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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dolf Mar 18. 2024

봄맞이 잔치마당 아름다리

  

    봄에는 봄에는요 꽃다리 아름다리

    땅빈대 뽀리뱅이 민들레 강아지풀

    옹종종 피어나면서 반가워요 반가워     


    개나리 벼룩나물 꽃마리 봄맞이풀

    담벼락 틈바구니 앙증이 모여모여

    살그미 고개내미는 봄일레라 봄이요     


    봄비가 살폿내려 연못에 동그라미

    개구리 폴짝팔짝 개구락 개골개굴

    연못가 방방뛰놀며 하늘향해 반가워     



봄이 되자 숲속 연못가뿐만 아니라 온 동네 골목길 담장 아래나 밭이랑 논두렁 사이사이가 여간 바빠지는 게 아니다. 겨우내 잠들었던 온갖 벌레들이 어디선가 꼬물꼬물 기어나오고, 다 쓰러져 가는 오래된 흙담장 아래로는 포릇파릇 흙들이 숨을 내뱉으며 파르스름하니 연약해 뵈는 새싹들이 머리를 들고 일어선다. 벼룩나물, 꽃마리, 별꽃 같은 봄맞이 풀들이 아리아리한 모습들을 나타내는 것이다.   


      홀씨들이 바람에 날려와 담장에 부닺히면

      그 아래로 떨어져 발아하고 자라게 된다.

      

    [봄철을 소재로 한 가곡 Best 5]

    - 겨울 나그네 중 봄의 꿈 (슈베르트)

    - 동무생각 (이은상 시 / 박태준 작곡)

    - 봄날에 (슈베르트)

    - 봄의 제전 (스트라빈스키)

    -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 중 봄 (피아졸리)     



    봄새벽 고즈녁한 연못가 이슬가득

    봄햇살 풀어나려 눈부신 은빛윤슬

    폴폴폴 새벽벌레들 바지런한 무도회      


    봄봄봄 봄일레라 봄바람 사알살랑

    검둥개 졸음겹고 하아품 아기괭이

    졸리운 눈빛품고서 봄빛받아 나른타      


    먼바람 꽃샘바람 따스한 햇볕햇빛

    봄언덕 타고넘어 울엄니 무덤가에

    봄설움 보자기풀어 애기자기 설우다     


봄 들판에 아지랑이 피어오르자 먼 나라 손님처럼 낯설게 찾아온 갖가지 날벌레 애벌레 땅벌레들이 처음 맞는 봄 햇살에 어리둥절 어리버리 꼬물꼬물 몸을 비틀며 온갖 곳을 헤맨다. 땅들은 물러지며 여기저기 숨구멍 뚫리더니 어느 순간 마술처럼 뾰봉 하고 고개를 내미는 파릇파릇 다종다양한 새 생명들. 아리사리 여리고 여린 고것들이 모기 다리처럼 가느다란 숨결을 내뿜자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들에 송송 구멍이 뚫리며 아, 그 속에서 거미줄 같은 생명 숨들이 새어나오는 것이겠다. 그러더니 어느새 얼어붙었던 들판이 새하얀 숨결들로 가득 덮이는 것이 아닌가!     

 


    봄비가 사알사알 내리고 내리더니

    시냇물 졸졸졸졸 연못은 동동동동

    봄바람 타고흘러서 사방으로 퍼지다     


    봄햇살 구름사이 빼꼼히 내비치면

    파릇한 새싹들이 머금은 은색이슬

    아롱한 꿈결담아서 보석되어 빛나다      


    봄햇살 풀어풀어 따스한 털실되니

    고양이 수염따라 졸음이 몰려오고

    다정한 남녘소식들 햇볕실려 오누나      


봄 햇살이 충만하게 파아란 하늘을 덮으면 온 들판에서는 동화나라처럼 온갖 공상과 상상이 피어오르면서 아지랑이 사이로 먼먼 기억들이 잊혀진 추억처럼 몰려든다. 그러다가 봄 언덕을 살폿살풋 오를라치면 순이는 저재작년 시집간 맏언니가 보내준 다정한 편지글이 문득 생각나서 머릿속으로 기억을 더듬으며 한 글자 한 글자 떠올려 본다. 이렇게 봄은 가고 가는데……, 어쩌자고 실없는 한숨만 저도 모르게 입가에서 새어나오는 것인지…….        



[봄철의 들판과 언덕을 화려하게 수놓는 꽃들]

각시붓꽃, 강아지풀, 개나리, 개불알풀, 괭이밥, 금난초, 까마중, 깽깽이풀, 꽃다지, 꽃마리, 꽃산딸나무, 냉이꽃, 동강할미꽃, 땅빈대, 매화, 모란, 목련, 민들레, 배꽃, 백선, 벚꽃, 벼룩나물, 복수초, 봄맞이풀, 산마늘, 산수유, 살구꽃, 수선화, 씀바귀꽃, 양지꽃, 엉겅퀴, 영산홍, 은방울꽃, 자운영, 장다리꽃, 제비꽃, 지치, 진달래, 철쭉, 큰개불알꽃, 토끼풀, 할미꽃, 해당화…….


