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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형 형사 Mar 01. 2021

제 이름을 알리게 된 수사기법 탄생의 비밀

22살 파출소 순경으로 시작하여 41살 강력형사의 이야기...


경찰 내부에 제 이름을 알리게 된 수사기법 탄생의 비밀

현재에는 사회발전의 속도가 빠르고 첨단 IT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기업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과거 잠복과 발로 뛰어다니던 수사환경도 그에 맞추어 급변하게 되었고, 인터넷과 IT기술이 범행에 사용되면서 새로운 수사기법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습니다.

10여 년 전 카카오톡이나 라인 등 문자메시지를 대신할 모바일 SNS가 처음 생기면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되었고, 이를 범행도구로 이용한 범죄가 급증하였습니다.

당시 제가 맡은 사건 중 하나가 이런 SNS을 범행도구로 사용한 절도 사건이었는데, 범인에 대한 것은 흐릿한 커피숍의 CCTV 사진 한 장과 피해자분의 휴대폰에 남아있는 SNS 메시지 몇 개가 전부였습니다.

저역시도 생소했기에, 지금은 굴지의 대기업이 된 그 SNS 회사 컴퓨터에 남아있는 범인의 단서를 찾기 위해 회사 프로그래밍 실무자와 수십여 차례에 걸쳐 통화를 하면서 단서를 발견하기 위한 추적용 압수수색영장을 만들어 검사님에게 신청하면서,

저와 마찬가지로 생소했던 검사님은 제가 영장을 신청할 때마다 전화를 하셔서 "김형사님, 이 영장으로 어떤 단서가 나오는 거죠? 이 영장으로 정말 단서 확보가 가능해요?"라고 매번 물으셨습니다.

2개월에 걸쳐 4~5차례 영장으로 발췌한 방대한 데이터 정보를 가지고 머리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면서 확보한 정보를 아무리 분석해도 범인을 추적할만한 쥐꼬리만 한 단서도 찾지 못하였습니다.

이 '모바일 SNS 수사기법'을 만들어 처음으로 전국의 수사관들과 공유를 하였는데,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듯이 이 기법은 일주일이 걸릴 수사를 2~3일로 줄일 수 있어서 일선 수사관들의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수사기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그 기법으로 범인을 검거하여야 하고, 기법의 실효성이 증명되어야 하는데... 제가 만들었지만 사실은 이 기법으로 당시의 범인을 잡은 것은 아닙니다.

저희 경찰서는 '광역통합유치장'이라고 하여 저희 경찰서뿐만 아니라 인접한 다른 경찰서에서도 저희 경찰서의 유치장을 사용합니다.

당시에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였지만 결국 단서를 찾지 못하였고, 범인을 잡는 것을 거의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른 사건으로 일이 있어서 유치장에 잠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토록 잡고 싶어 했던... 커피숍의 흐릿한 CCTV에 찍힌 바로 그놈이 유치장 방안에 덜렁 앉아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저는 너무 놀라 제 눈을 의심하며 손가락으로 범인을 가리키며 범인에게 "어~ 어~, 야!!! 니가 왜 여기 앉아있어?"라고 하였고, 범인도 깜짝 놀라 저를 보면서 밥풀을 튀기며 자기 손가락으로 자기 얼굴을 가리키면서 "예? 저.. 저요?"라고 했습니다.

범인은 제 사건이 아닌 또 다른 범죄를 저릴러 옆 경찰서에 있는 다른 형사에게 붙잡혀 저희 유치장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었고, 범인을 조사해보니 제가 만든 수사기법으로는 단서를 찾을 수 없고 범인을 절대로 잡을 수 없다는 것을 그때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에 저는 '모바일 SNS 수사'로는 절대로 잡을 수 없는 범인을 3개월에 걸쳐 수사를 하면서 범인을 잡고야 말겠다는 집념으로 그 모바일 SNS 수사의 끝까지 파고들었던 것이었고, 그렇게 탄생한 수사기법이 전국 수사관들에게 제 이름을 알리게 된 첫 계기가 되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범인이 제 수사에 의해 일찍 잡혔다면 아마도 이 수사기법은 나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국민에게 사랑받는 경찰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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