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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형 형사 Jan 29. 2021

용의자X

국민에게 사랑받는 경찰을 꿈꾸다...

 

용의자X


10여 년 전 일본 영화 '용의자X의헌신'의 리메이크작인 '용의자X'의 영화 시나리오를 감수했었습니다.


누구도 깰 수 없는 완벽한 범죄 알리바이를 만드는 천재 수학자와 그것을 깨려는 형사의 대결 속에 사랑이라는 요소가 가미된 영화입니다.


'용의자'란 단어는 범인으로 의심되는 부정적인 의미의 단이며 어느 누구라도 수사기관으로부터 용의자로 지목받기는 싫을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 속에는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살인이란 범죄 사건 속에 절대 불변의 가치인 '사랑'이라는 의미를 가볍지 않게 녹여냈습니다. 그래서 일본 영화 제목 뒤에는 용의자와는 어울리지 않는 '헌신'이란 단어가 붙었나 봅니다.
 


'용의자X의헌신'과 '용의자X' 영화 포스터



작가님들께서는 지인 분의 소개로 저희 경찰서 형사과에 방문을 해 주셨는데, 작가님들은 저를 만나기 전에 이미 저보다 형사 경력이 화려한 두 분의 베테랑 형사님들을 만나셨고 제가 세 번째로 만난 형사라고 하셨습니다.


작가님들은 먼저 저에게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 가가 쓴 '용의자X의 헌신'이란 소설과 일본 영화를 본 적이 있냐고 물으셨습니다. 제가 아직 못 봤다고 얘기를 하자, 그러면 시나리오 감수 작업이 끝날 때까지는 일본 소설이나 영화를 보지 말아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며칠 후 작가님과의 두 번째 미팅 때 묵직한 두께의 시나리오를 받았습니다. 영화의 시나리오는 처음 보는 거라 신기하고도 하였고, 감수라는 작업이 한편으로는 설레기도 했었습니다.

 
당시에는 아직 배우들 캐스팅되지 않아서 누가 범인 역이고 누가 형사 역인지 전혀 몰랐었습니다.


시나리오 작업을 마치고 1년 정도가 지났지만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식은 없었습니다. 솔직히 궁금하기도 했지만 작가님에게 전화해서 영화가 언제 개봉하냐고 물어보기도 좀 그랬었고, 듣기로는 영화는 제작이 되다가도 엎어지는 경우(제작 중단)가 잦다고 하여 속으로는 '영화 제작이 중단됐나...'라고 생각을 하고, 저도 업무에 바빠 시나리오를 감수했었다는 것도 잊은 채 지냈습니다.


2년이 지나서 어느 사건 현장에서 수사 중일 때 작가님으로부터 영화가 곧 개봉을 한다는 전화를 받았고, '민범 형사역'을 조진웅 배우님께서 하신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리메이크 하원작에 없던 형사 배역이 추가되었고, 시나리오를 쓰신 이정희 작가님과 공주 작가님께서 저를 보시고 캐릭터 모델을 잡은 게 조진웅 배우님께서 연기하신 '민범' 형사습니다.


세 번째로 만난 형사로써 경력이 가장 짧았던 저였지만, 아마도 작가님들이 머릿속으로 그려 놓은 '민범 형사'의 이미지와 제가 가장 비슷하여 저에게 시나리오의 감수를 요청하셨던 게 아니었나 합니다.


영화가 개봉하였을 때 아내와 함께 영화를 보러 갔는데... 영화를 보 동안 아내는 러 번 민범 형사가 저와 비슷하다는 얘기했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범인의 중요 단서를 발견한 조진웅 배우님께서 "지금부터는 (범인과 나 둘 중에) 누가 먼저 쓰러지느냐, 그 싸움이거든"이란 대사를 하시는데, 그 말이 실제로 제가 수사를 할 때 입버릇처럼 쓰는 말입니다.

  

 

2012년 국민일보 기사




용의자X 메인 예고편 (출처 유튜브)

https://youtu.be/a44nlLVZpzc

용의자X 메인 예고편 (출처 유튜브)




 

 

국민에게 사랑받는 경찰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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