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차’ 그린 학생이 뭘 잘못했다고

그런 그림 그리게 만든 ‘원인 제공자’ 누굽니꽈

by 류재민

한 고등학생이 그린 윤석열 대통령 풍자만화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 만화는 지난 7월 한국만화영상진흥원 공모전에서 금상을 받은 ‘윤석열차’라는 작품인데요. (한번쯤 다 보셨죠?)


글쎄 정부는 이게 정치적인 주제로 다뤄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며 빠떼루 ‘경고’를 줬지 뭡니까. 정부가 지원하는 공모전에서 감히 나라님을 욕보이다니. 더구나 천벌을 받기는커녕 상을 주고 전시까지 했으니.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했나 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정신적·신체적으로 멀쩡한 대한민국 청소년이 그런 그림을 그리게 만든 원인 제공은 누가 했죠? 성인도 아닌 청소년이 절대 권력자를 풍자하고, 그걸로 상을 받을 지경까지 나라 꼴을 개판 오분전 이렇게 만든 게 누구란 말입니꽈. 이 얼마나 '무례한 짓'입니꽈.


웹툰협회와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 일부 의원까지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막는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당연하죠. 지금이 무슨 왕조시대도 아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아니고. 대한민국도 그냥 대한민국이 아니라, 윤 대통령이 그토록 친애하는 ‘자유’ 대한민국 아닙니까.

그림 그린 학생이 잘못했다고 돌 던질 국민이 과연 있을까요? 정부의 말도 안 되는 ‘경고’에 실력 있는 청소년의 가슴에는 커다란 상처를 남겼을 겁니다. 아, 정말 '대한민국'이라는 열차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곳은 다름 아닌 ‘정부’ 아닙니까. 하긴 대통령은 스스로 무슨 말은 했는지도 모른다고 발뺌하고 있으니. 이 만하면 볼장 다 본 거 아닐까요? (이 역시 풍자입니다.)


풍자는 시사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해학 속에 뼈가 들어 있습니다. 위정자에게는 한 번쯤 국정을 돌아볼 계기로 삼을 만큼 우수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부와 집권 세력은 그걸 권력에 대한 ‘저항’이나 ‘선동’으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시대착오적 망상이 따로 없습니다. 말이나 그림, 글 한 번 잘 못 놀렸다 소리 소문없이 잡혀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저도 조심해야겠군요, 흠. 아까 한 풍자 취소요^^;;)

전국시사만화협회 성명서.


자유! 자유! 자유! 자유라는 단어만 33번 등장하는 이 글은 전국시사만화협회가 어제(5일) 발표한 성명서입니다.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고등학생이 그린 풍자만화 ‘윤석열차’가 금상을 수상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화제가 됐죠.
그러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정치적 의도가 있는 작품”이라며 대회 후원을 취소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이번 성명서는 문체부 결정에 항의하는 차원입니다. 아무런 설명 없이 자유라는 단어를 33번 사용한 건 아마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광복절 경축사에서 “자유”를 33번 언급한 걸 풍자한 것으로 보입니다. 2022년 10월 6일, JTBC, <‘윤석열차’ 엄중 경고에 항의...‘자유!’ 33번 외친 시사만화협> 보도 중

어쩌면 비극은 이때부터 시작한 것이 아니었을까. 당장 내리세요.

정부는 권력자에 충성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아닙니다. 정부의 교육·문화적 기능과 역할은 국민의 교육과 체육활동을 담당해 예술 및 문화활동을 보장하며 청소년 문제를 주관하는 것입니다.


그림을 그린 학생은 윤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열차 안에서 구두를 신은 채 의자에 발을 올려놓은 장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합니다.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입니까.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유’ 타령만 하며, 당당하게 신발을 신고, 일말의 부끄럼도 없이 좌석에 발을 올려놓는 분이 있다면, 당장 열차에서 내리세요. 승객들이 가만히 있을 것 같습니꽈.


오년졸망기국(五年卒亡其國), 제 말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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