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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형 형사 Jan 29. 2021

형사와 연애

22살 파출소 순경으로 시작하여 41살 강력형사의 이야기...

 

형사와 연애

강력형사에게는 출근시간만 있고 퇴근시간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매월 나오는 근무표가 있지만 그것은 단지 월급 정을 위한 표일 뿐, 출퇴근 시간은 전적으로 수사 일정에 달려있습니다.

초짜 형사 시절에는 조장님이 정해주는 시간이 제 출퇴근 시간이었는데, 퇴근시간을 모른 채 근무를 한다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었습니다.

형사 생활은 저뿐만 아니라 제 애인(현 아내)도 마찬가지로 힘들어했습니다.

애인과의 연애 7년 차에 강력팀에 들어갔었고, 7주년을 맞아 저녁을 함께하고자 대학로의 근사한 레스토랑을 한 달 전에 예약을 했습니다.

혹시 몰라서 기념일 전날 조장님에게 내일이 애인과 기념일이라고 저녁에 식당을 예약해 놨다고 얘기를 하였더니, 조장님은 걱정 말라고 하셨습니다.
 

 
다음날 아침 출근을 하였는데 조장님께서 오토바이 날치기범의 은신처를 찾아냈다면서 바로 분당에 잠복 나가게 장비를 챙기라고 지시를 하셨습니다.

분당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불안한 마음에 혹시 조장님이 제 기념일을 잊으셨는지 물었더니, 1~2시간 안에 잡을 수 있으니 걱정 말라고 하셨습니다.

아침부터 시작된 잠복은 오후 6시까지 계속되었고 저는 조장님에게 대학로 식당 예약이 7시라고 얘기를 하자, 당신은 계속 잠복을 할 테니 퇴근하라면서 지하철을 타고 가면 늦지 않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잠복 차에서 내릴 수가 없었습니다.

둘의 잠복은 다음날 새벽까지도 계속되었고, 그로부터 12시간이 지난 06시쯤 은신처에서 나오는 범인을 검거하여 경찰서로 돌아오니 09시... 다시 출근시간이었습니다.

애인은 그로부터 일주일간 제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2003년 속초에서


  


 

 

국민에게 사랑받는 경찰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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