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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dolf Jun 27. 2023

한여름 밤의 신비

밤하늘의 전설은 죽지 않는다

1년 중 밤하늘이 가장 화려한 계절은?

    물론 겨울이다. 겨울은 밤이 제일 길고, 그러다 보니 어둠도 제일 깊다. 그러니 당연히 별이 많이 보일 수밖에. 게다가 겨울은 1년 중 가장 공기가 맑다. 이처럼 겨울은 밤하늘을 관찰하는 데 가장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름 역시 겨울 못지않게 밤하늘이 화려하다. 짧은 밤이지만 여행지에서, 바다에서, 산에서, 강가에서 올려다보는 여름의 밤은 그저 황홀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게다가 그대와 손을 잡고 밤하늘의 별을 센다면 그것은 밤하늘의 별이 많고 적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황홀할 뿐이지. 따라서 한여름 밤은 그저 신비스럽다고밖에 할 수 없지 않을까.



인류는 고대로부터 하늘의 별과 별자리를 보고 방향을 찾고 운명도 찾았다. 그러다 보니 별의 위치를 알아야 하기에 별자리를 만들고 이름을 붙여주고 하면서 별들 속에서 길을 찾았다. 그리고는 자연스레 별자리 이야기도 흘러나오게 되었을 테지.

    밤하늘의 별자리. 그들 속에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도 먼먼, 아득히 머나먼 이야기들이. 지금도 별자리에는 먼먼 옛이야기들이 숨어 있는데, 먼먼 옛날 옛적에도 역시 별자리에서는 그보다 더 멀고 먼 옛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보다 더 먼 인류의 조상들도 손도끼 들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그보다 더 멀고 멀고 먼 옛이야기들을 들었을 것이다. 밤하늘에서 저절로 흘러나오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들을.

    그렇다면 질문 하나. 별에는, 그리고 별자리에는 정말로 옛이야기들이 숨어 있을까? 여기에서 ‘에이, 별자리가 별자리지 뭐 별 게……’하고 말하는 분이 있으면 낙제. 아니면 탈락. 인생낙제 또는 인생탈락이라는 말이다. 밤하늘 올려다보고 가슴 뭉클한 감정 하나 없이 ‘별은 별이요, 달은 달이지 뭐’ 이렇게 중얼거리는 사람한테는 돈 빌려주지 마시길. 왜냐? 돌려받기 글렀기 때문이다. 마음에 별도 달도 꿈도 없는 사람은 미래가 없는 것이다. 미래가 없다? 그럼 인생 다 살았다는 건데, 그러면 당연히 미래도 없을 테니 빌려준 돈 돌려받을 기회도 없지 않겠는가.

    각설하고, 지금부터 여름의 밤하늘에 대해서 파노라마를 펼쳐보려 한다. 지겨운 별자리 전설은 빼고.      



밤하늘의 지도     


고대 인류는 하늘의 별과 별자리를 보고 방향을 찾았다. 어떤 때는 베들레헴의 별처럼 사람들에 앞서서 길을 인도해 주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밤하늘에서도 길을 찾기 시작했다. 하늘에 지도를 그린 것이다. 주머니나 가방 속에 꼬깃꼬깃 접어서 집어넣은 지도가 아니라 밤하늘 이쪽에서 저쪽에 이르기까지 광대한 크기의 지도.

    이것은 사실 인류 공통의 보편적인 반응이었다. 지역과 인종을 불문하고. 밤하늘의 별자리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가장 훌륭한 이정표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별자리와 별을 찾기 쉽게 이름을 붙여주고, 거기에서 더 나아가 신화와 동화도 곁들여 주고 하면서 인류는 별과 더욱 가까워지게 되었다. 별과 인간, 즉 자연과 인간이 더욱더 밀착되어 간 것이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을 터이다. 지금이야 지도에서 더 나아가 자동차에 지도 앱까지 설치해 두었으나, 아무리 그래도 밤하늘에서는 별이 최고다. 별에는 방향과 지도뿐만 아니라 이야기까지 있으니까. 때로는 가슴 뭉클하고, 어떤 때는 가슴 아리며, 또 어느 경우에는 가슴 벅찬 그런 수많은 옛이야기들이. 혹 어렸을 때 할머니가 밤하늘 올려다보며 별들의 신화 이야기 들려주셨던 기억이 있는 분들은 정말정말 행운아다. 이북에서 피난 내려온 가정에서 태어나 친척 하나 없고 부모님은 모두 일 나간 전셋집 단칸방 한구석에서 폐결핵으로 피 토하며 어린 시절 보낸 나 같은 꽁생원 말고. (이 낭만적인 한여름 밤에 구질구질한 이야기 슬쩍 끼워놓아 죄송합니다. I’m terribly sorry.)

