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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가 Jan 16. 2024

이상향

볼 수는 있지만 넘어설 수는 없는 투명한 벽이 있다. 그 너머에 사람들이 돌아다닌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넘어간 사람들. 어쩌면 처음부터 그쪽에서 존재했던 사람들. 


많은 사람들이 그 너머로 가길 원한다. 누군가는 다른 사람을 밟고 벽을 넘고, 누군가는 벽의 끝을 찾아 그 너머로 간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는 영웅담처럼 이쪽 사람들 귀에 들어온다.


그러나 그것은 투명한 벽이다. 그 벽이 얼마나 높은지 얼마나 긴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애초에 모두 같은 크기의 벽인지도 알 수 없다. 


남을 밟고 넘으려 수많은 사람들을 쌓아 올려도 벽의 끝을 찾지 못해 다 같이 무너지고, 벽의 끝을 찾기 위해 떠나지만 말 그대로 끝이 없어 수많은 사람들이 주저앉는다.




벽 너머의 사람에겐 투명한 벽이 있다. 볼 수는 있지만 넘어설 수는 없는 투명한 벽. 

벽을 넘으면 모든 끝이라 생각했는데, 앞엔 또 다른 벽이 있다. 여전히 벽 너머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더 넓은 세상에서 살아간다. 


드넓은 하늘 아래 숨통이 막혀온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모두가 누린다고 모든 세상이 내 것은 아니다. 이 앞에 벽을 다시 한번 넘는다면 어떻게 될까? 또 다른 벽. 그 앞에 벽. 그 앞에 벽. 그 앞에. 벽.


얼마나 많은 벽이 더 있는 걸까?


뒤를 돌아본다. 

보이지 않는 벽에 기대 날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 벽만 넘으면 모든 게 달라질 거라는 갈망에 찬 눈으로.

나도 저런 눈을 했었을까? 아니. 지금도 저런 눈을 하고 있지 않을까?


그보다 조금 더 먼 곳을 본다. 또 투명한 벽에 기댄 사람들이 있다. 바로뒤가 시작점이 아니다. 그마저도 누군가에겐 아득히 앞선 곳이다.



볼 수는 있지만 넘어설 수 없는 투명한 벽이 있다.

그 너머는 분명 모든 걸 할 수 있는 이상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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