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우리는 모두 다르다 - 발표 근육
부모님, 오빠네 가족과 여름휴가를 갔을 때의 일이다. 새언니(오빠가 결혼한 지 15년이 넘어도 나는 아직도 이 호칭이 어색하고 이상하다. 새언니라니. 결혼 전 나를 언니라고 부르던 이가 결혼 후 언니가 되었다)와 펜션 거실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새언니가 요즘 뱃살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고 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참 예쁘게도 생긴 새언니는, 한동안 운동을 못했다며 이제 슬슬 신경을 좀 써야겠다고 했다.
“요즘도 운동 꾸준히 해요?”
“못할 때도 있는데 시간 나면 챙겨서 하는 편이에요.”
“코어 근육 만들기에 좋은 운동 뭐가 있을까요?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거로요.”
그 당시 한창 플랭크(plank, ‘엎드려뻗쳐’처럼 몸을 평평하게 만든 후 팔과 다리로만 버티는 동작) 자세 시간 늘리기에 재미를 붙이고 있을 때였다.
“이 자세가 뱃살 빠지는 데 도움 되는지는 모르겠는데 허리와 등 근육 강화하는 데 좋대요. 무리해서 하면 허리가 아플 수 있으니 준비 운동 충분히 하고 15초에서 정도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시간 늘려보세요.”
“이렇게요?”
“네, 맞아요. 그런데 이 자세가 잘못하면 허리에 부담을 줄 수 있대요.”
새언니는 플랭크 자세를 배를 깔고 엎드린 자세 마냥 편하게 쓱 했다.
“엄청나게 힘든 동작이고 처음이니까 15초만….”
“이게 어려운 동작이에요? 잘못했나? 몸에 별 느낌이 없어요.”
새언니는 난생처음 해보는 플랭크 자세를 몇 년은 한 사람처럼 편하게 했다. 허리를 다칠 수도 있다는 내 염려가 무색하게 몇 분을 그러고 있었다.
곧 떠올랐다. 새언니는 천하장사라는 걸. 아담한 체구와는 달리, 여리여리한 이미지와는 달리 새언니는 힘이 세다. 예전에 언젠가, 나는 양손잡이라 왼팔 힘이 세다며 으스대다가 새언니에게 팔씨름으로 덤볐다가 1초도 안 돼서 나뒹굴었다.
사람마다 타고난 근육은 모양도 질감도 크기도 쓰임새도 다 다르다. 팔을 들어 올리는 간단한 동작도 어떤 사람은 어깨의 삼각근을 쓰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승모근을 또 어떤 이는 팔에 있는 이두근을 쓴다. 조금만 운동해도 근육이 팍팍 붙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운동을 열심히 해도 근육이 잘 안 생기는 사람도 있다.
발표도 마찬가지다. 한 번의 깨달음으로 불안 증세가 싹 사라지는 사람, 발표가 편해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좋아지고 난 후 불안증이 다시 안 생기는 사람, 좋아졌다가 나빠지기를 반복하는 사람, 빨리 괜찮아지는 사람, 천천히 좋아지는 사람 등 발표 근육도 사람마다 참 다르다. 그래서 정답이 없다. 절대적으로 좋은 방법도 없다. 중요한 건 내 근육 상태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운동을 하는 거다. 내 상태를 이해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그걸 받아들이는 것이다.
불안증이 좋아졌다가 다시 불편해지기 시작한다면? ‘나는 느리구나’,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구나’, ‘연습을 조금 더 해야 하나 봐’ 하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왜 이러지?’, ‘왜 다시 안 좋아지지?’라며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자꾸 조바심을 내고 연거푸 좌절하는 건 아무 도움이 안 된다. 분명히 괜찮아졌는데 다시 폭발적인 긴장감이 밀려오는 건, 그럴 수 있다. 전혀 이상하거나 실망할 일이 아니다. 숨 한 번 훅 내쉬고 하늘 한 번 올려다보고, ‘내 발표 근육은 천천히 회복하는 편이구나’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걸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