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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dolf Mar 25. 2024

나비야, 날자

                  

    나비야 나빌레라 내비야 내빌레라

    혹독한 한겨울밤 어둠을 인내하고

    첫봄날 힘차힘차게 비상하는 나비야     


나비들이 온다. 나비들이 몰려온다. 온갖 장식으로 단장한 날개를 펄럭이며 나비들이 봄소식으로 무장을 한 채 군대를 이루어 쳐들어오는 것이다. 겨울을 물리치고 승리의 깃발을 높이 든 채 개선가를 부르면서 우렁찬 날갯짓 소리를 울려 퍼뜨리며 위풍당당, 승리자처럼, 침입자처럼, 개선문을 지나는 용사들처럼 펄럭펄럭 팔랑팔랑 줄지어 행진해 오는 것이다.

    이들 나비 무리는 마치 흉포한 폭도들처럼, 침략한 성을 무너뜨리고 돌진하는 군사들이라도 되는 것처럼 봄 들판의 하늘을 휘황한 수억의 날개들로 뒤덮으며 날아들고 있었다.

    따스한 봄 햇살이 잔잔하고도 은은한 봄비처럼 내려앉는 들판, 이제 겨우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땅지붕을 뚫고 고개만 살짝 내밀었을 뿐인데, 나비들은 저들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마구 쳐들어온 것이다. 마치 펄 퍽 여사의 장엄한 소설 《대지》에 등장하는 메뚜기떼처럼, 봄 하늘에 나비 휘장이라도 치려는 듯이 떼를 지어 날아들고 있었다.  

    우리 주변에서 보는 그런 흔한 나비가 아니라, 유럽식 이름표를 단 채 요상화려한 날개로 뻑적지근하게 무장한 채 운수(雲水)하는 나비들. 운수. 그러나 여기에서 말하는 '운수'는 운수대통(運數大通)의 그 운수가 아니다. 얽히고설킨 인생사에 얽매이지 않고 저 혼자 떠도는, 그러니까 구름 흐르듯, 시냇물 흘러가듯 이리저리 홀가분하게 순리대로 나아가는, 다른 표현으로 하면 생명의 본질처럼 늘 꿈틀꿈틀 살아 움직이는 그런 본능을 지닌 단어란 말이다.

    어딘지 쌔애한 느낌, 즉 나비 얘기를 하다 갑자기 너무 앞서 나갔다는 뜻이겠다.

    자, 나비로 다시 돌아오자. 우리네 주변에서 보는 평범한 나비들, 그러니까 큼직하고 웅장한 대나무나비, 모네 나비, 카우리 나비, 트리플렛 나비 같은 서양 나비 말고 우리네 봄 들판에서 하늘하늘 꺼질 듯 말 듯 가녀리게 나폴너풀거리는 흰나비나 노랑나비, 호랑나비 같은 것들 말이다.

    아니, 그런데 그런 우리 토종나비들이 웬일로 떼거지 군대처럼 날아드는 것일까?

    너무 놀라서 눈을 몇 번 껌벅인 뒤 눈두덩을 손으로 쓰윽쓰윽 문지른 다음 눈을 부라리듯 치뜨고 다시금 살펴보니……, 그럼 그렇지, 가녀린 나비들 몇몇이 여기저기 때 이른 꽃밭에서 팔랑팔랑 나릇나릇 하늘하늘 나폴나폴 날아다니는 것이었다.       



    날아라 나비들아 창공을 수놓거라

    세모시 날개들이 퍼얼럭 살랑살랑

    풋풋한 꿈을안고서 하늘높이 올라라     


-- 대한민국에 사는 나비는 약 250종. 지구상 전체 나비의 종류는 2만여 종.

-- 나비는 더듬이로 먼 곳에 피어 있는 꽃들의 향기 맡고 날아간다.

-- 나비는 겹눈으로 꽤 넓은 범위를 볼 수 있다.



NaVi & World


이른 봄 들판의 나비(들). 가녀리면서도 어딘지 질긴 생명을 연상시키듯 쉬지 않고 고 얄팍한 날개를 살풋살풋 흔들며 살랑살랑 날아가는 가녀린 모습의 나비. 이들 나비를 학문적으로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동물계 Animalia

    절지동물문 Arthropoda

    곤충강 Insecta

    나비목 Lepidoptera

    나비아목 Rhopalocera

    나비류 Rhopalocera     



참 나, 나비 하나 찾는 데 이렇게 길고 긴 목록을 찾아서 내려가야 한다니! 그냥 나비면 나비지 뭔 놈의 나비목, 나비아목, 나비류까지 등장해야 하는지…….

    아, 자 자 자, 흥분은 좀 가라앉히시고……. 따스한 봄철 절로 나른해지는 몸 괜히 성질내면서 몸 축내지 마시고 봄기운이나 만끽하자고요……. ^^

    하지만 기왕에 신경 돋워세운 것, 한 번만 더 긁어보시길. 즉 나비 종류를 크게 나누면 (나방은 빼고) 다음과 같다고 한다.


