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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형 형사 Jan 29. 2021

범인의 단서와 악몽

22살 파출소 순경으로 시작하여 41살 강력형사의 이야기...


범인의 단서와 악몽

저는 어려서부터 악몽을 꾼 적이 없었습니다. 평소 낙천적인 성격인 탓도 있고, 술 한잔 마시고 자면 아침까지 푹 자는 타입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 가끔 악몽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 속 형사는 마치 무속인처럼 정말 기가 막히게 단서를 찾아내고 범인을 잡아내지만, 현실의 형사는 그렇지 못하며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는 어떤 베테랑 형사라도 사실 별수가 없습니다.

범인이 현장에 남긴 조그만 단서를 찾고 그 단서를 계속 연결지어 추적하면서 범인에게 가까이에 다가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그게 직업이니 교육과 훈련을 통해서 그 단서를 찾아내는 능력을 키워가는 겁니다.

형사 생활에 적응을 하고 언제부턴가 '다른 형사가 놓친 범인은 내가 잡아도, 내가 놓친 범인은 누구도 못 잡는다'는 각오로 범인을 쫓기 시작했는데, 그때쯤부터 동료들에게 '선수'라는 말을 듣기 시작하였고 제 악몽도 그때즘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수사기간은 짧을 수도 있지만 몇 개월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범인이 흘린 단서들를 쫒아가면서 찾은 단서들을 계속 연결 지어 범인에게 다가다가,

어느 순간 단서가 끊긴다거나, 범인을 잡을 결정적 단서로 확신했던 단서가 무용지물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게 되면... 그날 밤에는 희한하게도 악몽을 꾸게 됩니다.

그전에 식은땀을 흘리며 악몽을 꾸는 제가 보기 안쓰러워 한 두 번은 아내가 저를 깨워준 적이 있었는데, 잠을 깬 저에게 아내는 "왜 그래, 범인 못 잡을 거 같아?"라고 물었습니다.

 

 

현장 CCTV 확인 모습

 

 


 

 

국민에게 사랑받는 경찰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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