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지 못한 마음을 비워내는 법
안녕하세요. 문장집배원 써니입니다
요즘 따라 손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돼요.
손가락 한 번으로 지웠다 썼다 할 수 있는 문장들보다,
검은 잉크로 꾹꾹 눌러 쓴 글씨가 더 그리워지는 요즘이에요.
마음이 쉽게 말로 옮겨지지 않는 순간들이 많아졌거든요.
전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입 밖으로 꺼내는 건 자꾸만 조심스러워지고,
누군가에게 건네고 싶은 마음은 생각보다 자주 망설여지더라고요.
오늘은 그런, 아직 닿지 못한 마음에 관한 문장들을 전해드릴게요.
불안이나 고민은 그저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이미 반쯤은 해소가 되더라구요.
사소한 고민, 작디작은 푸념, 오늘의 감정 한 조각 등 어떤 이야기도 좋아요.
익명으로 남겨주시면 딱 맞는 문장을 처방해드릴게요.
어느 늦은 오후 9시, 문장집배원이 문장 처방전을 들고 찾아갈게요!
난 내가 보내는 하루가 정말 24시간이 맞나 하는 의심을 해. 네 하루가, 네 현재가 어떤 속도로 흐르는지 넌 알고 있어?
너와 나는 호흡의 주기가 달라서, 넌 사람을 좋아하고 난 상처를 사랑해서, 넌 낮을 애정하고 난 밤을 느끼니까.
왼쪽 위에 적힌 나는 너를 향해 몇 개의 줄을 지나야 하지만, 너는 엔터 한 번에 다른 종이에 사랑을 고백할 수 있으니까.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내던지고 뒷걸음질 치며 달아나는 게 내 습관이니까.
잘 가. 이건 내 첫 이별 선고야 이 편지는 보내지 않을 예정이야.
언젠가 인연이 닿아서,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 잊히게 되면, 너와 영화 한 편 보고 싶어. 우리를 움츠러들게 하고, 불쾌하게 하고, 이불 밖으로 튀어나온 두 발을 의식하게 하는 그런 영화 말이야.
23년 2월. 차가웠던 네 손이 약간은 걱정되는 날. 서울에서
우연히 인스타를 보다가 마주했던 신춘문예 당선작이에요.
(제가 이름에 '선'이 들어가서 괜히 저한테 하는 말 같기도 했어요.)
이 문장들은 닿지 못한 마음이 공기처럼 부풀어 있다가
조용하게 흘러내리는 느낌이었어요.
마음을 보낸 사람보다, 거절한 사람의 마음이 더 오래 남을 때가 있더라고요.
어쩌면 이 문장들은 '그 순간에 더 오래 머문 사람'의 기록이 아닐까요.
가끔은 보내지 못한 말이 도착하지 못한 마음보다 더 애틋하기도 하니까요.
이렇게 마음을 글로 담아보는 것도 마음을 비워내는 방법 중 하나일지 몰라요.
누군가에게 아직 보내지 못한 마음이 있나요?
� 문장집배원 코멘트
오늘도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