호랑나비, 모시나비, 붉은점모시나비, 청띠제비나비, 제비나비, 부전나비, 흰나비, 갈고리나비, 기생나비, 노랑나비, 눈나비, 배추흰나비, 상제나비, 큰줄흰나비, 네발나비, 뿔나비, 오색나비, 대왕나비, 왕오색나비, 돌담무늬나비, 왕나비, 제왕나비, 표범나비, 줄나비, 총독나비, 네발나비, 공작나비, 청띠신선나비, 은판나비, 뱀눈나비, 굴뚝나비, 먹나비, 물결나비, 부처나비, 도시처녀나비, 시골처녀나비, 봄처녀나비, 모르포나비.


이렇게 38종류. 더 이상은 없다. 만일 이 이외의 나비를 찾으면 그대는 노벨상의 주인공이 된다. 즉 적어도 지금까지 지구상에는 이들 말고는 없다는 뜻이다. (혹 나방 비스무리한 것을 찾아내고서 새로운 지구의 나비라고 억지를 부리면 안 된다.)     



NaVi & Story


-- 나비는 머리에 난 잔털로 공기의 흐름을 느끼며, 바람을 타고 날기도 한다.

-- 암컷보다 수컷의 더듬이가 훨씬 더 길다.

-- 나비는 앞다리에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잔털이 무수히 나 있어서 먹이를 먹기 전에 맛을 알아낸다.


    나비야 나빌레라 너비야 너빌레라

    푸르른 꿈가꾸며 천년을 움켜쥐고

    저하늘 높이올라서 천하호령 하거라     



나비는 주로 온대지방에서 산다. 낮에 활동하는 주행성이며 나무와 풀의 꽃가루를 주로 먹고 산다. 나비의 유충, 즉 애벌레는 주로 이끼류를 갉아 먹고 산다고 한다. 그리고 다 자란 나비는 꽃의 수액이나 과일과 나무 등의 진액을 빨아먹는다. 긴 대롱 모양의 바늘 주둥이로 꽃잎 사이의 깊은 곳에서 수액을 빨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나비는 과일이나 나무껍질에서 나오는 즙을 먹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썩은 과일의 즙도 중요한 먹이에 속하는데, 이들은 영양이 풍부해서 이들만 전문으로 찾는 미식가 나비도 있다고 한다.

    나비들의 이러한 식생활 습관 때문에 꽃들의 꽃가루가 이곳저곳으로 운반되며 식물의 꽃들에서 수분(受粉), 즉 가루받이가 이루어져 꽃을 비롯한 식물계의 번식과 순환, 생명의 연속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생명의 연속성이 이루어지는 한편, 나비들에게는 큰 위험도 존재한다. 즉 천적. 그 무시무시한 적군 말이다. (물론 이러한 천적도 생태계의 균형에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작은 새들은 느림보와 같이 팔랑팔랑 나긋나긋 느릿느릿 날아다니는 나비는 중요한 먹이의 원천이 된다. 그리고 나비의 또 다른 천적은 거미! 그 무시무시한 거미들이 쳐놓은 거미줄 말이다. 그리고 나비의 애벌레도 많은 곤충이나 물고기의 희생물이 된다. 무당벌레와 같은 곤충들도 나비의 천적이어서 나비의 알이나 애벌레를 자주 공격한다. 하지만 이를 너무 안타까이 슬퍼하지는 마실 것! 이러한 먹이의 순환이 곧 자연의 균형을 이루는 평형추가 되는 것이니까.      



    봄날의 대지위로 찬란한 햇빛아래

    나비들 살폿살폿 가녀린 모시날개

    쉼없이 하늘헤치고 대지위로 올라라    


-- 나비는 변온동물이라서 비가 올 때는 나뭇잎 뒤에 매달려서 차가운 비를 피하며, 날이 더우면 물가로 날아가서 물을 마셔 체온을 식힌다.

-- 나비는 번데기에서 벗어나는 시기인 우화 때가 가장 위험하다, 다른 곤충의 먹이가 되기도 할뿐더러, 잘못해서 땅에 떨어지기라고 하면 날개가 펴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대로 굳어버리고 만다.

-- 암컷 나비는 짝짓기가 끝나면 곧바로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서 알을 낳는다.



NaVi & Opera     


데이비드 벨라스코(David Belasco, 1853~1931)의 희곡 《나비 부인(Madame Butterfly)》. 자코모 푸치니가 이 작품을 오페라로 각색해서 특히 일본에서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여주인공이 일본의 기생 출신인 쵸쵸이기 때문이다.

    이 오페라 중에서 특히 ‘어느 갠 날(Un bel dì vedremo)’이 유명하다. 푸치니는 이 작품 말고도 중국을 배경으로 한 《투란도트》를 만들었다. (이 밖에 한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도 있다. 작곡가인 요제프 바이어가 1878년에 《코레아의 신부(Die Braut von Korea)》를 발표했는데, 이 작품은 청일전쟁 당시의 조선을 무대로 한 발레극이다. 내용은 어느 조선 왕자와 한 양반가 규수 사이에 있었던 애절한 사랑을 그린 것이며, 1897년의 초연 이후 125년 만인 지난 2022년 한국에서 공연되었다.

