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냐니뇨씨, 잠깐 볼까요?"
나는 화를 가라 앉힌 다음에 냐니뇨를 불렀다. 역시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나, 칭찬한다.
냐니뇨가 내가 열어둔 진료실 문으로 뽀잉 뽀잉 들어왔다.
"문좀 닫아주세요."
드르륵
뽀잉 뽀잉.
내 얼굴을 보고도 상황파악이 안되는지 냐니뇨는 탱글탱글한 얼굴에 웃는 얼굴이다.
순진한 얼굴을 하고는 4400만원이라니, 철이 없는 건가?
"냐니뇨씨, 저희 병원에서 오늘 하루 근무해 보니 어때요?"
"냐니~냐니~"
음. 좋다는 뜻인것 같다.
"제가 지금 연봉 협상을 하려고 하는데, 냐니뇨씨가 희망 연봉을 4400만원을 적으셨더라구요. 이유가 있습니까?"
상대는 끽해야 '냐니뇨' '냐니냐니' 라는 말만 하는 괴 생명체인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최대한 이성적이고, 정상적인 사람으로 대하고 있다. 역시 나란 사람 멋진 사람이다.
"냐니뇨 냐니뇨 냐니뇨"
뭐라는 거야. 냐니뇨 냐니뇨 냐니뇨 3번 이야기 했으니깐..
아! '저는 아무 생각이 없어서 그렇게 썼어요.' 라는 뜻인가 보다.
"오늘 근무해서 아시다시피 저희 병원은 규모가 그리 크지도 않고, 고객도 그렇게 많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오픈하고 계속 근무한 김선생도 그정도 연봉을 주지 못하고 있어요. 물론 수술이 많거나 하면 인센티브가 나가기는 하였지만...."
인센티브가 나갔던 때가 언제 였던가, 이제는 참 먼 옛날 처럼 느껴진다.
"냐니~"
뭔가 시무룩해진 냐니뇨의 얼굴을 보니, 김선생에게 '더 이상 인센티브를 주기는 힘들것 같다'고 말했을때의 표정이 생각났다. 냐니뇨는 동그랗기만 하던 몸이 아래로 축쳐지면서 뭔가 더 흐물흐물 해졌다고 할까? 그런상태가 되었다. 냐니뇨는 내가 말을 할수록 물처럼 녹아서 바닥에 촥 퍼져간다.
"어찌되었건 저희 병원의 수익이 늘거나 어디서 냐니뇨씨의 연봉을 감당할 만큼의 돈이 생기지 않는한 이 연봉으로는 계약이 힘듭니다."
휴~ 다 말했다. 이정도 말했으면 알아듣겠지.
그때, 물처럼 녹아 있던 냐니뇨가 얌체볼 처럼 뽀잉 하고 튀어오르더니 책상 위의 내 핸드폰을 낚아챘다. 어찌나 빠르던지 마치 시간은 정지한것 같았다. 정지된 화면으로 보니 자세히 보게 되었는데 냐니뇨의 손은 몸에 붙어 있지 않았다. 몸에서 떨어져서 자유롭게 360도 움직였는데, 그 움직임이 그래 전자의 움직임처럼 빨랐다. 핸드폰의 방향 돌려서 내 얼굴 스캔해서 페이스 아이디를 풀더니, 빠르게 동그란 손으로 내 핸드폰을 만졌다. 그리고 다시 내 얼굴에 핸드폰을 들이밀었다.
핸드폰 화면엔 '내 주식 계좌'가 떠있었다.
그리고 일십백천, 정확하게 사천사백만원이 늘어난 금액이였다.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실은 그 짧은 시간에 뭔가를 할수 있다는 것도 놀라웠고, 내 눈앞에 4400만원이 순식간에 생긴것도 놀라웠다.
무엇보다 그런 일은 내 앞의 괴생명체가 해냈다는 것이 더 놀랍다.
나는 녹이슨 양철로봇 처럼 내 핸드폰을 받아들었다.
"냐니뇨?"
"네~ 냐니뇨씨, 돈이 생겼네요. "
헛웃음이 나온다.
"냐니~"
"네~ 희망하신 그 금액으로 연봉계약 하겠습니다. 나가보셔도 되세요."
"냐니"
"아참, 김선생에게는 연봉이야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냐니뇨"
"네~ 그래 주세요. "
"냐니냐니"
뽀잉뽀잉
드르륵
나는 넋이 나간 채로 연봉 계약서에 4400만원을 타이핑하다가, 혹시 무슨 마법같은게 아닐까 하고 내 핸드폰을 들여다 보았다. 거래내역을 보니 내가 가지고 있던 주식 중 하나가 한번도 본적 없는 금액으로 정확히 냐니뇨가 연봉협상을 하는 그 시각, 고점을 찍었고, 냐니뇨는 정확하게 그 시각에 그 주식을 팔았다. 그리고 냐니뇨가 판 그 주식은 팔자마자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렇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우리 병원에 주식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추는 '냐니뇨'가 입사했다.
고생끝! 행복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