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udolf Apr 01. 2024

호랑나비, 날아오르다


'……그들의 과거를 빗나가게 하는 찬란한 ㅅ굼(꿈)의 조각을 마음속에 어렴풋이 ㅅ곳(꽃) 피우며 아울너 그들의 실생활을 도모하야 가는 늙은 [나븨]의 무리 …… 그의 연출할 [나븨]의 역활에 대하야 나는 임의 그의 요구하는 상당한 보수ㅅ가지(까지) 치뤄준 터이엿다' - 이효석 작가의 단편소설 《기우(奇遇)》 중에 나오는 구절


 호랑나비(虎狼, Papilio xuthus) | 호랑나비에는 범나비, 이른봄애호랑나비, 산호랑나비 등도 포함된다. 귀거(鬼車)나 봉접(鳳蝶) 등으로도 불린다. 영어로는 swallowtail butterfly, tiger swallowtail, spicebush swallowtail 또는 특이하게도 ‘troilus butterfly’로도 표기하는 것 같다. 정식 학명은 Papilio xuthus.      

    호랑나비의 날개는 녹황색이나 진황색이며, 검은 무늬나 얼룩얼룩한 줄무늬가 있다. 봄에 나오는 종류보다 여름 종류가 색깔도 짙고 크기도 더 크다. 주로 동아시아, 즉 한국이나 중국, 일본을 비롯해서 멀리는 동남아의 미얀마나 중국 서부의 아무르 등지에서도 서식한다. (그러나 열대지방에는 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벌레(유충)는 나무의 잎을 갉아먹어서 해충에 속하며, 특히 귤나무에 기생해서 많은 피해를 입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귤나무 외에도 산초나무, 좀피나무, 탱자나무, 황벽나무 등에도 서식한다. (한편, 호랑나비 애벌레는 귀엽게 생겨서 개인적으로 기르는 이들도 많이 있다고 한다.) 호랑나비 종류에는 호랑나비, 산호랑나비, 이른봄애호랑나비 등이 있으며 지구상에 850종이 산다고 한다. 또한 이른봄애호랑나비는 정말로 이른 봄에만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봉접(鳳蝶) | 호랑나비과에 속한 나비를 말한다.

봉접(蜂蝶) | 벌과 나비를 한꺼번에 일컫는 말.

웅봉자접(雄蜂雌蝶) | 수벌과 암나비, 즉 나비들을 뜻하며, 호랑나비를 가리킬 때도 사용된다.   

[벌에 대한 속담]

- 꽃이 피어도 십일홍이면 오던 벌들도 아니 오누나. 즉 세도가들에게도 좋은 시절이 지나면 찾아오는 이가 없다는 뜻.

- 꽃을 탐하는 것이 어찌 봉접 하나뿐이랴.


[호랑나비의 특징]

- 호랑나비의 겹눈은 수컷이 18,200여 개, 암컷이 15,300여 개의 낱눈이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며, 둘둘 말려 있는 빨대 모양의 긴 대롱은 쭈욱 펴서 꽃물(꿀)을 빨아먹는 데 사용한다.  

- 진화론적으로 보면 나비는 곤충 중에서도 제일 늦게 나타난 종에 해당한다. 게다가 공룡 이후에 등장한 탓(덕?)에 나비는 곤충 중에서는 공룡을 보지 못한 유일한 종이라고 한다.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옛날이야기 하나   


할멈 나비 | 에고, 얘들아, 내가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해주련?

아가 나비들 | 할머니, 저번에 해주신 얘기는 너무 졸리워서 우리 모두 잠들고 말았어요.

할멈 나비 | 맞아, 맞아. 그땐 미안하게 됐지. 하지만 이번 얘기는 정말 재미있을 거야. 음, 그러니까 내가 어렸을 때 말야……, 저 뒷동산 너머에 대통 큰 산이 하나 있잖니? 그 산이 그러니까 그게 곤산이라고 할 게다 아마…….   

아가 나비들 | 네, 들어 봤어요. 그런데요……?

할멈 나비 | 옛날 옛적에 공룡이라는 아주아주 무시무시한 괴물이 살았단다. 곤산에 말야. 그러던 어느 날 그 공룡이 어떤 마을에 나타난 게야. 그런데 알고 보니 그 공룡이 글쎄 들짐승들 잡아먹다가 뼈가 목에 걸려서 빠지지 않아 여러 날, 아주아주 오랫동안 고생했더란 말이다. 그래서 용한 의사 들짐승들을 찾아다녔는데, 다른 들짐승들이 무서워하며 모두 도망간 거 아니겠니. 그래서 여기저기 헤매다가 그 곤산에까지 오게 된 게지.

