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재민 Mar 22. 2021

우리들 일상에 ‘봄꽃 필 무렵’

밤은 짧고, 낮은 길어지고 있습니다

춘분이 지나면서 날이 밝는 시간이 빨라졌습니다. 어스름이 묻어 있던 출근길도 완연히 달라졌습니다. 벚나무에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꽃망울이 다닥다닥 붙어있습니다. 며칠 뒤면 하얗고 고운 자태를 드러낼 것 같습니다.      


여전히 바람은 불고, 공기는 차갑습니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에 겨울옷을 꺼내 입고 집을 나섰습니다. 서울행 KTX를 타러 가는 길, 봄은 그렇게 속도를 줄이며 오고 있었습니다.       


천안아산역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입니다. 공중에서 무언가 툭, 떨어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높다란 소나무 꼭대기에서 나뭇가지 하나가 떨어졌습니다.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까치 한 마리가 부산하게 둥지를 드나듭니다.      

키 큰 소나무 꼭대기에 까치 한 마리가 둥지를 오가며 봄맞이 준비를 하는 모양입니다. 까치 모습은 잘 안보입니다. 사진찍는 걸 알고 초상권이 있다는 듯 어디론가 쌩~ 날아갔습니다

집을 짓고 있는 건지, 보수 중인지는 알  없었습니다. 어쩌든 까치도 봄맞이 준비를 하는가 봅니다. 둥지 위에서 살짝살짝 뛰는 모습이 역동적이고 경쾌합니다. 벚꽃도, 까치도 부지런히 봄을 준비하는 모습에서 다시 한 계절의 시작을 실감합니다.       


그래서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라고 하는 걸까요? 죽은 것 같았던 나무와 잎들이 생존을 입증한 순간, 저 역시 '살아있음'확인했습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나는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정호승 <봄길>     
오늘 아침 출근길에 본 벚꽃나무 꽃망울입니다. 며칠 뒤면 활짝 필 태세입니다.

제주에는 벌써 벚꽃이 만개했다고 합니다. 아랫녘부터 출발한 봄꽃 축제의 향연은 서울 여의도에 이르러 절정에 달합니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로 빼앗긴 들에서 꽃 축제를 즐기긴 어려울 모양입니다.      


서울 영등포구는 벚꽃 개화 기간인 4월 1일부터 12일까지 국회의사당 뒤편 여의서로 봄꽃길 1.7㎞ 구간을 전면 통제합니다. 통제 구간 내 벚꽃 관람은 온라인 봄꽃축제(blossom.or.kr) 사이트에 사전 신청한 뒤 추첨으로 선정된 3500명만 참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쉽지만 어쩌겠습니까.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면 꽃이 피고, 일그러진 우리네 일상과 얼굴에도 주름살 펴지는 날이 올 겁니다. 밤은 짧고, 낮은 길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들려드릴 노래는 ‘빨간의자’가 부르는 <봄냄새>입니다.      

*영상출처: 빨간의자(REDCHAIR) - 봄냄새 - YouTube     

이전 05화 난 참 결혼을 잘한 것 같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