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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이 Jul 22. 2023

여름이었다...

워킹맘 주간 일기(July_the 3rd week)

#먹은것

금욜 저녁에 어김없이 발휘되는 요리혼

이번주 유난히 빵섭취가 잦아서 그 죄책감을 솥밥으로 씻어(?)냈다. 담백한 연어 솥밥. 간장에 살짝 절인 연어를 구워 그 맛이 고소하면서 간간했다. 당근, 양파, 불린쌀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밥은 또 얼마나 구수 달달한지. 역시 내가 정성들여 해먹는 집밥이 가장 맛나다. 저녁식사로 맛본 아들도, 일 늦게 마치고 돌아와 야식으로 뚝딱한 남편도, 칭찬 일색이어서 더욱 뿌듯했다.

동기중에 강원도가 고향인 친구가 옥수수 나눔 받겠냐 묻기에 냉큼, 그리고 덥썩 받아온 찰옥수수. 먹어만봤지 어떻게 삶는지 몰라 유튭보고 차근히 따라했다. 세상엔 아직도 내가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오늘은 3n 년차 인생에서 처음으로 옥수수 삶는법을 깨쳤기에 뿌듯한 날!

오랜만에 팀 이동한 ㅈㅅ와 ㅌㅎ 만나 함께 점심. 워낙 잘먹는 친구들이라 넉넉하기 시켰다고 시켯는데 살짝 부족한 느낌이 들어 미안했다. 늘 조언을 받기만 하던 신참에서 어느새 후배들에게 내 경험을 털어놓으며 다 지나간다며 토닥이는 선배가 되어있는 내모습은 참으로 낯설고도 생경하게 느껴진다. 공허한 말 뿐인 그런 선배가 되지않게 더 노력하며 살아야지. 회사에서 나를 움직이는 동력은 선배의 기대가 아니라 후배의 눈망울이다. 존경받진 못하더라도 실망시키고 싶지않은 나의 작은 자존심이랄까. 지킬테야 내 자존심.

남편의 야간 근무날엔 퇴근 후 아들 손 붙잡고 데이트를 한다. 셋이 있으면 셋이 있는대로 왁자지껄 재미나지만, 아들과 둘이 보내는 시간은 또 달리 의미있다. 오디오가 비는 순간 아들은 종종 자기 속마음을 말하곤 하는데, 그 의도되지 않은, 정제되지 않은, 어쩌면 7세의 아들이 인지도 하지 못한채 무의식속에 자리한 깊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다. 평소에 신경도 안쓴다고 생각했던 친구이름이 튀어 나오기도 하고, 너무 사소해서 그 하찮음이 (내게) 재미난 축구학원의 작은 이벤트까지 속닥인다.   

이 날의 여담이지만, 우리가 원래 가려고 했던 카페는 혁이가 팔공산 근처 점찍어둔 신상 카페였다. 25분 여를 달려서 간 그곳엔 빵이 남아있지 않았고, 장사를 마쳐가는 분위기를 느껴서 오래 있기 불편할 것 같았다. 현상유지파 혁이는 그냥 이곳에서 남은 쿠키를 먹으며 보내자고 했지만, 소중한 저녁시간을 그렇게 날려버릴수 없던 즉흥P 엄마는 바로 새로운 카페를 찼았다. 5분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 한옥카페를 그리하여 가게 되었는데, 혁이는 내게 “역시 실패하면 또 다시 도전해야하나봐. 엄마 말대로 새로운 카페를 도전하니까 이렇게 맛있는 빵을 먹다니” 라며 속닥였다. 온도 바람 습도 풍경 빵맛까지 모든곳이 완벽했던 저녁이었지만, 혁이의 깨달음이 내겐 가장 의미 있던 저녁이기도 했다.

간만에 노사화합 점심으로 찾은 시골집! 가게 상호답게 정말 시골집에서 우리 할매가 해주던 된장찌개, 밑반찬 맛을 느낄수 있어 너무 감동이었다. 게다가 기억하고 싶은건 제육볶음! 달고 짠, 늘 익숙한 그맛일거라 짐작했는데.. 전혀 예상을 빗나간맛! 달지만 설탕맛이 나지 않았고 고춧가루나 고추장맛 대신 진짜 매운고추로 매운맛을 낸것이 포인트이다. 친한 동기들과 한번 더 찾아야지!

