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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거울 May 25. 2023

퇴근 후

6화

나봉식

봉식이는 나의 의대 동기이다. 녀석은 의대에 들어오고 나서 공부를 곧 잘했는데 정신과를 선택하여서 전문의가 되더니, 정신과 의사가 되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실습이 너무 힘들었다나, 워낙 말이 없고, 유순한 성격의 친구였다. 자기 병원을 오픈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더니, 어느날 나에게 전화를 해서 본인이 미칠 것 같다고 하였다. 


술로도 달랠수 없는 고민. 늘 이야기를 들어주는 쪽이였던 친구의 말을 그저 나도 동변상련의 마음으로 들어줄 뿐이였다. 그리고 우리는 더 친해 졌다. 


다행히 봉식은 운동에서 돌파구를 찾았고, 지금은 '정신과의 마동석, 나봉식' 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해졌다. 

오랫만에 봉식의 병원을 찾았다.


" 잘 지냈어?"

" 응, 잘지내지~ 너야 말로 웬일로 먼저 전화를 했어?"


봉식은 못본 사이에 몸이 더 커졌다. 진료를 마친 후라 가운도 벗고, 셔츠만 입었는데, 셔츠가 터질것 같다. 


"아~ 별거 아니고 그냥 좀 물어볼게 있어서"

"뭔데~ 혹시 나 상담실에서 들어야 하는 이야기야? 아니면 편한데서 들어두 되는 이야기야?"


이 말은 봉식은 운동을 시작하면서, 자신은 소중하다며 '정신과 상담'은 진료실 외에서는 안한다는 원칙을 만들었다. 당시 봉식을 미칠것 같게 만든 이유가 주변인들의 하소연 겸 상담이였기 때문이다. 


"  .... 상담실"

"그래"


자리를 옮기고, 상담 의자에 앉았다. 


"요즘 기분은 어때?"

"야~ 심각한거 아니야? "

"응, 알았어. 말하고 싶을때 말해."

"실은... 이럴수도 있나, 특정 사람을 나만 다른 걸로 볼수도 있나?"

"음, 혹시 뭘로 보이는데?"

"그게, 동그랗고, 동글 동글한 괴생명체처럼 생긴 건데. 자기가 냐니뇨래.  그래~옛날 컴퓨터 게임에서 나온 슬라임이란 몬스터처럼 생겼어. '냐니뇨' 또는 '냐니 냐니' 뭐 이런 말을 해."


내말을 듣는 봉식의 가슴 근육이 순간 꿈틀거린다. 

에? 왜저러지?

꿈틀꿈틀


심각한 봉식의 표정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꿈틀 꿈틀.


"킥킥킥킥"

"왜 갑자기 웃어?"

"아니 너 가슴 근육 일부러 꿈틀거린거냐?"

"아~~아니~ 뭔가 긴장하면 이러더라구. 이래서 가운을 꼭 걸쳐."


봉식은 민망하지, 걸려있던 가운을 입었다. 


"혹시 언제부터 그랬어?"

"우리 병원에 새로 직원이 입사를 했어. 이름이 '냐니뇨'라고 그 직원이 면접 오면서 부터 그래. 다른 김선생이나 가족, 주변 사람들은 다 그냥 똑같아. 그 직원만 '냐니뇨'로 보여."

"그 직원을 다른 사람들이 보기도 해?"

"당연하지. 김선생이 얼마나 좋아하는데. 환자들도 싫어하지 않아. 첫날 입사 턱으로 배추를 10만원 어치 먹었어. "

"뭐? 배추를 입사턱으로 먹다니 무슨 말이야?"

" 쌈밥집에 갔는데, 배추를 글쎄~~~"


나는 그간 냐니뇨가 나타나서 생긴 일에 대해서 봉식에게 다 이야기를 했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속시원이 냐니뇨에 대해서 이야기 할수 있다니 속이 시원하다. 나의 시원한 속과는 다르게 봉식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한다. 


"혹시 정기적으로 이렇게 상담 받으러 올수 있을까?"

"응, 나야 좋지. 냐니뇨에 대해서 어디다 말도 못하고 있는데 너한테 이야기 하니깐 좋다."

"그래~ 다른 스트레스 받는 건 없고? 한참 힘들어 했었잖아?"

"어! 냐니뇨 말고는 없어."


그렇게 나는 봉식에게 털어놓고, 봉식의 병원을 나섰다. 

그런데 이녀석 술한잔 하자는 말도 없네.


카톡!


'나야 봉식이. 술이나 카페인 들어간 음료 같은거 일단 줄여봐. 그리고 다음주 이 시간에 예약 잡아놨어. 계속 상담하자.'


뭐야~ 싱겁게. 그런데 나 뭐 문제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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