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이 멈추자 난리가 났다

카카오 먹통 사태, 정치권과 정부와 독점 기업의 ‘민낯’

by 류재민

카카오톡이 먹통이 되면서 전 국민이 불편을 겪었습니다. 우리나라 총인구수의 90% 이상이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거대한 플랫폼 기업이 데이터센터 1곳에서 불이 났다고 온 나라가 마비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카카오는 회사 대표가 사퇴하며 사태를 수습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뒤늦은 사과와 그동안 카카오가 독점했던 플랫폼 시장의 문제점이 하나둘씩 나오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이러면 기업의 가치 역시 추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카카오는 특히 설비 투자는 게을렀습니다. 사업 확장에만 부지런했습니다. 카카오 부사장은 “화재는 예상 못한 시나리오”라고 해명했는데요. 그럼 “그동안은 무슨 시나리오를 준비했나”라고 반문하게 만듭니다.


국내 메신저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카카오톡이 지난 1년 반 동안 2조 6,000억 원에 육박하는 광고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해 받은 '카카오 톡비즈 매출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부터 올해 2분기까지의 카카오톡 광고 매출은 총 2조 5,580억 원이었습니다.


카카오 톡비즈는 카카오톡 서비스를 기반으로 광고주가 목적에 따라 상품과 서비스를 노출하거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광고 상품입니다. 비즈보드·카카오톡 채널·이모티콘 등을 활용한 광고형, 카카오 선물하기 등 커머스를 활용한 거래형 등의 종류가 있습니다. 2022년 10월 21일, MBN, <카카오톡 1년 반 동안 광고로 2조6천억…안정성 점검은 뒷전> 중

카카오 홈페이지

특히 이번 카카오 사태로 소상공인들 피해가 컸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21일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관련 피해 접수는 이날 오후 2시까지 1,254건으로 집계됐습니다.


가장 많은 서비스 피해 유형(중복 포함)은 카카오T와 카카오 맵 관련으로 전체의 50.54%를 기록했습니다. 카톡을 통한 소비자 예약·주문·상담을 받는 톡 채널 피해는 45.58%, 카카오페이·기프티콘 결제 관련 피해가 42.06%로 각각 나타났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찔끔 보상’에 택시 기사들이 반발하고, 여론마저 악화되자 추가 보상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카카오 서비스 장애로 피해를 본 이용자들은 집단소송을 추진 중입니다. 정치권과 정부는 무료 서비스 이용자들까지 보상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카톡 먹통에 난리가 났던 곳은 또 있었습니다. 전북 익산의 한 상가에서 불법 도박판을 벌였던 주부도박단 31명이 붙잡혔는데요. 글쎄, 단톡방에 단속 메시지 전송이 안 돼 속수무책이었다는 웃지 못할 소식입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 관계자는 “도박장 단속을 나가면 누군가 문을 막고 있어서 형사들이 힘으로 뚫고 갈 때가 많았다”며 “그 안은 소위 ‘난리 블루스’여서 화투패랑 카드를 숨기고, 돈을 챙겨서 뒷문으로 도망가느라 정신이 없어야 보통인데 이날은 모두가 앉아서 도박에 집중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2022년 10월 19일, 연합뉴스, <카카오톡 오류의 ‘순기능’...카톡방 먹통에 주부도박단 일망타진> 중

카카오 홈페이지.

플랫폼 공룡 기업 규제는 지난 20대 국회 때부터 제기됐습니다. 정치권이나 정부나 세월아 네월아 뭉그적거리다 사고가 나야 발등에 불처럼 이리 뛰고 저리 뜁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카카오 사태가 벌어지자 “민간기업이지만, 국가 기간 시설”이라며 국가 개입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월 법무부 업무 보고에서 “기업 활동을 위축하는 과도한 형벌 규정을 개선하라”라고 지시했습니다. 석 달 전 지시사항과 지금의 발언이 어째 모순처럼 들리지 않습니까.


돈도 돈이지만, 회사가 커지면 그에 따른 사회적 책임도 커진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정치권과 정부 역시 이번 사태를 ‘수박 겉핥기’식으로 대응해선 안 될 것입니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카톡이 멈추고 어떤 난리가 났는지 똑똑히 봤으니까요.이미 노란 경고등이 들어왔습니다.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도 서비스 장애로 응모 기간을 일주일 늘렸습니다. 제 경쟁자들도 더 늘겠군요.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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