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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스런 후후작가 Jul 08. 2024

미안하고 드러운 유전 : 비염+두드러기+결막염

타고난 알레르기 체질 극복하기

  지난여름 뜨거운 여름의 기세가 한풀 꺾인 8월의 끝자락에 부여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너무 더울 때는 밖에서 걷는 것조차 힘드니 우리는 항상 더위 피크는 지나서 여행을 떠나곤 한다. 이번 부여 여행의 목적은 우연히 교과서에서 봤던 금동대향로를 보는 것이다. 책에서 본 것을 실물로 보며 직접 관찰하는 것만큼 좋은 경험도 없기 때문에 기대에 부풀어 부여로 떠났다.

  

고학년이 된 후군은 어릴 때부터 해외도 많이 다녔었고 낯선 여행지에서 물갈이 한 번 한 적도 없기에 여행을 떠날 때 챙겨야 할 아이 느낌보다는 여행메이트 같이 느껴졌다.

  

적어도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그랬다. 이렇게 고생할 줄 알았으면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미래를 알턱이 없는 우리는 때늦은 여름휴가를 만끽하러 경기도에서 멀지 않은 충남 부여에 도착했다.




  첫 코스는 국립부여박물관이다. 부여에 왔으니 금동대향로 봐야지. 성격 급한 우리 가족은 부여 도착하자마자 숙소도 가지 않고 바로 박물관으로 왔다. 더위가 한 풀 꺾였다지만 아직도 외부의 낮 온도는 높은 열기로 상당했고 냉방이 빵빵한 박물관 안이 냉장고 안처럼 시원하게 느껴져 천국 같았다.

  

도착하자마자 본관 로비에서 틀어주는 레이저빔 역사 내레이션은 꽤 볼만했다. 아이는 박물관 이곳저곳에 전시되어 있는 유물들을 교과서나 책에서 봤다며 아는 척하느라 바빴다. 별도로 전시되어 있는 금동대향로의 자태는 실물로 보니 압도되어 한참을 관람했다.

  

이때까지는 너무 좋았다. 더위도 피할 수 있었고 관람내용이 교육적이고 아이도 좋아하고 역시 난 정말 아이를 잘 키워!라고 자뻑에 취해 바로 옆에 정림사지석탑까지 구경하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했다. 우리가 먹었던 점심메뉴는 연잎밥 한정식이 메뉴다. 앞으로 아이가 평생 동안 먹지 않을 것 같은 이름 연잎밥.


  MBTI 검사해 보면 항상 무계획이 계획인 P 성향으로 나오는데 이제는 여행을 가기 전에 미리 찾아보고 대략적인 계획이 있어야 마음이 편했다. 부여의 맛집으로 유명한 떡갈비도 같이 나오는 한정식집을 지도에 북마크 하고 기대 한가득 안고 찾아갔는데 세상해... 금일 휴업... 어쩌지... 플랜 B 따위는 없는 걸 보면 P가 맞긴 한가보다.

  

할 수 없이 주변에 먹을만한 식당을 찾아봤으나 왜인지 모르겠으나 휴업이 많았다. 그러다 유일하게 문을 연 식당을 발견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느낌이 처음부터 쎄했다. 보통 관광지 식당들은 못해도 한두 팀정도는 손님이 있는데 그 드넓은 식당에 우리만 있었다. 일부 외국인 종업원들은 의자를 붙여두고 잠을 자고 있었다. 분위기가 밥을 맛있게 먹을 분위기가 아니었지만 시장이 반찬이겠지 싶어 연잎밥 한정식세트를 시켰다. 종업원 아주머니께서 아이가 왔으니 원래 계란말이 반찬은 주지 않는데 특별히 주신다며 친절하게 음식을 세팅해 주셨다. 배고픈 상태였는데도 음식 가짓수는 많은데 딱히 젓가락이 가는 반찬이 없었다.