    사실 별자리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다. 북두칠성, 카시오페이아 이 두 가지는 온 동네 꼬마들까지도 다 안다. 한여름 밤하늘의 거문고자리나 백조자리, 견우직녀 등도 알 사람은 다 알고. 우리뿐만 아니다. 조선왕조실록이나 그 이전 고려사 등의 옛 문헌에서도 천문에 대한 기록은 종종 볼 수 있다. 그 당시에는 밤하늘 별들의 운행을 보고 길흉을 따지기도 했으며, 이는 지금까지 점성술로도 이어져 오고 있다. 신문에서도 태어난 연월일에 따른 운세를 실어주기도 하니까.  



한때 ‘도를 아십니까?’란 말이 유행했다고 한다. 혹 앞으로 누군가가 ‘별자리를 아십니까?’라는 말로 접근해서 별점을 쳐주는 시대가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 경우 차라리 별점보다는 가족이나 친구, 연인들끼리 밤하늘 올려다보며 ‘이 별은 내 별, 저 별은 그대의 별’하고 속삭이면서 낭만을 즐기는 것이 어떨는지. 도시의 매연 속에서도 밤하늘에는 별이 뜬다. 그 별들을 남들이 다 차지하기 전에 먼저 선점하는 호사를 누리심이 어떨지 간곡히 추천을 드린다. 강추!

    그리고 살다 보면 힘들 때가 있잖은가. 그런 경우 밤하늘 올려다보며 눈물, 원망, 서러움 그런 것들 죄다 묻어버리고 그냥 별들 따라 먼먼 여행 떠나며 낭만을 즐기시는 게 어떨지……. 은하수에 쪽배 띄워놓고 흘러가는 대로 망망 우주에 푹 빠지시는 것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쪽배 우주여행도 여행인지라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지도라든가, 여비라든가 뭐 그런 것들 말이다. 게다가……, 밤하늘 먼먼, 깊고 깊은 저 우주 속으로 들어가는데 그냥 훌쩍 떠날 수는 없지 않은가. 사연 한 조각, 손글씨 한 줄이라도 남기고 가심이 어떨는지. 그리하면 그대가 은하수 건널 때 손수건이라도 흔들어 줄 텐데. 하지만 세상만사 다 내 맘 같지 않아, 간다 온다 말없이 훌쩍 떠난 님 야속해서 밤하늘의 길고 긴 강 은하수 바라보며 아린 가슴 쓰다듬는 이가 여기 있다.

    그래, 가시는 님 가시더라도 그 길 비틀거리며 가시지 않게 불 밝혀 드리기 위해 등불을 켜리라. 별들, 크고 작은 별들, 색색의 별들을 그 길 따라 주렁주렁 매달아 님의 앞길에 놓인 돌부리나 웅덩이 밝히 보시라고.

    별들도 등급이 있다. 크기가 아니라 밝기의 등급이. 별들의 크기야 다 거기서 거기가 아니던가. 기껏 눈곱 크기도 안 되는 고만고만한, 앙증스런 조막 같은 꼬마 별들. 그러나 색색별로 화려하기 짝이 없는 하늘의 등불 밝힌 그 길을 설레는 마음으로 한 발 두 발 딛는 밤하늘 나그네의 아슬아슬한 발걸음. 천문학자들이야 쓸데없이 별들까지의 거리를 광년이라는 단위로 표시해 놓지만, 정작 저 별들은 옹기종기 아기자기 모여들어 밤하늘 밤길 별길을 반짝반짝 밝혀주는 것이다.       



밤하늘의 전설은 죽지 않는다     


밤하늘 수놓는 별들은 다 어디에서 왔을까? 별들마다 몇 광년이니 하는 거리 표시를 이름표처럼 달고 다니는데 그거 죄다 소용없다. 게다가 크기는 어떠하고 밝기는 또 어떠하다느니에다 성분 분석까지 해놓는 모양인데, 참 가소롭다는 말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하늘길 내 님 가시는 그 발걸음 걸음걸음 밝히는 데 과학이 웬 말이며, 광년은 또 뭔 수작이란 말이냐? 혹 광년이 광녀(狂女)를 뜻함이 아니라면 그 입 다물고 이 밤 지나도록 밤하늘 수놓는 데만 열중하거라 말씀드리노라. 허허허.

