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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dolf Jun 20. 2023

과거로부터 오는 미래의 속삭임

박물관에 가자

과거를 볼 수 있을까? 시간을 역행하는 것이 가능할까? 타임머신을 발명해 봐? 아, 맞다. 타임머신. 그런데 공상과학소설이나 영화 말고 현실에서도 타임머신이 가능한 것일까?

    당연! 사실 우리 주변에는 타임머신이 널려 있다. 과거의 유물, 유적들. 짧게는 몇십 년에서부터 몇백, 몇천, 몇만, 몇천만, 몇억 년의 과거들이 우리 주변에는 널려 있다. 어쩌면 우리들 자신도 아주아주 오래된 유적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몸속에는 과거의 기록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유전자가 보관되어 있으니까. 이와 같은 초미시세계뿐만 아니라 옛 성곽이나 고성 등을 비롯해서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수많은 유적유물들, 바로 이들로부터 우리는 과거를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다. 굳이 타임머신을 동원하지 않아도 된다. 박물관이나 유적들 그 자체가 과거이니까.

    사실 이 글의 목적은 박물관에 가자는 데 있다. 그곳에 가면 우리는 저절로 과거 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그저 보기만 해서는 안 된다. 도취되어야 하는 것이다. 과거의 유물 속에서 우리 자신을 보아야 한다. 그 시대에 내가 태어났으면 어떤 것들을 경험했을지 하는 생각. 그러나 이 역시 생각에 그쳐서는 안 된다. 과거의 사람들이 그 당시의 현실에서 어떻게 미래를 개척해 나갔을지를 더듬어야 한다. 그 연장선의 결과가 지금의 우리들이니까. 박물관은 바로 그 발자취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파노라마이다. 그리고 역사의 순간순간 우리 선인들이 어떤 선택을 하면서 나아갔는지 적나라하게 알려주는 진술서이기도 하다.      

    그러나 만일 과거의 우리들이 조금 달리 방향을 틀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갔다면? 혹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갔다면? 물론 과거는 바꿀 수 없다. 그러한데도 가끔 우리 선조들이 좀더 진취적으로, 좀더 모험적으로 개척해 나갔다면 오늘날 우리 민족은 그리고 우리들 자신은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아슬아슬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으로.  



사실 이렇듯 과거와 미래는 우리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영감도 주고 교훈도 제시한다. 과거의 반추를 통해 교훈도 얻고 성장도 이루어내며 또한 미래의 희망도 품게 된다. 어떤 때는 허무맹랑한 꿈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뭐 어떠랴. 내 마음을 내 맘대로 이리저리 휘젓든 말든 몽땅 내 권리이니까. 그러면서도 간혹 우리의 과거를 통해 지금의 현실을 넘어 나와 그대의 미래를 어떻게 개척해 나갈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내 능력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역사의 능력으로는 가능하리라 희망을 꿈꾸면서 달콤한 꿈에 젖어 보기도 한다. 그리고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그 가능성을 나는, 그리고 우리는 박물관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과거란 무엇일까?      


과거는 우리에게 어떤 사건이나 인물, 문화를 경험하고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거의 상징적인 사건이나 인물을 통해 우리들의 정체성을 형성해 나갈 뿐만 아니라 우리들에게 소속감과 일체감을 갖게 한다. 예를 들어 선조들의 업적과 역사적 사건을 통해 우리들 자신이 속한 사회나 국가의 근본을 깨닫게 되고, 또한 과거의 문화유산을 통해서 우리의 민족적 동질성과 가치관이 형성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과거는 무엇일까? 우리 역사의 고비고비마다 있었던 특정한 사건이나 인물 또는 문화적 요소들이 우리 민족의 수많은 경험들과 연결되어 현재의 우리에게 하나의 문화적 가치를 부여해 주는 것은 아닐까? 문화적 가치, 즉 민족의 상징성, 이는 곧 우리가 부대끼고 살아가는 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동일한 가치와 정체성을 부여해 주는 자부심과 애국심이 아닐는지.     



