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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가치 Nov 21. 2024

학생이 침을 뱉었다.

"무슨 짓이야!"


점심시간에 잠깐 회의가 있었다. 5교시 수업에 늦지 않기 위해 서둘렀다. 평소 앞문을 열고 들어가지만, 그날은 뒷문을 열었다. 학생이 바닥에 침을 뱉고 있었다.


평소에도 수업 태도가 좋지 않은 학생이었다. 수업 시간에는 엎드려 잔다. 졸리지 않은 날엔 낙서를 한다. 교과서는 펴지 않는다.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수업 시간에 자고 있으면, 걱정스럽게 말한다. "몸이 안 좋으면 보건실에 누워 있을래?" 고개만 가로젓는다.


눈치가 없다. 다른 학생은 엎드리지 않는다. 그 학생만 엎드려서 잔다. 깨워도 소용이 없다. 몸이 아프지 않은데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자는 학생은 처음이다.


그날은 왜 그랬을까?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몇 달 전의 일이다. 스스로 물어봐도 모르겠다. 


소리를 질렀다. 학생은 아무 말이 없었다. 교실 바닥에 침을 뱉은 학생은 처음이다. 게다가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처럼 퉤 하고 뱉는 침도 아니었다. 고개를 숙이고 침을 끝없이 뱉고 있었다. 바닥에 고인 침이 불쾌했다.



연극 무대의 배우처럼 독백을 했다. "왜 침을 뱉었지? 왜 닦을 생각도 하지 않지? 아니, 도대체 왜 교실 바닥에 침을 뱉는 거지? 여긴 다 같이 생활하는 공간이잖아!" 나도 모르게 머리가 뜨거워졌다. 지금도 그때 일을 잠깐 떠올렸는데 숨이 뜨겁다.



얼른 눈을 감고 미소를 짓는다. 잠든 아내와 딸을 생각한다. 마음이 편해진다.



직접 물어볼 수 없었다. 진정하고 말을 예쁘게 할 수 없었다. 교감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했다. 교무실로 학생을 데려가서 상담을 하셨다.



바닥에 우유 자국이 있었다. 침으로 지워야겠다고 생각했단다. 교실에 물티슈가 있다. 다 떨어지면 직접 교체도 한다. 굳이 침으로 지울 필요가 있었을까.



브런치에 매일 글을 썼다. 책을 매일 읽었다. 그래서 버틸 수 있었다.


그 학생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로 했다. 그 학생은 학교에서 잠을 자야 했다. 밤새 TV를 봤다. 밤새 스마트폰을 했다.


이제 졸리면 엎드려서 자라고 한다. 깨우지 않는다. 하루는 아홉 시부터 열한 시 삼십 분까지 잤다. 푹 자고 일어나서 좋은 컨디션으로 낙서를 열심히 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건강하게 등교했으니 다행이다. 살아있어 줘서 고맙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에서 린 그라본이 말했다. "궁극적으로 잊어버리는 용서를 하고, 좋은 느낌을 갖는데 집중한다." 이 구절을 알았다면, 평소와 같은 하루가 되었으리라. 


이 글을 쓰기 전까지 잊고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별일 아니다. 아무렇지 않게 물티슈를 준다. 닦으라고 조용히 이야기한다. 휴지통에 물티슈를 버리고 손을 닦으라고 하면 끝.


좋은 느낌이 중요하다. 상대방의 잘못도 지나고 나면 아무렇지 않다. 이제는 웃으면서 침을 닦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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