    또한 이 작품은 당시 오페라를 포함해서 그 해당 시즌에 이 극장에서 올린 공연 중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되었으며, 1901년까지 5년 연속 장기공연이 이루어져 큰 호응을 받았다고 한다. 총 4막 9장.)  

   

    나비들 꽃잎마다 살폿이 내려앉아  

    혹독한 겨울나기 애절히 전해주고

    새로운 봄날아침에 새기운을 받도다     


-- 나비는 알을 낳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생명이 끝난다.

-- 나비의 수명은 15~~20일이며, 그 대신 번데기로 6~7개월 산다.

-- 나비는 대부분 빨대처럼 긴 주둥이로 꽃 속의 꿀을 빨아먹고 산다. 반면에 왕오색나비는 나무의 수액(진)을 먹는다.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     


1961년 미국의 기상학자인 로렌즈(Edward Norton Lorenz)가 기상관측을 하다가 처음으로 언급한 이 용어는 현대에 이르러서는 여러 방면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 이론은 나중에 카오스 이론의 밑받침이 되기도 했으며, 그 밖에 많은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다. 나비 한 마리가 한번 펄럭인 날갯짓이 나중에는 큰 효과로 나타난다고 하는 이 용어는 아마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이론의 요체는 지구상 어디에선가 일어난 조그만 변화로 인해 지구상의 다른 어딘가에선 예측할 수 없는 날씨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기상 분야뿐만 아니라 여타 다른 과학은 물론 사회상황이나 정치 분야에서까지도 차용해서 쓰기도 한다. 더욱이 이 이론이 처음에는 나비가 아니라 갈매기였는데, 로렌즈가 예로 든 그래프의 모양이 나비 모양이어서 그런 용어가 생겨났다고도 한다.

    한 마리 나비가 팔랑인 한 번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뜻의 이 말은 이제 과학의 영역을 넘어서 여타 모든 분야에서도 응용되는 것 같으며, 심지어 이 이름의 영화가 나오기도 했다.      


    나비야 나빌레라 너비야 너빌레라

    저하늘 높이높이 오르고 날아올라

    나비꿈 햇빛햇살에 가득싣고 날거라     


-- 나비의 크기는 4.5~6.5cm.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큰 나비는 열대우림인 파푸아뉴기니의 한 해변에서만 사는 알렉산드라 버드윙으로 28cm.

-- 이 나비를 발견한 알렉산드라 버드윙이 처음에는 새인 줄 알고 산탄총을 쏴서 잡았다고 하며, 그의 이름을 따서 나비명을 지었다.

-- 이 나비는 열대우림인 파푸아뉴기니의 한 해변에서만 살면서 나무 꼭대기까지 날아오를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식물의 잎에 알을 낳은 뒤 그 잎을 먹고 산다.

--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비는 그을음날개나비.     



NaVi & Art    


1999년부터 시작해서 매년 5월 5일 전라남도 함평에서 열리는 ‘함평나비대축제’는 한 지역을 넘어 전국, 심지어 국제행사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 행사는 나비와 관련된 각종 문화적, 예술적 의미뿐만 아니라 생명과 자연 및 환경까지 아우르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자유와 변화, 끈질긴 생명력 등을 표현하고 있다.

    또한 나비는 번데기에서 탈피하며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는 모습을 통해 강한 생명력과 힘찬 비상, 그리고 자유로움 등을 상징하기도 한다. 특히 날개를 여성에 비유하여 여성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끈질긴 생존력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 밖에 나비 날개의 화려하고도 다양한 무늬와 색상을 통해 다양성과 강한 개성을 의미하며, 이를 예술에 응용하기도 한다.      


고려 왕건과 태극나비     


고려의 시조인 왕건이 나라를 건국하기 전에 밀양 영남루 일대를 돌아보다가 그 일대를 태극나비 떼가 덮고 있는 광경을 보고서 고려를 건국했다는 전설이 있다.      


    나비들 나폴너풀 꿈안고 너풀나폴

    봄안개 대지위로 아련히 떠올라서

    파아란 꿈을껴안고 하늘높이 날아라       



NaVi & Dream     


꿈속에서 나비를 보면 어떤 징조를 나타낼까? 꽃말이 있듯이 나비의 꿈에도 의미가 있고 전설이 있다고 한다. 우선 나비 꿈은 변화와 자유,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혹독한 추위를 견뎌내고 맞이하는 봄, 그리고 그 봄을 아름답고 자유롭게 장식하는 나비는 변화와 자유를 뜻한다고 한다. 여기에는 물론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이밖에 변화와 성장도 나비의 꿈에 담겨 있으며, 이에 더해 강렬한 감정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상징한다는 말도 있다. 그리고 꿈속에서 많은 나비를 본다면 그것은 분명 강하고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는다는 뜻이다. 이는 강한 생명력을 의미한다. 그 혹독한 겨울을 견뎌낸 뒤 등장하는 나비이니까.

    나비는 겉보기에는 너무 야들야들, 가녀린 모습이다. 하지만 그 속에는 어느 누구도 넘보지 못할 강인함이 담겨 있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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