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두 분 곧 오실 시간입니다.
'올해는 왜 매미소리가 안 들리지? 여름인데 말이다.' 이 생각이 들 즈음부터 매미가 울어재낀다. 지루한 장마철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는 시점이 왔는지 동네 매미들이 합창을 시작한다. 매미소리와 함께 내일 이면 아들과 남편이 열흘간의 여행을 마치고 귀국한다. 아들은 아침부터 한층 불쌍한 척하며 목소리를 최대한 공손하게 숙제를 다 못했다며 한국 가서 잘하겠다며 사죄의 동영상을 보내왔다. 네가 없는 열흘의 자유시간이 이미 보상이다. 사실 열흘간 싱글라이프를 충실히 즐겨서 나의 기분은 최상이다. 지난 시간들이 열흘간이 아니라 한 이틀 만에 후다닥 지나간 기분이다. 의무감에 당연히 해왔던 일들에서 해방되자 자유가 찾아왔다.
아침에 투실투실하게 잠든 사춘기 아이의 엉덩이 두들겨 가며 실랑이 끝에 깨우지 않아도 되며 느지막이 일어나 게으름 피우며 빈둥되기가 가능하다. 청소기를 밀고 물걸레질을 해놓고 정리해 둔 물건들이 일주일이 넘도록 움직이지 않는다. 내가 둔 그곳에 그대로 얌전히 머물러있다. 기적이다. 혼자 살면 정리할 일이 줄어드는 걸 느꼈다. 매일 빨래할 필요도 없다. 나밖에 없으니 소량 빨래를 돌려 건조기로 말린 후 이방 저 방 나르지 않고 내 옷만 개켜서 서랍에 넣으면 끝이다.
가장 큰 변화는 화장실 냄새다. 남자 두 명이 없으니 화장실에서 찌릉내가 안 난다. 모든 냄새와 세균을 잡아준다는 만능 세제 풋샴푸로 매일 같이 닦아대도 찌릉내가 스멀스멀 올라왔는데 나 혼자 있으니 없어졌다. 이것들이 서서 싸서 그런 게 확실하다.
식구들은 싫어하고 나만 좋아하는 메뉴인 국물닭발을 배달시켜서 혼자 티브이를 독차지하며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보며 즐겼다. 혼자 있어서 참았던 에어컨도 혼자 있으니 더 켰다. 왜냐하면 너네들은 이탈리아에서 돈 펑펑 쓰고 다니니까 에어컨쯤이야 틀고 있자 싶었다. 결과적으로 반들반들 정돈된 집에서 물건들의 이탈이 없고 냉장고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놓으니 이곳이 지상낙원이다. 저녁에 숙제하라며 실눈 뜨지 않아도 되고 내 마음대로 원하는 영화 크게 틀어놓고 있어도 눈치 볼 자식이 없으니 마음이 이렇게 편하다. 홈홈 스위트홈! 혼집이 최고다.
비가 오지 않는 저녁 시간이면 무조건 산책을 했다. 에너지가 남아도니 산책하는 발걸음이 평소보다 가벼웠다. 이렇게 가벼우면 좀 뛰어볼까? 까지 생각이 미치자 가볍게 러닝을 시작했다. 30분 산책보다 5분간 뛴 러닝이 훨씬 개운했다. 몸이 예열되어서 그런지 습도가 높아서 그런지 몰라도 땀이 비 오듯 나왔다. 개운하게 뛰고 들어와 샤워하며 선풍기 틀고 티브이 보며 열을 식혔다. 하루동안 남는 에너지를 나를 위해 쓰니 다음날 에너지가 더 빨리 채워지는 기분이다.
<혼자 있으니 집 앞 공원 런닝도 즐겁다>
일 년 내내 혼자 살면 심심할 수 있으니 가끔 이렇게 떨어져 있어 보는 것도 서로 좋겠다 싶다. 주말부부는 전생에 나라를 구해야 올까 말까 하는 행운이라는 말의 뜻을 살짝 맛보기 한 기분이다. 다음에는 두 분이 요즘 유행하는 낯선 곳에서 한 달 살기 이런 것에 관심 갖고 도전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