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봄 냄새가 났다.
짧은 여행을 가는 날이다. 쉬러 가는 만큼 조금 비싼 고속버스 좌석을 예매하고 은근히 설레는 마음으로 창가 자리에 앉았다. 눕힐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좌석을 눕히니 가을보단 높지 않은 하늘이 보였다. 여행 가는 날 치고는 맑은 날씨이긴 하지만 봄 철 스모그 때문에 회색빛이 조금 섞여있는 하늘이라 아쉽기도 했다. 귀에 이어폰을 끼우고 좋아하는 노래가 들어있는 플레이리스트에 정신을 맡기고 창 밖을 보았다. 몇 십분 지났을까, 버스는 어느새 한강 부근을 지나고 있었다. 길을 따라서는 연분홍빛 벚꽃나무가 가득했다. 봄이라는 계절이 조금 더 와 닿았다. 길에는 걷는 사람, 운동하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 강아지와 산책을 나온 사람이 종종 있었다. 나는 버스에 있었으니 사람들은 찰나의 순간으로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벚꽃 나무가 있는 길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문득 나도 저기에 서서 오랫동안 꽃비를 맞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속눈썹과 콧등에 스치는 꽃 잎을 느껴보고 싶었다. 간지럽고 설레는 상상이었다.
이틀 동안 여행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나도 모르고 옆자리에서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는 당신도 모르지만, 지금 내 귀에서 흘러나오는 콜드플레이의 노래와 창 밖의 풍경, 사랑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장소로의 여행은 날 은근히 설레게 해 준다는 거. 그 사실이 나를 이 순간 행복하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