내가 가장 아끼는 후배 ㅅㅁ이의 미국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수시로 만나고 있긴 하지만 우리가 젤 먼저 인연을 쌓았던 옛부서원들과 함께 자리하니 더 좋았던 점심! 원래 신상 솥밥집을 뚫으려 했으나 풀부킹이라 만만한 서가앤쿡으로! 멋진 여성 네명은 점심부터 큐브목살 한상 + 피자 + 스파게티까지 추가하여 다 먹어 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왜 내 주위엔 이렇게 삶의 의욕을 가득 가진 사람만 있을까. 너무 행복하당당.

저녁 술약속을 거의 잡지 않지만, 정말 간만에 회사 선후배들과 양꼬치집에서 한잔 했다. 내 입맛을 꺠웠던것은 양꼬치가 아니라 향라 닭날개와 어향가지! 이 집을 좋아하는 다른 선배가 이 메뉴들을 가서 꼭시키라고 신신당부 했는데 정말 후회없는 선택이었다. 뭐랄까. 향라 닭날개는 갓 튀겨나온 비비큐 치퀸에다가 중국식 매운 향을 직화로 입힌 느낌이었고, 어향가지는 겉바속촉 가지 튀김에 새큼한 간장소스를 입혀서 식욕을 돋우는 맛이었다. 덕분에 칭따오를 마구 들이켰던 즐거운 저녁!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과 궁합이 딱 맞았던 점심. 오랜만에 간 칼국수 집이 알고보니 파전 맛집이었다니. 이렇게 또 매력을 발견하고 갑니다. 아는맛이 젤 무섭다!

비오는 월요일 저녁. 아들과 카페 데이트. 엄마랑 저녁에 데이트 하고 싶다고 먼저 요청한 아들. 언제까지 네가 나를 필요로 할까. 너의 요청에 늘 고맙다 아들.

카페 통창에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감상하며 호젓한기분에 젖어보기도 하고, 배고픔을 빵으로 마구 달래기도 하고, 아들과 무한 끝말잇기와 무한 스무고개의 굴레에 빠져보기도 했던 행복한 저녁이었다. 이러한 소소한 기쁨이 매일 쳇바퀴도는 일상의 오아시스다.

과장시험 합격한 두 후배들 데리고 점심. 내가 젤 좋아하는 스시집으로. 정말 입에서 살살 녹아서 무슨맛인지 기억이 선명하지 않아도 분명한건 다음에 또 찾을 것이란 점이다. MZ세대(?) 답게 넷이서 MBTI 얘기만 거의 한시간을 하다 복귀하였다.

주말에 만들어 먹은 프렌취 어니언 슾. 큰 양파 네개가 순식간에 줄어드는 마법. 팔저리는 듯한 아픔을 겪었지만 너무 따땃하고 녹진하고 맛있었다.

이것두 주말에 만들어먹은 닭가슴살 누룽지 죽. 건강한맛을 추구했지만 이렇게 건강한 맛이 나올지 몰라 당황했다. 슴슴하니 맛있게 한냄비 뚝딱한 우리가족덕분에 보람을.

더현대 대구 지하 1층 식품코너 돌다가 아들생각나서 사온 맨두. 나 얇은피 만두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왕만두도 좋아하네;;(뭔들) 알아도 알아도 새로운 나(?).

옆팀 주니어들과 함께했던 뜨돈. 여기는 돈까스가 아니라 치킨까스 맛집이었구나… 새삼 깨달음. 담에가더라도 절대적으로 치킨까스 사수할테다!


#입은것

이번주 ootd 모음.

1) 촉감이 너무 좋은 네이비색 슬랙스와 흰색 블라우스. 둘다 오래된 아이템이라 너무 편안한 하루를 보냇다.


2) 크롭티에 하이웨스트 청바지. 크롭티 입었다구 코멘트 많이 받았다. MZ흉내 내고싶었던 아주머니.


3) 빨강니트와 슬랙스인듯 아닌듯 스판끼 넘쳐 편한 블랙팬츠. 빨강니트 살때 고민 500만번 했는데 사길 너무 잘한듯. 입은날은 모든 기억이 선명.


4) 편한 베이지색 팬츠와 매우 불편한 검정 상의. 이뿐데 자꾸 속옷끝 보여서 신경쓰인다. 신경쓰이는 의상은 아무리 예뻐도 이제 손이 덜간다.


#읽은것

완벽하지 않은 내모습에 감사할 줄이야. 재밋게 사는 모습은 엄마가 얼마든지 보여줄게.

다시 주간일기를 쓰게 만든 동력은 사실 이페이지 한장이었다. 화살을 계속 날리다보면 나도 언젠간 내 책을 내게 되는 날이 오겠지. 그것이 작지만 직장인의 작은 장래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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