    애벌레 동시처럼 풀벌레 동화처럼

    하염히 길게길게 가늘게 가늘가늘

    한없이 풀어풀어져 봄날봄날 흐르다     


    석양에 언덕올라 먼들판 바라보니

    저멀리 지는해에 얼비친 석양들판

    추억만 가슴아리게 하염없이 달리다     


    봄들판 저녁어둠 살그미 퍼져나가

    길고긴 그림자만 온들판 메우질때

    괜스레 아린가슴만 나무라고 마누나    



    [봄철을 소재로 한 왈츠 Best 5]

    - 동물의 사육제 중에서 숲 속의 뻐꾸기 (생상)

    - 봄의 노래 (멘델스존)

    - 봄의 소리 왈츠 (요한 슈트라우스 2세)

    - 사계 중에서 봄 (비발디)

    - 애팔래치아의 봄 (스트라빈스키)


혼자서는 외롭다. 계절 불문하고. 봄이면 설레어서 외롭고, 여름 다가오면 눈부신 화사함에 고개 돌리며, 가을이 되면 석양처럼 쓸쓸해지고, 겨울이 성큼 다가오면 처마 끝 고드름만 쳐다보아도 그저 가슴이 아린다. 사시사철 계절병에 마음을 정리하지 못하고 또 한 해를 보낸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봄이 오고 있구나.

    아, 봄아, 올라치면 거저 오지 말고 소식 좀 안고 오너라. 저 말뫼 건너 사릿고개 그 너머에 있는 우리 엄니 잠드신 곳, 작년 늦가을 그곳에 잠시 들러 계절에 맞지 않게 그저 한 줌 뿌려놓은 패랭이꽃 씨앗, 그리고 온 천지가 스산한 바람으로 쓸쓸할 때 그 저녁에 굵은 베옷 한 땀 한 땀 엮듯 무덤 위로 시들어가는 떼들을 조심조심 쓰다듬었던 날, 그날 하늘이 갑자기 시커메지더니 아무런 징조도 없이 폭풍 같은 바람이 몰아치며 우박 섞인 늦가을 비가 후두둑 쏟아졌었지. 가을비는 처량하다 했다지만, 그날 그 우박비는 겨울비보다도 더 차갑고 살을 파고드는 듯했었잖니. 게다가 내가 뿌린 계절을 잊은 패랭이꽃 씨앗들은 그 폭풍에 사정없이 흩어지고 날아가 전설 속으로 들어가서 다 사라져 버렸을 테고.

    그러던 계절이 이제는 해가 바뀌고 봄이 되었구나. 한겨울보다 더 차디찬 이른 봄 한기가 내 메마른 육신에 파고들면서.        



    아라리 아스레요 저라리 스멀레요

    한겨울 보내놓고 맞이한 봄날이라

    하여나 뼛속깊숙이 파고드는 봄바람     


    아라리 아라리요 저라리 저라리요

    봄사리 언덕너머 숨겨진 봄소식들

    고개를 길게빼고서 혹여혹시 살피다     


    봄저녁 길게뻗는 그림자 뒤로하고

    뉘엿한 앞산위로 해넘이 바라보니

    전설들 몰려오듯이 땅거미가 지누나     



    [봄철을 소재로 한 교향곡과 소나타 Best 5]

    - 교향곡 5번 (말러)

    - 교향곡 6번 봄 (베토벤)

    - 봄의 교향곡 (하이든)

    -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1번 1악장 봄 (바흐)

    -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K 378 (모차르트)




[봄철 꽃밭 하늘을 수놓는 나비들]

봄꽃을 이야기했으니 나비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다. 꽃들의 이야기를 이곳저곳으로 퍼나르며 생명을 잉태시키는 나비들. 벌과 함께 나비들이 없으면 지구의 생태계는 무너진다. 나비들의 부지런한 활동 덕분에 꽃화분과 암수술이 만나고 결합하여 크고 작고 화려하고 소박한 꽃들이 태어난다. 셀 수도 없이 수많은 꽃들이. 지구를 살리는 그들 작지만 화려한 생명체들. 봄철 하늘을 나풀거리며 비행하는 생명과 사랑의 전령사들. 그 앙증맞은 귀요미들에게 글 하나를 바친다.     



    하늘을 나빌레라 생명을 피울레라

    하느적 하늘하늘 살그미 너풀나폴

    우아한 날갯짓속에 억겁세월 담도다       


    가녀린 날개속에 수줍음 감춰두고

    꽃이랑 속삭속닥 꽃화분 선물받아

    사랑에 목마른이들 찾아찾아 나서다     


    세모시 날개속에 감추인 연정연서    

    누군가 탐낼세라 모른척 너풀나풀

    남모를 연정우체부 쉬엄쉬엄 가렴아    



나비들도 이름이 제각각이다. 노랑나비나 호랑나비, 흰나비야 누구나 아는 것이고, 생전 처음 들어 보았을 법한 나비들 이름을 나열하면 이러하다. 긴꼬리제비나비, 꼬리명주나비, 남방제비나비, 네발나비, 모나크나비, 모르포나비, 배추흰나비, 붉은점모시나비, 사향제비나비, 산제비나비, 상제나비, 아폴로모시나비, 제비나비, 큰배추흰나비 등등…….      

      

    나비야, 날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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