  

그때부터였을까? 그때 적당히 먹고 나왔어야 했을까? 연잎에 쌓여 있는 밥을 보며 아이가 견과류가 들어있다고 먹기 싫다고 거부했다. 견과류가 몸에 좋은데 먹으면 죽는지 알고 싫어한다며 핀잔을 주며 잣, 땅콩, 밤 등을 골라내고 찰밥만 아이에게 줬다. 아이는 젓갈류나 다른 마른반찬들은 잘 먹지 않았고 내가 조기생선살을 좀 발라줬고 계란말이와 찰밥 된장찌개 가지볶음을 좀 먹었던 기억이 난다. 입에 맞는 반찬이 없다며 많이 먹지도 않았다.


  숙소에 와서 짐을 풀고 있는데 역시나 아이가 배고프다고 해서 미리 알아두었던 시골통닭을 리조트로 배달시켰다. 우리나라는 진심 배달의 민족임을 통감하며 전에 맛보지 못했던 빠삭한 껍질을 자랑하는 시골 오리지널 통닭은 맛있게 먹었다. 20여분 지났을까?


"엄마, 나 간지러워."

"응? 어디가? 보여줘 봐."


치킨 먹다 만 손으로 목 뒤쪽을 벅벅 긁어댄다. 얘가 또 더럽게 손도 안 닦고 긁는다고 나무라며 몸을 살펴보는데 아이 목 뒷부분 접히는 곳에 빨갛게 두드러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재빨리 웃통을 벗겨 여기저기 살펴봤다. 몸 곳곳에 발진이 시작되었다. 뭐지? 알레르기반응이 급성일 경우 기도가 막히면 호흡곤란이 온다고 들었다. 재빨리 리조트 프런트에 연락해 가장 가까운 응급실로 향했다. 대처하기 힘든 낯선 여행지에서 아프면 긴장과 불안이 3배는 올라가는 것 같다. 함께 주문했던 맥주를 마시기 전에 두드러기를 발견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오늘 무슨 날인가? 응급실도 환자가 없었다. 점심에 뭘 먹었는지 사진을 보여드리자 평소 접하지 않은 음식을 물으셨다.

  

연잎밥이 떠올랐다. 치킨이야 자주 먹는 음식이고 다른 반찬들도 자주 접하던 반찬이었다. 연잎밥의 견과류는 먹이지 않았는데 그게 문제였을까? 다행히 도착하자마자 알레르기 주사 두방과 약을 처방받고 돌아오니 알레르기가 쑥 들어갔다. 살았다. 걱정했던 마음이 풀리자 몸에 힘이 풀려 침대에 드러누웠다.

  

화장실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더니 아이가 괜찮아지자 밤 산책을 하기로 했다. 지금 시즌에 궁남지에 연꽃이 활짝 피어서 너무 예쁘단다. 가보자. 궁남지에서 그네도 타고 밤에 핀 연꽃을 구경하며 두드러기로 잠시남아 걱정했던 마음을 잊었다.



"엄마, 나 또 간지러워."


아침에 눈을 뜨니 얼굴까지 울긋불긋 두드러기가 올라와있었다. 너무 놀라서 남편을 깨우고 병원으로 향했다. 미리 신청해 놨던 리조트 내 과자집 만들기 클래스를 못한다고 애는 그 상황에서 징징대고 나는 얼굴까지 올라온 두드러기 보고 걱정하고 남편은 운전하고 셋다 멘탈이 나가서 다시 건양대 병원으로 갔다. 의사 선생님께서 만성으로 갈 수도 있으니 주의하라며 다시 주사 두방을 맞고 약을 주셨다. 약발 무엇? 또 쓱 가라앉았다.

  

화장실 들어갈 때 마음 나올 때... 그렇다. 약 먹으면 괜찮아지는걸 두 번 학습했으니. 그래 약발 잘 받네 괜찮을 거야. 생각하며 미리 예약해 놨던 수륙양용버스를 타고 금강 투어를 했다. 버스가 강으로 돌진하니 같이 타고 있었던 사람들이 동시에 환호성을 질렀다. 버스 안에서 금강 주변의 관광지의 이곳저곳을 설명 들었다. 애가 괜찮아 보이자 근처에 친할머니댁에 들러서 식사를 같이 하기로 했다. 그냥 그때 집에 갈걸…



두드러기 이 나쁜것!


