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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마루 Jul 25. 2022

우영우의 아빠를 통해 배우는  올바른 부모관

승-승의 관계를 추구하라. 부모 자식 간에도 예외는 없다.

 


© kelli_mcclintock, 출처 Unsplash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 '미안하다 사랑한다'라는 드라마에 푹 빠진 적이 있다.

'미사 페인'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을 정도로 흡입력이 강력한 스토리를 전개했는데, 나는 나이가 어렸음에도 그 드라마에 너무 과하게 몰입된 탓에 KBS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며 급기야 대본을 다운로드하여 읽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었다. 그 후 몇 년이 지난 고등학교 시절에도 종종 미사의 주인공이 눈앞에 나타났다 사라지기도 할 정도였으니 청소년기 시절 그 드라마의 서사와 세계관이 나에게 미친 영향은 가히 엄청났다고 할 수 있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드라마 중독 증상을 세게 겪어서였을까? 그 이후로 물론 다양한 드라마를 접하긴 했지만 한 번도 그때처럼 중독될 정도로 빠져들었던 적은 없다. 결혼 이후에는 더더군다나 나의 삶 그 자체에 대한 밀도가 높아지면서는 드라마를 통한 현실도피의 증상은 말끔히 치유되었다. 내 삶이 가장 흥미롭고 생생한 한 편의 드라마가 되니 다른 이의 인위적이고 작위적 스토리에 그렇게 끌리지도, 궁금해지지도 않았던 것이리라. 혹여나 사회 전방위적으로 유행과 이슈가 되는 드라마가 나타나면 해당 요약본이나 요약 필름을 보는 것으로 만족했던 터였다.


 그러다 최근에 요즘 그렇게도 핫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를 접하게 되었다. 유튜브 섬네일이 너무나도 흥미로워 강력한 이끌림에 의해 요약본을 보았는데 며칠 후 보니 남편은 정주행을 하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마침 타이밍이 맞아서 아침에 남편과 나란히 누워 7화 끝자락과 8화를 보게 되었다. (물론 사남매가 한 명씩 깨서 안방으로 오는 바람에 드라마 막판은 정말 정신없이 사수했다.)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자투리 요약본이나 블로그 리뷰글이 아닌 정식으로 마주한 8화의 내용은 사뭇 인상 깊었다. 주요 줄거리는 우영우가 친모를 만나는 이야기, 우영우의 친부가 어떻게 미혼부가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전개되었는데 드라마의 매끄러운 진행과 따스함, 담백한, 개연성, 속도감 모든 것들에 전부 매료되었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우영우 아빠의 고백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서로의 출신 배경이 너무나도 극과 극이었던 영우의 아빠와 엄마는 대학시절 만나 서로 좋아하는 사이가 되었지만 준비 없이 영우가 찾아오는 바람에 가정 배경을 극복하지 못하고 때 이른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영우 아빠는 영우를 낳기만 해 준다면 본인이 하던 공부도 중단하고 아이와 함께 사라져 두 번 다시 눈에 띄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게 되고 그 조건을 받아들인 영우의 엄마는 아이를 출산하게 된다. 아이를 얻기 위해 내 건 약속을 지키고자 법조계에서 완전히 떠나 법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만을 하며 홀로 자폐 아이를 키워낸 영우 아빠의 이야기는 사뭇 감동적이고 먹먹하기까지 했다.

  

   내가 주목한 부분은 마침내 출생의 영우에게 비밀을 밝히며 곁들인 고백의 내용이었다. 시간을 돌이켜 보니 무조건 변호사가 되었어야 한다고 아빠는 고백한다. 영우가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도고 취직이 안되어 힘들어할 때 아빠로서 현직에 있으면서 변호사 업무도 직접 알려주고, 작은 로펌이라도 물려줄 수 있는 그런 힘 있는 아빠가 되었어야 한다는 말 - 그 말의 맥락과 깊이가 여러모로 울림 있게 다가왔다.


