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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재민 Mar 13. 2021

난 참 결혼을 잘한 것 같다

아내와 두 아이, 그리고 케이크가 있는 시간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고, 같이 있으면 떨어지기 싫어 결혼이란 걸 합니다. 결혼만 하면 자웅동체처럼 붙어있을 수 있으니 행복할 줄만 압니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백년해로를 다짐합니다. 저도 주례 선생님과 하객들 앞에서 그러겠노라 굳게 맹세했습니다. 아내에게는 평생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겠다는 ‘몹쓸 약속’도 했습니다.     

  

막상 살다 보면 다짐과 맹세와 약속을 지키기 쉽지 않습니다. 아니,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지짐이랑 볶음밥만 먹고 사는 것도 아닌데, 지지고 볶는 날이 많으니까요. 그래서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고 하나 봅니다.  


우리나라는 OECD 아시아 국가 중 이혼율 1위, 출산율 대비 낙태율도 1위입니다. 연애할 땐 너 없으면 죽겠다고 해놓고, 죽네사네 싸우다, 못 살겠다고 헤어집니다.      


책임도 못 질 거면서 덜컥 임신하고, 출산하고, 가엾은 아이 목숨까지 앗는 비정한 부모가 하루가 멀다고 이 나라 뉴스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지고 볶고는 살아도, 결혼한 걸 후회하진 않습니다. 아니, 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아내는 평생 은인이고, 다시 태어나도 같이 살고 싶은 사람이니까요. 아내가 제 브런치 독자라서 떠는 아부가.. 절대 아닙니다.      


아내는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저보다 10분 더 고민하며 신중합니다. 그리고 저보다 한발 먼저 움직입니다. 나쁜 결과보다 좋은 결과로 이어질 때가 많으니 이보다 고마운 사람이 있을까요?     


결혼 11주년 세리모니는 딸기 케이크로 조촐히 합니다. 초 두개는 '11주년'과 '저와 아내' '딸과 아들'을 의미합니다.


제가 그림자를 만들 수 있도록 해주는 빛 같은 존재입니다.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싶은 생각을 수도 없이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제 아내가 이 글을 읽을 것이라서 하는 접대용이 결코 아님을 다시 한번 밝혀 드립니다. 아부면 어떻고, 팔불출이면 어떻습니까. 같이 사는 아내가 얼마나 예쁘면 저럴까, 하고 웃고 마세요. ㅎㅎ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아들 낳아주고, 손에 물기 마를 날 없어도 내색하지 않고, 돈 많이 못 벌어와도 투정하지 않으니 감사할 수밖에요.    


맑은 날이 있으면, 흐린 날도 있고, 천둥 번개 치는 날도 있습니다. 결혼 생활도 그런 것 같습니다. 좋은 날이 있으면, 힘들고 슬픈 날도 있는 것처럼. 서로 손 잡고 거센 파도 이겨내며 살면 얼마나 의지가 되고 든든하겠습니까. 그래서 부부를 ‘동반자’라고 부르나 봅니다.      


오늘은 저희 부부 결혼 11주년입니다. 시간 참 빠르다 싶다가도, 한 해 한 해 정을 쌓아가며 산다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며 사는 인생입니다. 11년 전 결혼을 축하해 준 분들께 중간보고드립니다.


검은 머리는 파뿌리가 되어가는 중이고, 무탈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과 기도 부탁드립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한다고 진정성에 의심을 받는 말이지만, 아내느님께 다시 한번 고백합니다. “오 여사, 사랑해유.”      


요즘 결혼식은 코로나19 때문에 인원 제한이 있습니다. 식장 안에도 거리두기로 의자를 띄어 앉아야 합니다. 결혼 10주년 세리모니를 2019년 연말 가족 여행으로 미리 했습니다. 작년 4월 총선 취재로 어려울 것 같았거든요. 코로나가 극성일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결과적으로 참 다행입니다. 또 하나 다행인 건, 주례 선생님과 늘 성원을 보내주고 계신 은사님께 맘 놓고 저녁 식사를 모셨다는 겁니다. 모두가 다행인 날이 얼른 오기를 소망합니다.         

*영상 출처: Ed Sheeran - Perfect - YouTube

*상단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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