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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형 형사 Jan 27. 2021

강력팀에 걸린 사기꾼

국민에게 사랑받는 경찰을 꿈꾸다...

 

강력팀에 걸린 사기꾼

 

경찰에서는 해마다 일정 기간을 정하여 총포와 도검, 화약류의 집중단속을 실시합니다.

몇 년 전에 저희 팀에 '도검 소지' 첩보가 한 건 들어왔습니다. 잭나이프였는데 영화를 보면 손잡이를 몇 번 돌리면 멋지게 단검으로 변하는 종류의 칼이었습니다.

폭력 전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용의자는 폭력 전과는 전혀 없었고 의외로 사기 전과가 수두룩 하였고, 이미 다른 3곳의 경찰서에서 '사기죄'로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지명수배가 된 상태였습니다.

사기죄는 주로 수사과 경제팀에서 수사를 하는데 3건이나 수배되어 이미 도피생활을 하던 용의자가... 어찌 된 건지 '도검 소지' 혐의로 저희 강력팀에 걸리게 된 겁니다.
 

 
직업이 '사기꾼'에 화려한 전과기록 그리고 몇 년 전부터 도피생활 중인 용의자를 추적하는 게 만만치 않을 거란 느낌이 들었지만, 주변 기초수사부터 시작하여 통화내역을 까나가면서 차곡차곡 파고 들어가자... 아마도, 용의자 자신도 미처 모르게 흘린 단서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겨우 겨우 용의자가 사용하던 휴대폰 1대를 찾아냈는데, 역시 대포폰이었고 보름 전에 이미 해지가 된 상태였습니다. 그건 추적을 피하기 위해 벌써 다른 대포폰으로 바꾸었다는 뜻이었습니다.

어렵게 찾아낸, 이미 해지된 휴대폰의 통화내역을 발췌하여 분석을 하였는데, 희한하게도 애인으로 추정되는 휴대폰 번호가 3개나 나온 것이었고 그중 1개는 연인으로 사귀어오다 얼마 전에 헤어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조심스럽게 헤어진 연인으로 보이는 휴대폰 번호의 주인을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처음 그녀는 오히려 저희를 의심하면서 말문을 열지 않았습니다. 카페에서의 어색한 긴 시간이 흐른 후, 그녀는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습니다.

그녀는 용의자가 모 그룹의 회장님의 손자, 그러니까 재벌 3세로 알고 있었습니다.

용의자 성이 실제로 그 그룹의 회장님의 성과 같았고 이름도 비슷했으며 그녀와 함께 찍은 사진 속의 용의자는 명품 옷에 부티가 자르르 흘렀고 그 그룹에서 만든 가장 값비싼 차를 타고 다녔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결혼을 전제로 만난 용의자에게 이미 큰돈을 빌려준 상태에서 헤어지지도 않았는데 용의자가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어 그 그룹 회사에 전화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하던 차에 저에게 전화가 걸려왔다고 했습니다.

더욱 놀란 건 제가 애인의 휴대폰으로 추정했던 다른 휴대폰 번호 2개를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고, 한 명은 용의자가 자신을 만나기 전에 잠시 만났던 과거의 애인으로, 다른 한 명은 화류계의 여성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다른 휴대폰 번호 2대의 주인 분들을 차례로 만났고, 찬찬히 얘기를 들어보니 그분들도 처음 만난 그녀와 똑같은 상황이었습니다.
 

 
과거 용의자는 벤처 사업가라고 속여 사기를 치던 수법이, 2~3년 전부터 모 그룹에서 만든 차를 타고 다니면서 자신의 성과 같은 모 회장의 손자를 사칭하는 것으로 변화된 것이었습니다.

도검 소지라는 혐의가 아니라 어떡해서든 숨어있는 곳을 찾아내, 반듯이 교도소에 집어넣어야겠다는 오기가 끓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끈질긴 추적 끝에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용의자의 은신처로 추정되는 오피스텔을 하나 찾아냈고, 그 주변에서 여러 날에 걸친 잠복 끝에... 새벽시간 그 값비싼 차를 타고 와 주차장에 세워놓고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기다리는 용의자의 뒤통수에 대고 그놈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야, 니 할아버지가 진짜 □□그룹 회장님이야? 이 ××야!!!"

 

 

영화 '베테랑'의 한장면

 

 


 

 

국민에게 사랑받는 경찰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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