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끝나가고 있습니다. 설과 추석은 친척들이 모여 안부를 묻고 정을 나눠야 하는 때입니다. 그러나 코로나로 몇 년째 전화나 영상으로 만남을 대신하니 참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편하기도 합니다.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공식적으로 보지 않을 수도 있고 짧게 인사만 나누고 헤어질 수 있으니 말입니다.
어떤 상황에 여러 감정들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겠지요. 네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느냐, 어떻게 그렇게 느낄 수 있느냐 말하는 건 자연스러운 감정을 어떤 틀로 재단하는 것이고, 감정을 숨기고 억압하라는 뜻이 될 테니까요. 그건 ‘나답게’를 망치는 일이기도 할 것입니다.
연휴에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을 읽었습니다. 저자는 감정을 공감해 주는 것이 진짜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가트맨 박사의 책에 기술된 ‘엘리엇의 사례’로 감정이 배제된 이성의 무력함을 말합니다. 엘리엇은 뇌에 종양이 생겨 뇌의 일부를 제거받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사고능력, 언어와 기억력의 수준이 전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될 뿐이었기에 사회생활이 가능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엘리엇은 생각, 논리, 사실 나열은 가능하나 우선순위와 선택을 하지 못하게 되었고, 회사생활을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마치 화살만 있을 뿐 표적이 없는 허공에 화살을 쏘아대는 것과 같은 것으로 힘만 들고 성과가 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을 공감받으면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됩니다. 감정을 무시당하면 혼란에 빠지기도 하고 자존감이 하락하고 나와 타인을 신뢰하지 못하고 존중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스트레스에 아주 취약하게 되고, 집중력도 떨어집니다.
아이의 감정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통해 4가지 유형의 부모로 나누고 있습니다. “별 것 아니야.”라고 말하는 축소 전환형 부모, “그럼 못 써!”라고 말하는 억압형 부모, “뭐든 괜찮아.”라고 말하는 방임형 부모, “함께 찾아보자.”라고 하는 감정코칭형 부모. 감정코칭형 부모의 특징은 이렇습니다. 아이의 감정은 다 받아주되 행동에는 제한을 둡니다. 감정에는 좋고 나쁜 것이 있다고 나누지 않고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다 받아들입니다. 아이가 감정을 표현할 때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줍니다. 아이의 감정을 존중합니다. 아이의 작은 감정 변화도 놓치지 않습니다. 아이의 독립성을 존중하며 스스로 해결방법을 찾도록 합니다.
이런 부모가 되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나의 감정을 내가 스스로 존중하고 받아들여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필요 이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초감정’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이것은 대부분 어린 시절에 만들어집니다. 그러니 무의식 속에 숨겨져 나 스스로도 감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 보는 건 어떨까요? “지금 기분이 어때?”, “그 기분에 이름을 붙여볼까?”, “그렇구나. 이런 상황일 때 이런 기분이 들었구나.”, “그런 기분이 들었을 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내가 있어야 타인도 있고, 나를 사랑해야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고 합니다. 나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존중한다면 우리가 행복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책 : 최성애· 조벽· 존 가트맨 저,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 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