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요즘 뭐하고 지내?

그냥 아무것도 묻지 말아주세요.

by 써니

1월, 프리랜서를 시작하면서 일이 하나도 안 들어오는 달은 처음이었다. 혼자 있는 자취방에서 불안과 함께 몸을 뒤척였다.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않으면 속에 있는 말들이 기침처럼 터져나올 것 같았다.

그렇게 하루, 이틀, 일주일이 지나고 나는 밖에 나가지 않았다. 10평이 채 되지 않는 작은 공간에서 몸을 웅크리고 숨어 있었다. 요즘 뭐하고 지내? 라는 말이 들려올까봐, 지레 겁을 먹었던 것 같다.


2월, 그렇게 2월이 되었다. 생각보다 사람은 쉽게 굶어죽지 않는다. 뇌와 몸은 각자의 살길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배꼽시계가 울리면 손은 냉장고를 향했고, 뇌는 동기부여 영상을 찾았다. 냉장고에는 엄마의 흔적들이 가득하다. 그렇게 몇 가지의 반찬을 꺼내 감정없이 속을 채웠다. 몇 분이 채 되지 않는 영상이 끝나자 시들어진 장작마냥 내 의지력도 꺼졌다. 죽을 때까지 나는 나를 책임지며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가끔은 버겁기도 하다. 미우나 고우나 언제든 함께 해야 하니까 말이다.


다시 의자에 고쳐 앉았다. 혼자만의 시간이 늘어날 수록 언어의 힘을 잃는다. 새로운 사람들 속에 섞이는데도 시간이 곱절은 걸리니까.


고개를 돌리자 현관문이 보였다. 이 문을 열고 나가면 다시 익숙한 장면들이 반복된다. 사실 나는 알고 있다. 다음 날이 되면 나는 아무렇지 않은 채 회복할 거라는 걸. 하지만 지금은 이 불안 속에 웅크려 숨고 싶다. 아무에게도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을 숨긴채 말이다.


하지만 삶은 계속 되야 하기 때문에, 나를 다시 내던져보기로 했다. 사실 자취를 한지 이제 1년이 넘었다. 이 안락지대에서 나는 평생 혼자서 살아가면 어떻게 될까? 라는 상상도 했다. 그렇게 무채색의 인간이 되겠지.

다시 도화지에 물감을 칠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답은 하나다. 이 자취방을 나오자.


폰에서 집주인을 검색하고, 바로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저 703호인데요. 방 빼려구요."

"네. 아쉽네요. 나머지 절차는 부동산 실장님 통해서 들으시면 됩니다."


그렇게 1년의 자취는 한 마디로 정리가 되었다.

IMG_8444.HEIC

다음편에 계속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도 나를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