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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재민 Mar 05. 2021

우리 집 새 식구 ‘구피 오남매’

멸치·참치·꽁치·대구·연어와 동거 중입니다

멸치, 참치, 꽁치, 대구, 연어. 수산시장에 다녀왔나 웬 생선 타령이냐고요? 그건 아니고요. 저희와 함께 살게 된 물고기 이름입니다. 어종은 ‘구피’라고 합니다.      


얼마 전 아내가 친구 집에 갔다가 다섯 마리를 분양받아왔는데요. 생긴 건 꼭 제가 어릴 적 동네 개울에서 잡고 놀던 송사리를 닮았습니다. 어떤 물고기인가 검색을 해보니, 역시 송사리 목이라고 합니다.      


큰 두 녀석은 3cm, 중간 두 녀석은 1.5cm, 작은 한 녀석은 1cm 정도가 될까요? 제 손가락 한 마디나 될까요? 체구도 작아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습니다. 새로운 거처가 맘에 들었나 연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물속을 노닐고 있습니다.      


굴러다니던 넓은 그릇을 가져다 물을 반쯤 담아 집을 만들었습니다. 조약돌도 몇 개 넣었습니다. 전용 밥도 사다가 아침저녁으로 먹이고 있습니다.   


오늘은 배달시킨 물옥잠과 행운목이 도착했습니다. 휑하던 어항이 풍성해진 느낌입니다. 녀석들도 기분이 좋은지 꼬리지느러미가 경쾌하게 움직입니다. 아이들도 신났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나 아내나 애완동물 키우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요. 식물은 그나마 괜찮은데, 동물은 부담스럽습니다.      


잘 보이나요? 구피 오 남매 집에 오늘 수초가 들어왔습니다. 생물과 첫 동거 중입니다.

목숨이 붙어 있는 생물은 사람이건, 동물이건 죽기 마련이잖아요. 정 붙이며 살다가 생명이 다하면 밀려드는 슬픈 감정을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녀석들은 번식력도 좋고 수명도 그럭저럭 길다고 하니 어느 정도 마음이 놓입니다.     

키우기 쉽고 번식력이 강하여 수초를 번성시킨 수조에 암수를 함께 넣어 두면 자연적으로 수가 증가한다. 수족관의 표층에 서식하는 경향이 있으며 다른 물고기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다. 먹이는 실지렁이 등이다. 수명은 2∼5년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구피[guppy] (두산백과)     

다섯 마리가 죄다 암컷인지 수컷인지, 아니면 암수가 섞였는지는 물고기 문외한인 저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그냥 사이좋은 ‘오남매’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제가 아는 물고기는 ‘식용’이었으니까요.      

응큼하고 발칙한 상상에 실소가 터져 나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녀석들 이름 뒤에 단어를 붙여 만들면 반찬거리가 됩니다. 멸치볶음, 참치찌개, 꽁치구이, 대구탕, 연어샐러드. 코딱지만 한 녀석들 앞에 놓고 야만적이고 원초적 본능이 꿈틀거리자 실소가 터져 나옵니다. 아니 제가 설마, 먹겠습니까. 흐흐흐.      


오늘 들려드릴 노래는 영화 ‘니모를 찾아서’ OST <Beyond the Sea>입니다.    

*영상 출처: (2) Finding Nemo- Beyond the Sea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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