좀더 좋은 상급지로 이사를 가서 다시 빚을 지고 갚고 한다고들 하더라.
그런데 난 그렇게는 하기 싫었다.
그때 만약 그렇게 했다면 더 돈을 많이 벌었을까?
내 집이 있고 내가 사는 동네에 정이 드니 상급지로 가고 싶은 생각이 딱히 안들었다.
애가 학교에 들어가니 더더욱 이사가 어려웠다.
우리 세식구 이정도면 됐지.
대신 돈을 모아 주식을 해보자!
주식으로 투자하지 모! 싶었다.
그렇게 생각했던게 지금까지 와서 결국 우리집 자산의 80%는 주식, 단지 20%만이 부동산이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 부동산 투자할래? 주식할래? 한다고 물어봐도
걍 빚없이 월급 모아 주식할 것 같다.
빚을 청산하고 나서 한동안 돈 모으기 동기부여가 잘 안됐는데
얼마후 파이어족을 목표로 하고 열심히 가계부도 쓰고 돈도 알뜰하게 모았다.
새로운 목표를 세팅하니 빚을 갚기 위해 열심히 살았던 것처럼 또 그렇게 살아지더라.
근데 이제 파이어족 목표금액까지 달성이 됐다.
그럼 이젠 재정적으로 어떤 목표를 가져야 할까?
아직 답을 못찾았다. 천천히 찾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