아가 나비들 | 아이, 무서워.

할멈 나비 |  그 공룡이 곤산 아래 마을에 나타났다는 말을 듣고는 그 동네 나비들이 몽땅 날아올라 도망간 게야. 너무 무서워서.

아가 나비들 | 우리도 무서워요. 아이구, 떨려.

할멈 나비 |  그런데 말이다, 그 마을에서 딱 한 나비만 도망가지 않고 남아 있었어. 그 나비는 바로 호랑나비였단다.

아가 나비들 | 공룡하고 나비하고는 살던 시대가 달랐다고 하던데, 어떻게 만났어요?

할멈 나비 |  그래, 맞아. 살던 시대가 달라서 원래는 마주치지 않았어야 했어. 그런데 그 공룡이 사실은 용감한 의사 나비를 찾아 삼억 년 동안 돌아다녔다는 거 아니니.

아가 나비들 |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요?

할멈 나비 |  어떻게 되긴 어떻게 돼? 말도 안 됐지…….

아가 나비들 | ? ? ? (또 당했다! 우, 씨!)     



호접몽(胡蝶夢)      

호접몽은 모두가 알다시피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장자(莊子 또는 莊周[장주], BC 369~286)의 설화에서 나온 것이다. 즉 장자가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팔랑팔랑 달아다니다가 문득 깨었는데, 자기가 꿈속에서 나비가 된 것인지, 사실은 자기가 나비인데 지금 꿈속에서 장자가 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퀴즈 하나! 장자가 꿈속에서 본 것은 어떤 나비일까? 다음의 보기 중에서 고른다면?


    1) 막나비   2) 산나비   3) 잔나비   4) 정답 없음     

    [정답] 1번(일 가능성이 가장 큼)


[억지해설] 

고대 한반도 북부지방에 선비족이 살고 있었는데, 이들 지역은 몽골어로 누런 색을 뜻하는 시라무렌(Šira Mören) 강 유역이며 오늘날로 치면 만주 일대에 해당한다. 그 지역에는 선비족을 포함해서 동호(東胡)계에 속하는 거란족, 해족, 습족 등의 유목민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선비족의 한 사람이 사냥을 나갔다가 옥새를 세 개 주웠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가 장차 우두머리가 될 사람이라고 여겼으며, 실제로 나중에 그 부족인 우문(宇文) 집안에서 다른 형제들을 제치고 2대 수령이 되었다. 그의 이름은 우문막나(宇文莫那)이며, 그의 아버지인 초대 수령은 우문보회(宇文普回)이다.

    이들이 사는 지역을 ‘누런 강’을 뜻하는 시라무렌이라 불렀으며, 중국의 《주서(周書)》에 따르면 우문막나는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모용부나 단부와 동맹을 맺으며 세를 넓혀 나갔다. 그리고 막나가 죽자 나루터나 물웅덩이를 나타내는 황(潢)자가 들어간 황수(潢水) 건너편에 비를 세워주었는데, 이를 막나의 비, 즉 ‘막나비(莫那碑)’라고 한다. [사실 ‘막나’는 이름이라기보다는 ‘휘’라고 하는 게 옳을 듯하다. 실제로 그의 이름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한편, 휘(諱)는 죽은 사람을 높여서 부르는 명칭에 해당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왜 장자의 꿈속에 나타난 나비가 ‘막나비’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을까? 그 이유는 이러하다. 장자가 꿈속에서 보았다는 나비는 일종의 허상이다. 그리고 막나의 비 또한 선비족의 한 설화일 뿐이다. 따라서 둘 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허상에 해당한다는 의미에서 정답을 1번으로 생각해 보았다. (저의 이 이상야릇한 이론을 너무 나무라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시 호랑나비로 돌아가서……, 영어로 호랑나비는 그냥 ‘swallowtail’로 편히 부르기도 한다. 다들 아시겠지만 ‘swallow’는 우리 말로 제비를 뜻한다. 호랑나비 아래쪽이 마치 연미복처럼 날렵하게 보여서 그렇게 붙여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한반도에는 호랑나비속(Papilio)에 8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apilio’은 라틴어로 나비를 뜻한다.) 날개는 10cm 정도이며 최대 12cm에 이르기도 한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검은색이나 짙은 녹색의 얼룩덜룩한 무늬를 지니고 있으며, 뒷날개 아래쪽에 연미복 꼬리처럼 날씬한 돌기가 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봄형과 여름형이 있으며 암컷은 수컷보다 조금 크다.