   윌 스미스의 주연 <행복을 찾아서>라는 영화에서도 느꼈지만 때로는 강단 있고 책임감 있는 부성이 감성적인 모성을 훌쩍 뛰어넘기도 한다. 여성은 아무래도 감성적인지라 연약한 모습이 종종 튀어나올 수밖에 없지만 남성이 자녀에 대한 책임감을 장착한다면 그 어떤 엄마 못지않게 강인하고 굳건한 아빠의 상으로 단단하게 아이들을 키워내곤 하는 것이다. <행복을 찾아서>라는 영화에서도 미혼부로서 처절한 환경에서 어린 아들을 케어하면서 선 굵은 책임감으로 결국 인생의 반전을 실현시키고야 마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 깊었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나온 바로 그 아빠의 모습처럼 말이다. 내면의 강인함에 모성적 희생정신까지 겸비하면 미혼부여도 얼마든지 최상의 부모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것 같다.


  반면 영우 엄마를 떠올려보면, 본인의 뱃속에 10개월 동안 품어 그 힘든 출산의 과정까지 마친, 내 피와 땀과 세월을 가공해 출산한 그 아이를 낳자마자 아이 아빠에게 건네준 뒤 본인의 사회적 명예와 커리어를 챙겨 온 그 세월이 과연 의미가 있는 세월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다른 것을 다 얻은들 무슨 소용일까. 자식과 사람 했던 사람을 잃었는데. 그것은 인생의 전부를 다 잃은 것이 아닐까? 그만큼 냉정했기 때문에 사회에서 법무부 장관 후보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지만 한 여성의 삶, 개인의 삶으로 조명해보면 그리 행복한 삶만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감히 든다. 항상 가슴 한편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허전하고 허무한 마음이 들지는 않았을까? 어디서 어떤 이름을 가지고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도 모를 그 아이를 한 번씩 그리워하면서 말이다.

( 그래서 8화에서 보인 친모와 영우와의 만남은 그 어떤 재회 장면보다 담백하고 인상 깊었다.)  


  이러한 드라마의 서사 속, 영우 아빠의 말에서 나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또 하나의 힌트를 얻었다.

아이를 위한 희생정신이든, 그 사랑의 숭고함이든 책임감이든 뭐든 다 좋지만 결국 힘이 있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것. 아이들이 사회에 나왔을 때 어느 정도 울타리와 발판이 되어줄 수 있는, 현직의 일이 있고 경험치와 능력이 있는 그런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고백컨데, 나는 결코 그렇게 희생적인 타입의 엄마는 아니다. 오히려 전통적 관념의 희생정신이 반 스푼 빠져있는 모성애의 그릇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네 아이를 잘 키워낼 수 있다고 믿는다. 모든 관계는 승-패의 관계가 아니라 승-승의 관계가 될 때 그 관계가 진정으로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믿는 바이인데, 부모 자식 간의 관계도 결코 예외는 없다.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이라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결과를 내는 것 같아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매우 위험할 수가 있다. 아이에게 모든 것을 다 쏟아붓고 세월이 지나 '나는 무엇인가'를 넋두리하거나 아이들에게 그 대가를 바라게 되는 엄마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나는 아이들과의 관계에서도 늘 배울 점을 찾고 나의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 만한 점들을 찾아내고자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유아기, 청년기뿐만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나를 우러러보고 따라올 수 있도록 부모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를 절대적으로 사수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사실 진짜 인생은 청년기 그 이후부터라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아직 어린 영유아, 유초등, 청소년기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아이들에게 말과 행동의 리더십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그런 엄마로 나 또한 꾸준히 성장한다면 아이들과 부모 양쪽의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가장 이상적인 승-승의 관계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영우 아빠의 아이를 지켜낸 따뜻한 책임감과 영우 엄마의 전문적 사회적 커리어를 다 갖춘 부모라면 정말 금상첨화이지 않을까! 그런 엄마가 되기 위해 오늘도 균형을 되새기며 엄마로서, 개인으로써 한 뼘 더 성장하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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