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팔린' 대통령 해외순방 취재, 안 가길 잘했다

하마터면 고생만 하고 욕만 먹고 올 뻔했다

by 류재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부터 5박 7일 일정으로 해외순방 중입니다. 영국과 미국, 캐나다 등 3국을 방문하는데요. 일정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가는 곳마다 논란과 구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엘리자베스 여왕 2세 조문 취소를 두고 말이 많았습니다. 미국에선 기시다 일본 총리와 회담,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48초 만남을 놓고 여야가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놨습니다. 정치 공방이야 여야가 허구한 날 하는 전공 분야이니 그러려니 합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만남 직후 한 ‘막말’만큼은 대한민국 국격을 실추시킨 중대 사고라고 생각합니다. 어디 대통령이 ‘새끼들’ ‘쪽팔려서’라는 언어를 사용할 수 있습니까. 그것도 세계 정상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말입니다. 정작 ‘쪽팔린’ 건 다름 아닌 대한민국 국민일 겁니다. 저도 영상을 보고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더 어이가 없었던 건 ‘일인지하 만인지상’ 자리에 있는 국무총리 발언입니다. 한덕수 총리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설사 이런 것들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미국 측에서 그렇게 큰 문제로 생각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사적인 얘기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 입니다. 이게 말이라고 하는 소리인가요?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요. 첫 순방이었던 지난 6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때도 이런저런 논란이 많았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지인 수행 동행과 고급 귀금속을 빌린 문제가 대표적입니다.


대통령이 해외에서 국익을 위한 외교를 펼칠 때는 국가적으로 지원하고 지지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해외순방 때마다 뒷말이 나오는 상황은 국민들로 하여금 불안과 걱정, 부끄러움만 안겨줄 뿐입니다. 오죽하면 북한의 김여정이 윤 대통령을 겨냥해 “인간 자체가 싫다”라고까지 했을까요.


조만간 귀국할 대통령이 나가서 있었던 일들에 어떤 해명을 할지 궁금합니다. 하는 해명마다 또 다른 논란이 꼬리에 꼬리를 무니 걱정이긴 합니다. 그래도 해명할 건 하고, 사과할 건 하고,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은 없어야겠죠.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줄줄 새지 않게 말입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더 이상 대통령을 즐길 시간도, 거기에 취해 있을 여유도 없다. 이제 가십거리나 사진거리로 뉴스를 장식하는 것은 그만했으면 한다.
2022년 7월 5일,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 윤석열 정권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이번에도 윤 대통령 해외순방에는 대통령실을 출입하는 여럿의 기자들이 동행 취재를 떠났습니다. 현지에서 직접 상황을 지켜본 기자들이라면, 사실 그대로 보도해야 합니다. 기자는 기사로 말한다, 는 말이 있듯이. 가뜩이나 기자들을 ‘색안경’을 끼고 보는 세상 아닙니까. 이번에도 제대로 된 보도 하나 나오지 않는다고 비판이 빗발칩니다.


윤 대통령이 일본 총리를 만나러 유엔 일본 대표부가 있는 건물로 이동했을 때 한국 언론에는 알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이에 항의한 기자가 있었다는 소리는 못 들었습니다.


이번 순방에 따라갔으면 장거리 강행군에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욕만 바가지로 먹고 올 뻔했습니다. 욕이야 기사를 제대로 쓰면 걱정하지 않을 일입니다. 다만 ‘내가 이러려고 비싼 출장비를 내고 이역만리까지 왔나’라는 자괴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더 큽니다.


설령 대통령의 잘못된 언행이 ‘국제적 망신살’을 뻗칠까 봐주거나 덮어선 안 됩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어울려 술 한 잔 나누고 ‘마사지 기사’를 써서도 안 됩니다. 놀러 간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나오는 여러 억측과 소문을 잠재울 기사야말로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잣대가 될 것입니다. 일국의 총리마저 일련의 사태를 “신문 보고 알았다”라고 할 정도이니, 언론의 역할이 막중해졌습니다.


저는 올해로 8년째 청와대부터 대통령실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부터 문재인 정권을 거쳐 윤석열 정권까지 해외순방 취재는 한 번도 가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못 갔다’라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대통령 전용기는 여전히 내부 기득권이라고 불리는 ‘풀(POOL) 기자단’이 점거하다시피 하고 있으니까요. 적어도 문재인 정권에선 저도 대통령 전용기 한 번 타고 해외순방 취재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요. 지금은 아닙니다.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보내준다고 해도 가고 싶은 마음이 1도 없습니다.


또, 가봐야 득도 없습니다. 풀 기자단 소속이 아니면, 밀착 취재도 불가능합니다. 풀 기자가 취재해 온 워딩(발언)을 받아 써야 합니다. 영국이나 미국에 있으나, ‘용궁(용산 대통령실 은어)’에 있으나 다 같은 ‘받아쓰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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