선인들의 길


민족의 과거. 선조들이 걸었던 길. 이러한 것들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하고 또한 그 안에서 어떻게 민족적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역사의 고비마다 그 방향성을 제시한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한 인물이나 사건들은 그 자체로 각각 하나의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역사적 고비마다 민족을 일으키고 국가를 지켜내며 문화를 부흥시킨 인물들. 그 하나하나는 단순하고도 개별적인 하나의 사건이요 한 인간일 수 있겠지만, 만일 그러한 인물과 사건이 그 당시 그곳에 없었다면 우리의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까를 생각해 보면 이에 대한 대답을 얻을 수 있다.

    민족의 위기마다 나타난 위인과 영웅들, 사실 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한 개인이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장삼이사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도 살과 뼈로 이루어진 한 개체일 뿐이다. 그러나 그들이 있었기에 역사가 바뀌고 때로는 민족이 구원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이 무엇이기에 오늘날 우리는 동상도 세우고 교과서에 싣고 기념일을 만들어 기리기도 하는 것일까? 단순히 과거의 영웅들을 치켜세우고 기억하고자 함일까?

    혹 그분들, 역사의 유산으로 남은 그 영웅들을 통해 민족의 미래를 바라보고자 함은 아닐까? 위인들의 동상에서, 그분들의 유품에서, 그리고 영웅들을 기리는 글을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보아야 하는가? 사실 어떤 면에서 그러한 것들은 하나의 상징에 불과할 수도 있다. 과거의 유물.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 그러나 이들을 통해 우리는 미래를 보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 민족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우리가 미래 세대에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 우리 민족이 어디로 가야 할지 그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또 하나의 질문이 떠오른다. 우리 민족의 미래는 무엇인가? 현재의 우리가 무엇이기에 미래의 역사까지 언급하는 것일까? 우리에게 미래를 책임질 의무라도 있는 것일까?

    맞다. 우리에게는 책임이 있다. 미래를 미래 세대에만 맡기지 않고 지금 현재 우리들 자신이 미래를, 민족과 국가를, 그리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인류를 책임질 미래의 정신을 창조해야 하는 것이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틀림없이 소멸될 것이다. 우리의 미래, 민족의 미래 말이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뿐만 아니라 인류의 미래를 책임지지 않는다면, 그 시간에 다른 민족이 인류를 책임질 것이고, 우리는 스스로 소멸되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릴 것이다. 그리하여 먼먼 미래에는 우리 민족에 대한 기억조차 남아 있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미래를 내다보는 역사의 박물관     


역설적이게도 바로 이러한 미래 때문에 우리는 박물관에 가야 한다. 그곳에서 과거로 돌아가 우리의 옛 성현들이 고뇌하고 창조하고 암시한 민족의 미래, 선인들이 후대에게 제시한 미래를 보아야 한다.

    민족의 문화유산은 하나의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각종 문화재와 곳곳에 산재하는 유적지, 그리고 보이게 또는 보이지 않게 전승되어 내려온 숱한 예술과 음악과 민속문화 속에는 사실 우리의 미래가 담겨 있다. 우리에게 세계와 미래 속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들 문화재 속에는 열정적인 선조들의 마음과 뜨거운 야망, 그리고 미래 인류 속에서 그들의 후손이 어떠한 길을 가야 하는지 이정표를 세워두었다는 말이다.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는가?     


불행히도 나는 이 질문에 부정적이다. 어느 개인이나 민족 또는 국가를 불문하고 모두 과거의 교훈이 있다. 역사가 있고, 유물이 있다. 그렇다면 모든 민족이 자신들의 역사 속에서 교훈과 깨달음을 얻어 선조들이 제시한 밝고 빛나는 미래로 나아갔을까?

    우리 민족에게도 한때는 어둡고 암울한 시기가 있었다. 이는 다른 민족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민족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일까? 교훈? 깨달음? 위대한 지도자? 백성들의 각성?

    사실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나도 모른다. 다만 이 순간 한 문장이 머리를 스쳐갈 뿐이다. 그것은 바로 이것이다.      


    민족의 미래를 책임질 사람은 바로 그대 한 사람.

    Just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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