"엄마, 나 등이 간지러워."


  보이는 곳은 두드러기가 없어서 괜찮은 줄 알았는데 등을 훌러덩 까보니 등에 두드러기가 하나 가득 번지고 있었다. 와... 만성으로 가면 안 되는데... 불길한 예감은 왜 틀리지 않지.


  시골 할머니집에 가서 얼굴만 딱 보고 다시 집으로 달렸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서 큰 병원으로 가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식사를 사드리려던 부모님께 걱정만 안겨드리고 그 길로 대학병원 소아 응급실로 갔다. 휴일이라 기본 대기 시간이 2시간이란다. 여행에서 막 돌아와 지쳤고 걱정에 마음까지 소진해서 우리 부부는 대기실 소파에서 쪽잠을 잤고 아이는 핸드폰으로 브롤스타즈를 신나게 했다.


"두드러기 심하네요. 부모님 두 분 중에 비염 있으신 분 있나요?"

"네 아빠가 비염이 있어요."

"아이 모기 물리면 부풀어 오르죠?"

"네 심해서 약 먹은 경우도 있어요."

"체질인 것 같은데 두드러기 원인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만성되면 안 되니까 부모님께서 주의하셔야 해요."


   어릴 때부터 코 찔찔이라 비염이 있는 것은 알았고 환절기에 눈에 눈곱이 자주 껴서 알레르기 체질이라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는데 피부로 뒤덮은 두드러기에 무너졌다. 대수롭지 않은 현대인의 고질병 정도로 생각하기에는 아이 상태가 심각했다. 약발이 남아 있을 때에는 두드러기가 쑥 들어갔다가 약발이 떨어지면 어김없이 얼굴 배 다리 할 것 없이 빨간 얼굴을 내밀었다.

  

연잎밥이 아니더라도 음식의 어떤 알레르기 인자가 건드린 것인지 모르기 때문에 단백질 유제품을 피하고 채식만 했다.

  

독한 피부과 약을 먹이면 아이가 졸려했다. 당연히 학교에는 갈 수 없었고 온몸을 뒤덮은 두드러기 때문에 외출도 못했다. 원인을 찾겠다고 이병원 저 병원 다녔지만 약의 종류만 달라질 뿐 차도가 보이지 않았다. 왜 이러지? 평생 이러면 안 되는데...

  

  고기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아이도 심각성을 알았는지 두부도 맛있다며 주는 데로 잘 먹어줬다. 답답한 마음에 병원에 의뢰했던 MAST 종합 알레르기 피검사 결과지에  약간의 집먼지 진드기 외에는 어떤 음식 알레르기도 나오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 의견으로는 정확한 원인은 알수없으나 아마도 마이크로플라스마 균이 나왔는데 이것이 홍반처럼 피부로 발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감기균이 피부로 오면 이렇게 두드러기가 심하게 온단다. 알레르기 체질이 눈으로 나올지 코로 나올지 피부로 나타날지 이녀석이 어디로 튈지 모르니 주의해야한다고.


  세상해. 나쁜 균! 꼬박 2주일간 두드러기와의 전쟁결과 차츰 피부가 돌아왔다. 채식위주로 생활해서 아이의 똥배가 홀쭉 해지자 살 빠졌다며 좋아한다. 애미 속도 모르고 말이다. 두드러기가 열일할때는 주사와 약들도 효과가 그때뿐이고 한번 건드려져서 예민해진 몸상태를 편안하게 돌려놓는 수밖에 없었다.


면역이 관건이라 면역 떨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코로나 걸려도 안 아픈 녀석인데 두드러기에는 완전히 무너졌다. 타고난 체질이 알러지에 과민한 체질이라 그렇다던데 안 좋은 것을 물려준 것 같아 미안해진다. 애비가 비염이 심하기도 하고 어릴 때 농구공 맞으면 묘기증처럼 피부에 농구공이 피어났다던데 아주 드러운 게 애비로부터 유전된게 틀림없다. 결혼할 때 피부 긁어보고 할 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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