    뭐 그건 그렇고, 밤하늘에서 또 눈에 확 띄는 것이 바로 별자리인데, 대개는 별자리마다 쏙 빼어난 미인처럼 도드라지는 별이 하나씩 있는 것도 참 묘미가 아니던가. 그것을 또한 알파 별이니 베타 별이니 하고 부르는 것을 보면 밤하늘에서도 알파 별들이 참 벨별 고생 다 한다는 생각이 든다. 독일의 철학자요 변호사이며 천문학자인 요한 바이어(Johann Bayer, 1572~1625)가 1603년에 대중을 위한 별자리 안내서를 만들어 별자리마다 밝은 별 순서대로 그리스 문자인 알파(α), 베타(β), 델타(γ) 등의 이름을 붙였는데, 이것이 지금까지도 통용되고 있어서 현재 1,300여 별자리에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각 별자리에 육안으로 보이는 별이 24개 이상이면 라틴어 알파벳을 붙였다고 하는 것을 보면, 각 별자리마다 우리는 잘 구분하지 못해도 수십 개의 별이 모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별자리 명명법을 바이어 명명법이라 부른다고 한다.) 참고로, 별자리에서 별의 순서는 일반적으로 밝기 순서이기는 하지만 간혹 예외가 등장하기도 한단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각 별자리마다 대장 별은 하나씩 있는 셈이다. 이들 대장별을 알파 별 또는 길잡이별이라고 하는데, 이 알파 별만 잘 찾아도 밤하늘의 지도를 제대로 읽을 수 있다.     



별별 색의 별색들     


별들을 자세히 보면 색깔이 조금씩 다르(단)다. 원체 시력이 안 좋은 나 같은 위인이야 별 하면 그냥 별색 하나이지만, 별의 표면 온도에 따라 각기 다른 색깔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푸른 빛을 띨수록 온도가 높다고 하는데, 누가 가서 온도를 재봤냐고!

    하지만 참고로 알아둘 것이 있다. 가스레인지에서 올라오는 불꽃은 푸른색이다. 그리고 불꽃 한가운데로 들어갈수록 붉은색을 띠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불꽃의 온도와 관계가 있는데, 푸른색으로 갈수록 온도가 높단다.

    여기에서 참고로, 각 계절의 대표적인 별자리 하나씩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봄철의 길잡이별은 목동자리의 아르크투루스, 처녀자리의 스피카, 사자자리의 데네브이며, 봄의 대표적인 별자리로는 북두칠성을 들 수 있다.

    여름철의 길잡이별은 백조자리의 데네브, 거문고자리 베가, 독수리자리 알타이르. 그리고 여름철의 대표적인 별자리는 거문고자리와 독수리자리. 그리고 특히 은하수가 다른 계절보다 밝게 보이는 것 같다. 은하수 꼭대기에서는 거문고자리의 베가 별이 환하게 빛나고 있다. 게다가 거문고자리의 베가와 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 그리고 백조자리의 데네브를 서로 연결하면 여름철 밤하늘의 대삼각형이 된다. 그리고 백조자리는 밤하늘 꼭대기에서 십자 모양을 하고 있어서 북십자성이라고도 부른다.

    참고로 가을철 밤하늘에서 커다란 방패연처럼 생긴 별자리는 페가수스이다.

    한편, 겨울철의 대표적인 별자리로는 오리온자리를 들 수 있다. 이 오리온자리 남동쪽에서 밝게 빛나고 있는 별은 바로 큰개자리의 시리우스이다. 시리우스는 우리가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밤하늘의 별 중 가장 밝다. 달을 빼놓고 말이다.      



견우와 직녀     


여름철 밤하늘에 큰 새가 커다란 날개를 활짝 펼친 듯한 별자리가 있는데, 이것이 백조자리이다. 이 별자리는 은하수가 흐르는 물줄기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으며, 이 백조자리를 사이에 두고 거문고자리의 알파 별인 베가, 즉 직녀성이 있으며, 또한 독수리자리의 알파 별인 알타이르, 바로 견우성이 은하수 양쪽에서 서로 마주 보고 있다.

    이 두 별이 동양에서 별의별 이야기가 다 쏟아져 나오는 바로 그 견우성과 직녀성이다.

    견우직녀 이야기야 모르는 이 없을 테지만, 밤하늘에서 견우와 직녀를 직접 찾아보는 일은 전혀 새로운 경험이다. 그저 옛이야기 하나로만 여기지 말고, 한여름밤의 꿈을 실어 은하수 줄기를 주욱 훑으며 낭만을 즐겨 보시기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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