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한테 무관심 전략이 통한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
매달리면 도망가고 무심하면 다가오는 관계는 뭘까? 관심은 받고 싶지 않으면서 또 무관심하면 허전한 마음이 드는걸까? 사춘기 악다구니가 연속되던날 이제는 대응하고 싶지도 않아서 그냥 내버려뒀다. 숙제를 하던말던 밤에 일찍 자던말던 씻던말던. 응 니인생 니꺼. 난 해줄만큼 해줌. 응 잘 살길 바래. 이런마음이랄까?
그런데.
살살 달랠때는 화력이 올라와 지멋대로 끝까지 하던 녀석이 무심하게 내버려두고 관심갖지 않으니 슬슬 내 곁으로 기어온다.
왜그러냐. 하던데로 하렴. 하루는 엄마가 노트북으로 우다다다다 계속 작업하는게 궁금했는지 쓰윽 고개를 내밀어 화면을 유심히 쳐다본다.
"엄마 뭐 쓰는거야?"
"엄마 원고 쓰는거야. 글쓰기 하며 생각정리하고 있지."
"숙제야?'
"아니. 내가 좋아서 하는 거야."
그렇지 숙제도 아닌데 놀지도 않고 계속 앉아서 글쓰니 아들 입장에서는 신기해 보였나보다. 엄마의 초관심사가 궁금했는지 그 후에도 계속 기웃거린다. 얼굴 붉히며 대하지 않았더니 아이도 얼굴에 빨간불 끄고 다가왔다.
"읽어봐도 되?"
"왜 안되. 읽어봐."
한참을 스크롤을 내리며 집중해서 본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아들이 읽는다니까 괜시리 초조해졌다. 눈만 마주쳐도 으르렁 대던 사이니까 분명 독한말을 쏟아낼거라고 생각하니 괜히 보여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스크롤이 끝날즈음.
"어때?"
"재밌다. 엄마."
첫번째 독자가 재밌다고 해줬다. 내 자식이 예쁘다고 칭찬받는 것 마냥 기분이 두리둥실 올라온다.
"그런데."
뭐냐? 그런데는?
"이거 그림 모야? 이거 너무 중국산 짭 같잖아. 그림빼."
"이거 삽화 중요해. 못빼."
"그럼 망하겠네. 그림보고 사람들이 비웃을껄"
이러며 낄낄대며 자리를 박차고 자기방으로 숨어버린다. 그럼 그렇지. 아름다운 마지막 엔딩을 바라기엔 나의 전투력 올라온 갱년기와 악다구니 가득한 중2병 사춘기가 현재진행 중이였지.
으르렁 대던 녀석이 재밌다고 해줬다. 그걸로 됐다. 어떻게 보면 최전선의 적군에게 인정받았으니 나머지야 그냥 접수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