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XX’는 욕이고, ‘쪽 팔려서’는 비속어입니다

대통령실과 집권 여당이 만들고 있는 ‘가짜 뉴스’

by 류재민

어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대학 4학년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제게 졸업전시회에 반영할 정보를 구했습니다. 주제는 ‘뉴스의 전달 과정을 활용한 진실·허위 정보 탐지 서비스’였는데요. 쉽게 말해 ‘가짜 뉴스’ 판독하기입니다.


학생들은 제가 브런치에 쓴 ‘가짜 뉴스 때려잡기’라는 글을 보고 이메일로 만남을 요청했습니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느끼는 보람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싶습니다. 무슨 말로 설명해야 쉽게 이해할까 곰곰이 생각했는데요.


마침 좋은 예가 떠올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입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되물었습니다. “여러분도 들어봤겠지만, 어떻게 들리나요? ‘바이든’입니까, ‘날리면’입니까?” 학생들은 피식 웃으며 이구동성으로 대답했습니다. “바이든이요.”


대학 졸업반이면 20대 중반일 겁니다. 저보다 스무 살 정도 어리겠죠. 당연히 저보다 청력도 더 좋을 겁니다. 그들은 방송에 보도된 내용이 정확하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대통령실과 여당의 ‘음모설’과 ‘영상 조작설’이야말로 ‘가짜 뉴스’에 가깝다고 주장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모습. 대통령실 제공.

국민적 조롱거리로 전락한 논란에 대통령실과 국민의힘만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모양입니다. 아니, 하기 싫은 모양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막무가내로 우기면 장땡일까요?


제가 ‘기자’라고 해서 MBC를 편들려는 게 아닙니다. 기본적인 상식과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자는 얘기를 하려는 겁니다. 국가 최고 권력기관과 집권 여당이라면 더더욱 말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바이든’이 ‘날리면’이고, ‘국회’가 미국이 아닌 ‘더불어민주당’을 칭한다고 칩시다. 그 앞에 ‘이 XX’는 어떻게 해명할 건가요? 이게 과연 대통령의 언어입니까?


윤석열 대통령은 이 말만큼은 국민 앞에 사과해야 옳았습니다. 그러면 적어도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켰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통령은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그사이 ‘골든타임’은 지나갔습니다. 미국의 눈치를 보다 대한민국 국민을 바보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오르나 싶던 지지율은 다시 떨어졌습니다.

대통령실을 보면 어떤 현안이 불거져 브리핑할 때, 내부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매번 의문이 듭니다.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박수현 전 국민소통 수석은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마 저 같으면 (대통령께) 솔직하게 여쭤봤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이 대통령실의 구조는 그런 것이 가능한지 모르겠습니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을 억지로 부정하려는 국가 권력. 이쯤 되면 ‘타조 증후군’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막이나 평야에서 맹수나 사냥꾼을 만나면 모래에 머리를 파묻는 타조의 행동을 두고 생겨난 말인데요.


어려운 일이 발생하면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현실 부정과 소극적인 대응으로 오히려 심각한 화를 입게 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거듭 밝히건대 대통령이 한 ‘이 XX’는 욕설이고, ‘쪽 팔려서’는 비속어입니다. 이건 ‘팩트’입니다.


스스로 한 말조차 모른 척하고, 사과하지 않는 지도자 앞에 국민은 부끄럽고, 창피하고, 쪽팔립니다. 대통령과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동화 일독을 권합니다. 제목은 ‘벌거벗은 임금님’입니다.


*참, 큰 도움도 못 줬는데 학생한테 커피 쿠폰을 받았습니다. 고마워요, 서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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