    한편, 아침에 호랑나비를 보게 되면 좋은 일이 생길 징조고, 또한 이른 봄에 호랑나비를 보는 것도 재수가 좋은 일이라는 말이 있다.    

  

[한반도에서 발견되는 8종의 호랑나비]

    긴꼬리제비나비 Papilio macilentus

    남방제비나비 Papilio protenor

    멤논제비나비 Papilio memnon

    무늬박이제비나비 Papilio helenus

    산제비나비 Papilio maackii

    산호랑나비 Papilio machaon

    제비나비 Papilio bianor

    호랑나비 Papilio xuthus     


[이밖에 다른 나라에 서식하는 호랑나비의 종류]

    검은호랑나비 Papilio polyxenes

    넓적꼬리제비나비 Papilio maraho

    라임호랑나비 Papilio demoleus

    무늬박이제비나비 Papilio helenus

    야에야마제비나비 Papilio junia

    오키나와제비나비 Papilio okinawensis

    왕노랑무늬호랑나비 Papilio cresphontes

    율리시스제비나비 Papilio ulysses

    호메루스제비나비 Papilio homerus

    흰띠제비나비 Papilio polytes     

 


[나비의 크기]

- 산제비나비는 날개를 활짝 펴면 13cm에 이르고,  

- 쇠빛부전나비는 아주 작은 종으로 2.5cm 정도밖에 안 된다.


[나비 속담]

- 꽃 본 나비 담 넘어가랴 – 나비가 꽃을 보면 그냥 넘어가지 못한다는 뜻.

- 꽃 본 나비 불을 헤아리랴 – 이 역시 나비가 꽃을 보면 물불 가리지 않고 덤벼든다는 의미.


[나비의 날개]

가장 큰 나비 – 산제비나비는 날개를 활짝 펴면 13cm

가장 작은 나비 - 쇠빛부전나비 2.5cm



[나비의 한자어]

귀차(鬼車), 달말(橽末), 봉자(鳳子), 봉차(鳳車), 분접(粉蝶), 서(胥), 옥비전(玉飛錢), 옥요노(玉腰奴), 접(蝶), 촌이래(村裏來), 풍접(風蝶), 협접(蛺蝶), 호접(蝴蝶) 등


[옛 기록으로 본 우리말의 나비]

- 나비, 나뵈, 남, 달말, 압접


[나비의 서식지]

- 일반적으로 백색과 노란색 나비는 양지바른 풀밭에서 날고, 그보다 짙은 색 나비들은 양지바른 곳은 물론 숲까지도 날아가며, 흑갈색 계통은 숲의 잡목 사이에서 주로 서식한다.



[특이한 곳에만 사는 나비]

- 왕붉은점모시나비는 백두산을 비롯한 함경도 등지의 고산지대에서만 살며,

- 산굴뚝나비는 제주도 한라산 꼭대기인 백록담 근처에서만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산제비나비는 말 그대로 산에 많이 살며, 그냥 제비나비는 주로 평지나 들판에 서식한다.


[나비 날개의 색]

- 나비의 모습이 아름다운 것을 넘어서 어지러울 정도로 화려한 것은 날개에 묻어 있는 비늘, 즉 인분(鱗粉) 때문이라고 한다.

- 이것이 복잡한 기하학적인 구조로 되어 있어서 특정한 빛은 반사하고 나머지 빛들을 흡수하기 때문에 다양한 색을 나타낸다고 한다.


[나비의 인분 특성]

- 나비의 인분은 몹시 미끈거리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 이 덕분에 천적에게 붙잡혀도 쉽게 빠져나오거나, 거미줄에 걸려도 가뿐히 탈출할 수 있다고 한다.



[나비 날개의 특성]

- 나비는 날개가 4장이다.

- 그러나 큰 앞날개 2장만으로도 날아다니는 데 문제가 없다.

- 그런데도 작은 날개가 2장 더 있는 덕에 재빠르고도 현란한 비행이 가능해서 새에게도 잘 잡아먹히지 않는다고 한다.


[나비의 속도]

- 나비는 팔랑팔랑 날아다녀서 속도가 느린 것 같다.

- 그러나 의외로 행동이 재빨라서 방향도 순식간에 전환할 수 있고,

- 속도도 사람보다 빠르다고 한다.


[독성 나비]

- 나비는 대부분 독이 없다.

- 그러나 제왕(모나크)나비나 아마존 정글에 사는 포스트멘나비(Papilionidae) 종류 등은 맹렬한 독을 지니고 있어서 함부로 잡아먹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호랑나비야, 날아라, 날아오르자!



[끝]

작가의 이전글 나비야, 날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