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점심식사를 마치고 병원으로 돌아왔다. 잠깐 문을 닫고, 외출을 하는 날은 마음이 조급하다. 혹시 그 사이에 환자분이 한분이라도 오셨다가 닫힌 문을 보고 돌아가진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병원 앞엔 한적하기만 하다.
오후엔 환자들 예약도 없고, 당일 내원하는 환자도 적었다.
차라리 환자가 많으면 좋은데.... 냐니뇨를 직원으로 채용할지 말지 고민이 된다. 일단 일을 하는 데에는 문제는 없어 보인다. 문제는 내게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 오늘 봉식이에게 연락을 해봐야지.
'똑똑'
"네"
드르륵
김 선생인가 보다.
뽀잉 뽀잉
냐니뇨가 웃는 얼굴로 종이를 한 장 들고 들어온다.
'뭐지?'
뒤따라 김 선생이 들어오면서 이야기한다.
"원장님, 냐니뇨씨가 컴퓨터를 엄청 잘해요. 이것 보세요. 뭐해요. 냐니뇨씨~"
냐니뇨는 웃으면서 종이한장을 내민다.
'처음 내원하셨나요? (화살표) 아래의 표를 작성해 주세요."
A4용지에는 안내문구가 적당한 색배합과 디자인으로 인쇄되어 있었다.
'오호~ 이런 재주가 있을 줄이야.'
저 동그란 손으로 컴퓨터 마우스와 키보드를 작동시킨다는 게 신기하지만, 일단 결과물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실은 김 선생은 환자 응대나 수술방에서의 어시스트, 병원 환경관리 뭐 하나 빠지지 않고 잘하는데, 문제는 컴퓨터 활용능력이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병원 곳곳에는 궁서체, 고딕체에 검은색으로 프린트된 A4용지가 붙어있었고, 나는 그것에 대해서 어느 순간 더 이상 말하지 않게 되었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니깐
나 역시도 기본적인 프로그램을 다루기만 하지, 이렇게 디자인까지는 못하는데, 이건 그 포토샵으로 만든 건가? 뭐로 만든 거지? 물어볼까 했는데. 답은 안 들어도 뻔할 것 같다.
"깔끔하고 눈에 띄게 잘 만들었네요. 냐니뇨씨 잘했어요."
"냐~~~니~~"
뽀잉, 뽀잉, 뽀잉, 뽀잉
기분이 좋은지 냐니뇨는 연거푸 4번 자리에서 '뽀잉' 거리고, 김 선생과 나갔다.
흠.....냐니뇨인 것만 빼고는 근무태도도 좋고, 뭔가 병원을 위해서 하려고 하는 자세가 보여서 마음이 흡족했다. 점심식사 시간의 배추트림 따위는 다 잊었다.
'그래~ 김 선생이 괜찮다는데. 나는 김선생하고 소통을 더 많이 하니깐 크게 문제 될 건 없잖아. 직원으로 계약하자!'
나는 그제야 면접 때 충격으로 미처 읽지 못한 이력서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희망 연봉을 확인해야 했다. 그 금액에 맞춰 추기로 하였으니깐.
이력서를 보고 나서야 냐니뇨가 전문대를 갓 졸업했다는 것, 병원 근처에 부모님과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병원 경력이 없다는 것도.
너무나도 평범한 이력서이다. 아니 요즘 같은 시대엔 부족한, 텅텅 빈 이력서이다.
이전에 면접을 보러 온 지원자는 해외연수에, 토익점수, 공모전, 봉사활동, 자격증으로 가득 채운 이력서를 가지고 왔다. 그래서 면접을 보는 내가 미안할 정도였다.
'저기 우리 병원에서 당신이 하게 될 일은 이런 해외연수와 토익점수와 공모전, 봉사활동, 자격증이 필요 없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지원자가 그 사실을 더 잘알았는지 면접은 보았지만 지원철회 의사를 밝혔다.
냐니뇨의 텅 빈 이력서는 어쩌면 우리 병원에 딱 맞는 이력서 일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거 맞아? 희망 연봉?!!
4400만원!!
이런 날강도 냐니뇨를 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